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벤투 감독이 첫 K리그 현장에서 본 것들

기사작성 : 2018-08-23 01:04

- FC서울 0-1 포항스틸러스
- 대한민국 국가대표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의 첫 K리그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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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서울월드컵경기장)]

생애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직관’을 기억한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 티켓 매표소, ‘나 홀로’ 여행자를 위해 사진을 찍어줬던 뒷줄 할머니 등 16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원래 첫 기억은 그렇게 오래간다.

2018년 8월 22일 파울루 벤투 감독도 ‘첫 경험’을 했다. 입국 이틀째 저녁, 대한민국의 K리그를 처음 현장에서 지켜봤다. 대동한 코칭스태프와 함께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맞대결을 관전했다. 어떤 인상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머릿속에 들어가지 못했으니 알 길이 없다. 그 대신에 벤투 감독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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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에 녹아내린 경기력

아쉽지만 벤투 감독이 처음 관전한 K리그 경기는 지루했다. 전반 13분, 양한빈의 불운한 자책골이 이날 유일한 득점이었다. 원정팀 포항이 1-0으로 홈팀 서울을 꺾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몸이 한없이 무거워 보였다. 폭염 속에서 주중, 주말 경기를 소화했으니 체력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푹푹 패인 잔디도 경기 템포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이날 양 팀의 슈팅 시도 합계가 11개밖에 되지 않았다. 유효 슈팅은 서울이 1개, 포항이 2개였다. 위협적인 슛은 없었다. 경기 막판으로 가면서 선수들은 족쇄를 찬 죄수처럼 느릿느릿 움직였다. 패스, 연계, 빌드업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뒤진 서울이 뛰지 않는데, 앞선 포항이 뛸 이유가 없었다.

# 김승대의 ‘죽기살기’

따분한 90분 속에서 김승대가 유일하게 빛났다. 빠르고 잘 뛰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서울전에서 김승대의 공헌은 감탄을 자아냈다. 전반전부터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모든 선수의 체력이 방전되었던 경기 막판에도 역습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선수는 김승대밖에 없었다.

김승대는 “팀이 잘 되어야 나도 잘 되니까 그냥 죽기 살기로 뛰면서 이긴다는 생각밖에 없다”라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국가대표팀의 새 감독이 본 경기였다는 점을 상기시켜도 김승대는 “대표팀에 가고 싶어서 뛴 적은 없었다”라고 잘랐다. 하지만, 이날 김승대의 열정과 분투는 누구에게나 똑같아 보였을 것이다. 우연히 그 사람 중에 벤투 감독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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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천만 수도 구단의 무안한 현실

홈팀 서울은 벤투 감독의 기억에 남을 만한 구석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력은 형편없었고, 선수들도 지루해 보였다. 경기장 바깥도 민망했다. 6,392명밖에 없는 관중석은 텅 비어 보였다. 북측 서포터즈의 숫자도 적었고, 동측 스탠드는 치어걸이 피자를 선물할 때를 빼고는 소리칠 일이 없었다. 경기 중 드럼 소리만 크게 들려 더 애처로웠다.

경기 결과도 뼈아팠다. 0-1 패배로 상위 스플릿 진입에 실패했다. 슈퍼매치를 잡았던 기세는 홈 2연속 패배로 뚝 꺾였다. 경기 전, 이을용 감독대행은 “울산전을 위해 고요한, 조영욱, 윤석영을 쉬게 했다”라고 했고, 경기 후,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는 실수를 인정했다. 이제 울산, 강원 원정 2연전이다. 자칫 스플릿B로 떨어지면, 그나마 있던 관중의 발길마저 끊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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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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