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話] 지성+영표는 스타보다 영웅 되어야 한다

기사작성 : 2018-07-07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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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2018년 여름 신태용호의 월드컵은 끝났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월드컵 열기는 여전하다. 러시아월드컵 강자들의 경기를 즐기느라, 한국 축구에 관해 떠드느라 그렇다.

독일전 승리 후에도 한국 축구계는 어지럽다. 대한축구협회의 대국민 신뢰는 이제 없다. 여론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잘해도 욕하고, 잘못하면 더 크게 욕한다. 외도를 들킨 남편의 개과천선 노력을 보는 아내의 마음이랄까. 기본 신뢰가 깨진 마당에 무슨 짓을 하든지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다. 원죄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숨소리, 발소리, 그 사람의 체취, 그냥 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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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내의 눈에는 주변에 온통 반듯한 남편들뿐이다. 축구로 따지면,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이다. 현역 시절, 누구보다 대스타였던 인물들이다. 은퇴 후 일선 현장에 없었던 덕분에 그들의 2002년 이미지는 숙성을 거쳐 더욱 깊어졌다. 월드컵으로 대중과 직접 교감하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통을 터트려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협회가 반성해야 한다”, “한국 축구, 이러면 안 된다”라는 말이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세 사람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옳다. 지금처럼 하면 안 되고, 새롭게 바꿔야 하고, 크게 각성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말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책임질 일이 없는 자의 훈수는 공기 중에 흩어질 뿐이다. 바깥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건강하게 감시하는 것은 언론과 여론의 몫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취와 거대한 혜택을 누린 인물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은 은퇴와 동시에 축구 일선에서 물러났다. 도전하지 않았으니 실패할 일이 없었고, 그 덕분에 고결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안정환은 예능 재능을 만개했다. 하지만 박지성과 이영표는 뒤로 물러난 노선을 고수한다. 박지성의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직은 사실상 명예직이다. 이들은 한국 축구계와 엮이기를 꺼리는 것처럼 보인다.

‘헬조선’의 사회상이 스며든 행보일지도 모른다. ‘스위스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세계인재보고서(2017)에서 한국의 인재유출지수(Brain Drain Index)는 조사 대상 63개국 중 54위였다. 국내 노동만족도(Work Motivation)는 59위로 바닥 수준이다. 인재들이 한국에서 일하기 싫어한다는 뜻이다. 꽉 막힌 회사가 인재를 놓치듯이 ‘헬조선’의 축구판이 인재를 품지 못한다. 학습효과일 수도 있다. 홍명보 전무는 현장에서 도전했다가 참혹하게 추락했다. 황선홍 감독도 지금 무능한 지도자로 떨어졌다.

사회인으로서 박지성과 이영표의 인생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둘은 한국 축구에 준 것만큼 받은 것도 너무 많다. 브라질 레전드 호나우두는 “내가 축구를 위해 했던 일보다 축구가 내게 준 것이 훨씬 더 많다”라고 말했다. 박지성과 이영표도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본인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축구와 국가와 국민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도 있는 것이다. 책임질 일 없는 강 건너 불구경 중계는 2002년 4강 신화의 최대 수혜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

한국 축구를 위해 몸 바치라는 강요가 아니다. 행정직도 있고, 나름의 다른 방법도 좋다. 최소한 편리하게 꾸짖지만 말고 한국 축구를 직접 도왔으면 한다. 어쨌거나 자신들의 세계가 출발했고 영위되고 있는 곳이 축구판이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가 바뀌려면 많은 부분을 손봐야 한다. 쉬울 리가 없다. 대중에게는 난제를 풀어줄 누군가가 간절하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박지성과 이영표라면 고치라고 말하는 스타가 아니라 직접 고치는 영웅이 되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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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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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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