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wiki] 외질의 대표팀 은퇴 선언에 관한 궁금증 풀이

기사작성 : 2018-07-2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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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

2018 러시아월드컵의 후폭풍이 독일을 집어삼키고 있다.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29)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5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촉발한 논란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형국이다.

그깟 사진 한 장이 왜 이렇게 큰 논란을 일으킨 걸까? 4년 전, 통합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함께 월드컵 우승을 자축하던 독일 사회와 외질은 어쩌다가 이렇게 반목하게 되었을까? 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가 ‘외질 사태’의 궁금증을 풀어드린다.

# 터키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뭐가 그리 문제야?

지난 5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한 행사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터키 혈통의 독일 국가대표 메수트 외질과 일카이 귄도간, 그리고 터키 국가대표인 센크 토순과 함께였다. 사진은 터키 대선을 준비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측 선거 캠프의 홍보 자료로 배포되었다. 엠레 찬은 같은 행사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은 독일 내에서 거센 반발을 불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측은 “오해와 의문을 던졌다”라고 논평했고, 독일축구협회의 라인하르트 그린델 회장은 “대표 선수들의 출신 배경은 존중하지만, 협회가 지향하는 가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구하는 바와 크게 다르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매체는 러시아월드컵 23인 명단에서 두 선수를 제외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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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 대통령이 문제가 많은 인물이란 뜻인가?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2003년 총리가 된 에르도안이 지금까지 터키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독재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의 통치 아래에서 터키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덕분에 지지층이 단단하다. 반면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2010년 개헌해 2014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올해 다시 재선되어 최대 2029년까지 총 26년 독재 계획 중이다.

에르도안의 장기집권을 위해서 언론 탄압, 시위대 무력 진압 등 반민주적 행태가 동원되었다. 2013년 게지공원 시위대를 무력 진압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6년 쿠데타 진압을 계기로 정부는 군인 1만 명, 판검사 2,745명, 교사 2만1천 명을 연행했다. 너무 깨끗이 '청소'하는 바람에 '쿠데타 자작극' 의혹이 불거졌다. 주요 언론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7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터키는 180개국 중 155위에 있다(독일 16위, 대한민국은 63위). ‘유튜브’, ‘트위터’, ‘위키피디아’ 등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던 ‘막장’ 통제 전력도 있다.

(유튜브[email protected] News)


독일과 외교 관계는 터키계 독일인 저널리스트 데니스 위첼(44) 사건으로 악화되었다. 평소 터키 독재 체제를 강하게 비판해왔던 위첼을 터키 정부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해 징역형에 처했다. 독일 정부의 강력한 비난에도 터키 정부는 1년 후에야 위첼을 석방했다. 최근 화해 무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연합(EU)와 대립해 왔다. 특히 독일과 사이가 나쁘다. “독일 정부의 행태는 나치와 다르지 않다”는 식의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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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질은 성명서에서 정확히 뭐라고 했어?

7월 22일 외질은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장문의 성명서를 공유했다. 주요 내용은 ‘나를 이민자로 푸대접하는 독일을 위해 뛰지 않겠다’로 정리할 수 있다. 성명서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남’, ‘언론과 스폰서’, ‘독일축구협회’에 관한 외질의 의견을 담았다. 모든 논란의 출발점이 된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사진에 관해서 외질은 “내 혈통인 터키의 최고위 인사와 만났을 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외질의 사진 관련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위터[email protected])


‘언론과 스폰서’ 장에서는 사진 공개 후 겪은 피해를 소개했다. 외질은 “로타어 마테우스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고 지적한 언론이 있는가?”라고 지적하면서 “이민자 및 빈곤 자녀를 위한 자선 활동 파트너 2개사가 돌연 나와 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방문 예정인 모교로부터도 ‘오지 말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미 촬영한 독일축구협회 스폰서의 홍보물에서 협회가 직접 나서 본인을 제외했다고도 썼다.

