[442.russia] 결산<3> 심리전문가, 왜 필요한가?

기사작성 : 2018-06-29 23:28

- 막 내린 신태용호 도전
- 세계는 멘털 관리 대세인데... 한국은 왜 정신력만 강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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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신태용호의 도전이 끝났다.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막을 내렸다. 최종성적은 1승 2패로 F조 3위. 16강 진출이라는 목표에는 닿지 못했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이자 FIFA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으며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퇴장한 신태용호의 월드컵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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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멕시코의 2018월드컵 F조 2차전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를 통해 흥미로운 기사를 내보냈다. 이례적으로 지원 스태프를 주목하는 내용이었다. 주인공은 이마놀 이바론도, 멕시코 대표팀의 멘털 코치였다. FIFA는 1차전에서 독일을 꺾은 멕시코의 선전 배경을 ‘멘털 강화’로 꼽았다. 이바론도의 합류로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 멘털 관리 대세… 정신력만 강조하는 한국
멕시코는 2년 전만 해도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코파 아메리카 8강전에서 칠레에 0-7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1961년 잉글랜드에 0-8로 패한 이후 최다 점수차 패배라는 충격이 대표팀을 위협했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도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이때 이바론도가 합류했다. 감독과 협업 체계를 갖추고 선수 개개인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아주는 역할을 했다. 멕시코는 2017 FIFA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1-4로 패했다. 바로 그 팀을 월드컵에서 다시 상대했다. 이번에는 멕시코가 독일을 압도하며 1-0 승리를 낚았다.

이바론도는 자신감은 여러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먼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다음에는 팀 동료들에 대한 믿음, 세 번째로는 팀플랜이 성공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와의 신뢰도 굳건해진다는 설명이었다.

FIFA는 멕시코를 주목했지만, 1차전에서 한국이 상대했던 스웨덴에도 심리 문제를 전담하는 스태프가 있었다. 스웨덴의 얀네 안데르센 감독은 “스포츠 카운슬러가 오랫동안 팀에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대표팀 역시 심리전문가를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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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차전을 앞두고 멘털 관리가 필요한 팀은 한국이었다. 모든 걸 걸었던 스웨덴전에서 패하면서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대표팀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셌고, 팀 사기도 떨어졌다. 박주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김민우와 장현수에게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압박감도 커졌다. 2차전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졌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스트레스가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적절히 관리하고 지원해줄 시스템이 없었다. 선수들이 스스로 “패배는 우리 모두의 탓”이라며 동료를 감싸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 심리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은 늘 약체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을 극복하기 위해 대표팀에 요구하는 미덕 중 하나가 ‘정신력’이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고 몸을 던지라 강요한다. 그러나 한국 축구에서 흔히 말하는 ‘정신력’과 ‘멘털 강화’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스포츠심리 전문가 윤영길 한체대 교수는 “심리적으로 조율하는 것은 항상성 유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몸을 내던지는 게 정신력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요동치지 않는 힘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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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와 지단을 비교하는 것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윤 교수는 “네이마르는 자극이 있으면 정서 반응을 자주 낸다. 좋아하고 화를 낸다. 항상성이 깨진다. 지단은 포커 페이스다. 항상성이 깨지지 않는다. 잘 될 때, 잘 안될 때 모두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게 항상 유지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대회처럼 대표팀을 흔드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집중 표적이 된 장현수의 경우 상황을 객관화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윤 교수는 “왜 페널티킥을 만들어줬는가 생각해보면, 11명의 작은 누수가 모인 곳이 바로 그(장현수) 자리였다. 거꾸로 아주 중요한 순간마다 보면 장현수가 있었다. 장현수가 볼을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증거다. 잘 움직이고 있는데 부하가 지나치게 걸리니까 한두 개가 잘못된 거고, 그게 치명적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대상화 해서 접근하면 해결이 쉬워진다. 윤 교수는 “대회 전부터 이런 위험이 있고, 어떻게 반응해야 한다는 심리적 준비 훈련을 해야 한다”며 “훈련 없이 노출되면 크게 상처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여자아시안컵에서 여자대표팀의 멘털 코치로 함께했던 그는 “경기장 갔을 때, 관중을 대할 때, 응원 같은 어색한 환경에 대비하는 훈련을 다 하고 갔다”며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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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호에는 왜 심리전문가가 없었을까
신태용호에는 멘털 코치가 없었다. 2014브라질월드컵 백서에서 권고한 내용이지만, 그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보는 게 맞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남자팀보다 여자팀에 더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남자 선수들은 또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니까…”라고 말했다.

꼭 맞는 말은 아니다. 멘털 관리는 개인의 영역일 수도 있지만 팀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도 있다. F조의 상대국들 모두 심리전문가를 활용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현장에서 만난 이영표 KBS해설위원도 “팀마다 심리전문가를 두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며 “대표팀 뿐만 아니라 클럽에서도 심리전문가의 역할을 비중있게 본다”고 덧붙였다.

비단 멘털 관리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사전 캠프 운영 및 평가전 활용법, 컨디션 관리 노하우 모두 ‘축적된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져야 한다. 4년 전 얻은 깨달음이지만,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더 확실해진 교훈이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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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녹색 온도, 녹색 아닌 풍경 @joy2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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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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