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페테르부르크] ‘메날두’ 떠났지만… 잔칫상 받아먹는 재미라니

기사작성 : 2018-07-01 07:10

- 16강 시작, 프랑스 4-3 아르헨티나
- 상트페테르부르크 팬페스트 가다
- 남의 잔치 보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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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절반은 남았고 절반은 떠났다. 이제 월드컵은 16강에 든 ‘선민’들의 잔치다. 아니다. 이제야말로 모두의 축제다. 대체로 납득할 만한 팀들이 올라갔다(페어하지 않은 그 팀 빼고). 우리팀이 없어도 경기를 보는 눈이 즐겁다. 신태용호가 떠난 뒤 러시아에 며칠 더 머물게 된 <포포투>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걸 보면, 확실하다. 비장미 쏙 빼고 흥겹게 지낼 시간이 돌아왔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대전으로 16강전이 막을 올린 30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팬페스트(Fan Fest)를 찾았다. 서늘한 날씨를 유지하던 도시는 이날 유독 쌀쌀한 공기로 변했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오던 오후 4시 경 기온은 섭씨 10도까지 내려갔다. 한국 대표팀을 좇아 다니던 동안에는 꺼낼 일 없던 패딩을 껴입었다.

숙소를 나와 네프스키 대로를 걷는 동안 이전에는 눈에 담을 겨를도, 여유도 없던 이 도시에 부쩍 흥미가 생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네프스키 대로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만남, 이것만으로도 웬만한 책 한 권은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는데, 과연 거리를 오가는 군상들의 면면이 다양하다. 낮은 활기차고, 밤은 낮보다 더 아름다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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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쭉 따라 걷다가 네바강과 이어지는 운하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저 멀리 그리스도 부활 성당이 보인다. ‘피의 사원’ 혹은 ‘피의 구원 성당’으로 더 알려진 곳이다. 러시아 제국의 열두 번째 황제인 알렉산드르 2세가 암살 당한 자리에 세워졌다 해서 붙여진 이름. 언뜻 섬뜩하게 느껴지지만, 이름의 잔상보다 화려한 외관이 시선을 먼저 붙든다. 아름다운 지붕과 모자이크 그림이 벽면을 가득 장식하고 있다. 이 성당을 기점으로 거대한 팬페스트가 날마다 열리는 중이다.

팬페스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성당을 장식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모자이크화만큼이나 다양하다. 오늘의 주인공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팬들은 물론이고 브라질, 한국, 포르투갈, 페루, 콜롬비아, 벨기에, 멕시코 등 한눈에 봐도 국적을 파악할 수 있는 국기들이 나부낀다. 심지어 오성홍기를 두른 이들도 당당하다. 축구력(力)이 약해도 축구를 즐기는 데는 전혀 문제 없다. 모두의 축제, 월드컵이니까.

그리즈만이 먼저 골을 넣었다. 상관없다. 경기 시간은 아직 75분이나 남았다. ‘메시네’가 따라 갈 거다. 아니나 다를까. 디 마리아의 왼발이 골망을 흔들고, 메르카도가 메시의 슈팅에 발을 갖다 대 역전에 성공했다. 팬페스트에서는 산발적인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후반 12분 파바드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카메라가 표정을 지운 메시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본게임은 이제부터다. 그 다음에는 음바페였고, 음바페였다. 그리고 메시였다가, 또 메시였다. 카메라는 프랑스가 득점할 때마다 메시를 교차해서 잡았다. 이 경기는 결국 ‘메시의 무엇’으로 정의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메시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마다 주위에서 야유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메시가 또 한번 혼신을 다해 올린 크로스가 아구에로의 골로 완성됐다. 그러나 승부를 뒤집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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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젊다. 탄탄한 피지컬에 오차 없는 패스와 스피드로 아르헨티나를 뚫었다. 좁은 공간도 힘과 스피드로 파고 들어가는 음바페의 대시에 아르헨티나 수비는 휘둘렸다. 중원도, 골문 앞도 동요하긴 마찬가지. 그나마 분전한 마스체라노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의 나이를 떠올려야 했다. 확실히 아르헨티나는 생기가 사라졌다. 공격진의 득점력으로 그들의 약점을 애써 가렸지만, 근본적인 불안감을 해소하지 않고는 승부를 가져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끝내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메시를 보면서 지난해 12월 <포포투>에 털어놓은 메시의 고백이 생각났다. “이번에 우승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대표팀에서 사라져야 한다.”

어쩌면 마지막이었을지 모를 그의 퇴장 뒤로 19세 스타의 반짝임에 눈길이 간다. 엄청난 등장이다. 킬리앙 음바페는 이미 조별리그 2차전에서 페루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으며 자국 역사상 최연소 월드컵 득점 기록을 세웠다. 16강전에서는 두 골을 터뜨리면서 ‘그 메시’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프랑스에는 음바페와 오스만 뎀벨레, 토마스 르마르, 사무엘 움티티, 벤자맹 멘디 등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넘친다. 자국 내에서는 메이저 대회 경험 부족을 약점으로 꼽지만, 이쯤이면 음바페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의 ‘우승 도전’을 호기로만 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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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 보니 프랑스 팬, 브라질 팬, 포르투갈 팬이 한 데 뒤엉켰다. 저마다 다른 온도로 프랑스의 승리를 축하하는 중이다. 프랑스는 승자의 권리였을 테고, 브라질은 숙적의 탈락을 고소해하고 있을 것이다. 포르투갈은 역시 ‘메시보다 호날두!’를 외치는 속내였겠지. 분을 참지 못한 아르헨티나 팬이 손가락 7개를 펴 보이며 브라질 팬에 맞섰다. 4년 전 준결승에서 독일에 1-7로 패한 브라질의 비극을 도발한 것인데, 아랑곳 않고 아르헨티나를 놀려대는 브라질 팬의 반응이 쿨하기까지 하다.

떠들썩한 판을 뒤로 하고 팬페스트를 빠져 나왔다. 월드컵에서 메시와 호날두의 대전을 보고 싶었던 전지구적 바람이 무산됐다. 아쉬움을 위로 받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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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카바니가 ‘미친 궤적’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우루과이를 8강 고지로 이끌었다. 문득 포르투갈 깃발을 둘러 쓰고 아르헨티나 탈락을 기뻐하던 팬페스트의 그 아저씨가 궁금해진다. 그의 표정도 잿빛으로 변했을까. ‘메날두(메시-호날두)’ 대전은 이번 월드컵에 허락되지 않은 카드였음이 확실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은 계속 호강하는 중이다. 이곳은 모두의 축제가 벌어지는 나라, 러시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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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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