‘독일축구협회’ 장은 라인하르트 그린델 현 회장에 대한 저격으로 채워졌다.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이 공개된 이후, 그린델 회장은 “개인 면담에서 본인의 정치관만 늘어놓고 내 의견을 묵살했다”라고 폭로했다. 이어 “국회의원 시절 그린델 회장은 ‘다문화 정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던 인물이다”라며 불신을 표시했다. 마지막으로 “독일이 이기면 나는 독일인, 지면 이민자가 된다”라고 적은 뒤에 “인종차별과 멸시를 느끼는 한, 독일을 위해 뛰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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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내 반응이 심상치 않던데?

우선 지금 독일 축구계가 ‘비정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독일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우리에게는 불운 정도로 보이지만, 독일 내에서는 역사적 대참사다. 성난 민심은 어디서나 희생양을 찾기 마련인데, 대회 전부터 논란을 일으킨 외질이 최적임자가 된 꼴이다. 독일 극우 정치인은 외질을 향해 “터키 자식”, “아나톨리아로 꺼져” 등 막말을 퍼붓는다.

바이에른 뮌헨의 울리 회네스 회장이 보인 반응이 이번 사태에서 독일 민심을 함축한다. 외질의 국가대표 은퇴 선언 직후, 회네스 회장은 “기쁘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외질이 마지막으로 했던 태클이 2014년 월드컵 전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외질은 먼지처럼 뛰었다. 아스널과 붙을 때도 상대의 약점인 외질을 공략했다”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독일 축구계 ‘빅브라더’의 발언 수위에서 지금 독일 사회의 날 선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외질의 또 다른 조국 터키에서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외질의 성명 발표 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외질의 결정은 매우 이성적이다. 독일 대표팀을 위해 그렇게 땀을 흘려온 젊은 선수에게 가해지는 인종차별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라며 지지를 보냈다. 압둘하미트 굴 법무부 장관은 개인 트위터에 “메수트 외질의 독일 대표팀 은퇴는 파시즘 바이러스를 향해 날린 가장 아름다운 골”이라고 멘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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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유치하게 몰아세우는 것 아냐?

중언하지만, 축구에 관해서 지금 독일은 상식을 잃었다. 총체적 문제보다 개인의 허물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외질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태클을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서 ‘사라진다’는 이미지에 불이 붙은 셈이다. 물론 독일 내에서도 ‘외질의 실력에 의심하는 시선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옹호론이 있긴 하다. 월드컵 대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노가 외질의 출신 배경, 즉 반이민자 정서와 뒤섞인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독일에는 약 270만 명의 터키인이 거주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인력난에 빠진 독일 정부는 ‘가스타르바이터(게스트 노동자)’ 제도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독일 정부는 ‘세대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이들은 독일 문화로 편입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70~80년대 ‘멀티쿨티(Multikulti; 다문화 사회)’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지만, 독일 사회와 이민자 커뮤니티의 거리는 줄지 않았다. 2010년 메르켈 총리가 공식적으로 “다문화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라고 공식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독일인의 약 30%가량이 ‘이민자들이 부당하게 복지 혜택을 누린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반이민자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이민자들이 독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채 거주 혜택만 누린다는 사회적 인식이다. 최근 시리아 난민 문제까지 겹쳐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인종차별 악습과 쉽게 융합한다. 독일도 역사적으로 각종 인종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994년 마그데부르크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폭행에 경찰이 가세한 ‘황당’ 사건도 있었다. 지금도 대학가 인근 집주인 다수가 외국인 유학생 세입자를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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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외질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봐야 한다. 물론 본인부터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회적 터부인 인종차별을 국가대표 은퇴 이유로 적시한 이상, 외질의 마음이 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애초부터 외질의 행보에 비판적이었던 독일축구협회의 그린델 회장도 만만치 않다. 외질의 성명에 대해서 “협회 내에서 인종차별은 없다. 외질의 결정은 유감이다”라며 기존 노선을 지켰다. 성명서 내용대로 외질은 독일 축구계에서 ‘영원한 이민자’로 남을 확률이 높다.

외국 여론은 대부분 외질을 지지하면서 독일의 사회 분위기를 꾸짖기 십상이다. 그러나 독일 사회 내에서 외질 논란은 사회, 역사, 정치, 축구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만 바라보기가 어렵다. 당장 한국 사회도 외국인 노동자, 예멘 난민 문제 등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단, 축구적 관점에서 독일이 세계 최고의 어시스트 능력자를 잃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도 큰 아쉬움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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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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