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russia] 독일 기자회견장 갔다가 박수를 받았다

기사작성 : 2018-07-03 01:22

- 독일 기자들에게 러시아월드컵을 물었다.
- 한국전을 이야기하며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 독일 대표팀의 방향성은?

본문


[포포투=정재은(독일/뮌헨)]

"독일에 아주 크게 한 방 먹였는걸!"

2일 오전(현지) 알리안츠 아레나 미디어 센터, <포포투>를 발견한 한 독일 기자가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그의 말에 주변 독일 취재진은 '빵' 터지며 박수를 쳤다. "쥐트코레아(Südkorea)!"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곳에서 그들은 바이에른 뮌헨의 차기 감독 니코 코바치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 이슈가 더욱 뜨거웠다. 특히 독일의 조별리그 탈락, 한국전 패배는 여전히 뼈아팠다.

니코 코바치 감독과의 기자회견 도중에도 월드컵에 관련한 질문이 수차례 쏟아졌다. <포포투>는 문득 궁금해졌다. 독일 취재진은 이번 월드컵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비알(BR)스포츠>의 타우피히 카릴 기자,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토마스 휘브너 기자와 함께 독일 대표팀의 문제를 살폈다.

(편집자 주: <비알(BR)스포츠>는 뮌헨 지역 스포츠 전문 방송국,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전국 발행부수 2위의 일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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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대표팀, 준비 과정부터 불안했다

"우리가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친 건 2017년 가을이었다. 꽤 오래전 일이다." 조별리그 탈락 후 독일 센터백 마츠 훔멜스가 털어놨다. 그의 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11월 잉글랜드전에 도달한다. A매치 7연승을 달리던 독일은 잉글랜드전 0-0 무승부를 시작으로 프랑스, 스페인과 차례로 비겼고 브라질에 0-1로 패했다.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오스트리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성적은 변변찮았다. 오스트리아에 1-2로 충격패를 당했고, "약팀을 상대로 대승을 거둬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요하임 뢰브)" 선택한 사우디아라비아엔 겨우 2-1로 이겼다.

타우피히 카릴 기자는 "월드컵 전 독일 대표팀 특유의 강한 분위기가 어디에도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그러나 여론은 개의치 않았다. 테스트 경기일 뿐이고, 월드컵에 가면 달라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23인 선정 기준도 불분명했다. 카릴 기자는 "기준이 없었다. 뢰브는 착하고 자기 말 잘 듣는 선수만 뽑는다"고 지적했다. 르로이 사네가 최종 명단에 들지 않은 건 "충격"이라고 덧붙였다. 사네는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공식전 49경기를 소화했고 14골을 넣었다. 기량이 절정이었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 장신 공격수 산드로 바그너 역시 의문점이 남았다. 그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 바이에른에 이적해 14경기 8골을 넣으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카릴 기자는 "이제는 뢰브가 후회를 좀 할지도 모른다. 어떤 선택이 더 나았을지 말이다"라고 했다. 토마스 휘브너 기자는 "있는 자원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의 호날두,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처럼 탑 급 공격수가 독일에 없었다.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 와중에 티모 베르너, 마리오 고메즈는 자신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감독의)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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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질과 귄도간의 정치 이슈도 문제였다

두 매체의 기자는 메수트 외질과 일카이 귄도간이 독일 대표팀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데 한몫했다고 입을 모았다. 두 선수는 터키계 독일인이다. 지난 5월 외질과 귄도간은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났다. 각자 소속팀의 유니폼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독일과 터키는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던 터라 파장이 컸다.

여론은 그들의 명단 제외를 바랐지만 뢰브와 독일축구협회(DFB)는 외질과 귄도간을 신뢰했다. 휘브너 기자는 "외질과 귄도간이 정치적 이슈를 일으켰다. 대표팀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들의 선발로 인해 여론은 독일 대표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긍정적인 기운만 있어야 할 판에, 부정적인 기운만 있었다"고 전했다. 카릴 기자는 목소리를 한층 더 높였다. "정말 실망스러웠다. 독일 유니폼을 입고 터키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선 안 됐다. 월드컵을 앞두고 말이다. 숨겼어야만 했다. 특히 외질이 시끄러웠다. 조용히 있을 필요가 있었다."

그는 뢰브의 외질 기용에도 의구심을 품었다. "외질의 지난 시즌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런 그를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 내보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기를 망쳤던 외질을 가장 중요한 한국전에 다시 내보냈다. 대체 왜? 왜 그를 내보내야 했을까? 뢰브는 책임감은 있되, 간절함은 없었던 거다. 어린아이도 실수를 통해 배운다. 한 번 실수하면 다음에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독일은 멕시코전과 똑같은 실수를 한국전에서 반복했다. 배운 게 없었다. 배가 불렀다."

# 한국전 패배, 역사적 굴욕이지만 당연한 결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독일의 월드컵이 시작됐다. 1차전 멕시코에 패하고 2차전 스웨덴에 가까스로 이겼다. 그들의 16강행 티켓은 한국전에 달렸다.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하지만 김영권과 손흥민의 추가 시간 연속골에 독일은 무너지고 말았다.

"재앙이었다.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카릴 기자가 회상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독일 대표팀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상대가 한국이든 아니든 독일은 무조건 이겼어야만 했다. 한국은 멋진 선수들을 보유했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둘 다 이 경기에서 반드시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있었다. 그런데 독일에 없던 한 가지를 한국이 갖고 있었다. '진심'이다. 독일이 건방지게 경기 운영을 할 동안 한국은 마치 나가서 죽겠다는 심정으로 뛰었다. 정말 죽을 듯이 뛰고, 뛰고, 부딪히고, 싸웠다. 하지만 독일은? 그들은 한국이 위협적이지 않았을 거다. '우리는 독일이야, 우리는 세계 챔피언이야. 한국쯤은 이길 수 있어'라는 마음이었을 거다.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이 경기 전에 모여 대화를 나눌 동안 독일은 그러지 않았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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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브너 기자는 한국전 패배를 두고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승리해 마땅한 팀이었다. 그들이 달걀 세례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안 된다. 한국 국민은 대표팀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뻐해야 한다. 멋진 승리였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뭘 해냈는지 봐라. 심지어 그들은 이 경기에서 이기더라도 16강에 간다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엄청난 성과를 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독일은 대가를 치른 거다."

그들은 한국전을 회상하는 내내 주먹을 꽉 쥐거나 책상을 두어 번 내리쳤다. 언성이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했다. 독일은 2001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숙적' 잉글랜드에 1-5로 대패한 기억이 있다. 장소는 뮌헨이었다. 독일 역사상 최악의 경기로 손꼽힌다. 한국전과 비교했을 때, 더 굴욕적인 경기는 무엇일까?

"잉글랜드 패배도 굴욕이었지만 큰 의미가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당연히 월드컵이 더 중요하다. 독일은 이기는 게 익숙한 팀이었다. 특히 한국처럼, 미안하지만, 약체에는 더더욱 말이다. 독일은 월드컵에 남아야 하는 팀이었는데, 그걸 한국이 꺾었다"라고 했다. 휘브너 기자가 말했다. 듣고 있던 카릴 기자 역시 동의했다. "잉글랜드전 때 나도 현장에 있었다.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번 한국전은 비교 불가다. 더 최악이었다. 역사적인 굴욕이다. 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였다. 무조건 이겼어야만 했다. 한국전은 정말 창피하다. 잉글랜드 1-5 대패보다 훨씬 더 부끄럽다(viel mehr peinlich)."

# 독일 대표팀의 방향성은?

독일 대표팀이 러시아에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떠오른 키워드는 '요아힘 뢰브'였다. 그가 독일을 계속 지휘할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뮌헨 곳곳 매대에 놓인 신문 1면 대다수를 뢰브 얼굴이 장식할 정도였다. 현재 독일축구협회는 뢰브에 대한 신임이 깊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효과가 여전히 작용 중이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 2주 전, 계약 연장을 체결한 이유이기도 하다. 뢰브는 2020년까지 대표팀을 지휘한다. 그렇게 되면 한 대표팀을 14년 동안 이끈 감독이 된다.

뢰브 역시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쉽게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휘브너 기자가 설명했다. "뢰브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는 독일 대표팀과 쭉 함께 간다. 월드컵에 다녀온 후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나는 두 가지 상황이 상상된다. 완전히 망하거나, 혹은 다시 성공하거나." 카릴 기자는 뢰브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뢰브의 지도력은 이제 너무 피곤하다. 너무 오래 대표팀을 지휘했다. 독일엔 새로운 동기부여와 새로운 규율이 필요하다. 바이에른 뮌헨이 니코 코바치 감독을 선임한 것처럼 말이다. 선수진도 마찬가지다. 늘 비슷한 선수가 대표팀에 뿌리를 내렸다. 수년간 뢰브와 이 선수들이 함께 했다. 당연히 지루해지고,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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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크리스티안 캄프 기자가 첨언했다. "뢰브는 자신의 2014년 '오래된' 영웅들을 믿었다. 그리고 멕시코전에서 실패했다." 그는 뢰브 뿐만 아니라 독일 대표팀 구성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카릴 기자가 강하게 동의했다. "대표팀은 지금 배가 불렀다. 대표적으로 토니 크로스다. 그는 오랜 시즌 레알에서 뛰었다. 두려울 게 없다. 스웨덴전 어땠나? 계속 실수했다. 마지막에 골 한 번 넣고 영웅이 됐을 뿐이다."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해야한다. 대표팀에 뿌리내린 선수들을 모두 내보내는 강단이 필요하다. 토마스 뮐러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기운이 필요하다. 베테랑도 중요하지만,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 세르지 나브리, 율리안 브란트, 티모 베르너 어리고 실력 좋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줘야 한다. 감독도 바꿔야 한다."

그들은 일제히 독일 대표팀을 향해 '개혁'을 외쳤다. 뢰브를 향한 언론의 시선도 차갑다. 하지만 DFB는 그를 신뢰한다. '배부른' 독일이 다시 '배고파'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디펜딩 챔피언 신세가 고달파졌다.

사진=포포투, FAphotos, 게티이미지코리아
writer

by 정재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축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더 좋습니다. @jaeun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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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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