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話] 눈물, 콧물 다 뺀 우즈벡전...이제는 정신력

기사작성 : 2018-08-28 02:18

-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 대한민국 4-3 우즈베키스탄

본문


[포포투]

황희찬이 페널티킥 지점에 섰다. 가슴이 오그라든다. 슛이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그런데 들어갔다. 들어갈 볼은 어떻게든 들어간다고 했던가. 천신만고 끝에 쟁취한 승리였기에 더 짜릿했다. 대한민국 U-23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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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킥 & 러시(kick and rush)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축구와 럭비(사촌지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차고 달린다. 21세기 축구에 온갖 IT기술이 활용된다고 한들 축구에선 저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 K리그 지도자를 붙잡고 유망주를 물어보라. 대답은 둘 중 하나다. “볼 잘 차”이거나 “잘 뛰어”다. 숫자를 나열하고 도형과 선을 동원해도 축구는 ‘차고 달림’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그 짓을 90분 내내 해야 한다. 정해진 동선도 없다. 계속 뛰고, 계속 차면서, 연신 상대와 옥신각신해야 한다. 동네 축구만 해봐도 ‘박스-투-박스’가 얼마나 긴 거리인 줄 안다. 전력 질주 한 번에 숨이 헐떡이고 심장이 벌렁거린다. 축구선수는 그렇게 90분을 뛴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체력이다. 그리고 정신력이다.

우즈베키스탄과 만난 아시안게임 8강전이라면 더 그렇다. 킥오프 휘슬과 함께 뛰고, 이리저리 튕기는 볼을 정확히 차고, 상대의 몸과 부딪혀야 한다. 우리는 ‘저 녀석들 군대 가지 않으려고’라고 쉽게 뱉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맞는 말일지 모른다. 병역 혜택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포상이다. 하지만 동시에 큰 부담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패했을 때 선수들은 혹독한 비판(비아냥, 조롱, 모욕, 업신여김 등등)과 좌절감을 감내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전 패배 직후 분위기를 우리도, 선수들도 잘 안다.

사실 우즈베키스탄전은 우리가 익숙한 국가대표팀 경기 양상과 달랐다. 보통 우리는 조직력으로 싸우다가 상대(세계적 강팀)의 뛰어난 개인기에 무너진다. 그런 광경에 익숙하다. 우즈베크전은 정반대였다. 상대의 조직력을 우리가 개인 능력으로 뛰어넘는 모양새였다. 우즈베크는 정말 단단하고 잘 조련된 팀이었다. 다행히 한국은 손흥민, 황의조, 황인범, 이승우 등의 뛰어난 개인을 보유했다. 유럽 및 남미 강호에 당했던 패턴으로 우리가 이기다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8강전 120분은 응답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었다. 이날 황의조는 독보적이었다. 해트트릭도 모자랐는지 천금 페널티킥까지 얻어냈다. 선발 당시 유재호 성남시의회 의원은 “인맥 축구”로 규정해 황의조와 김학범 감독을 적폐로 몰았다. 축구를 들먹여 시선을 끄는 정치꾼의 전형이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내내 황의조는 ‘인맥 축구 논란’에 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응답은 바레인전 4골, 이란전 1골,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전 3골이었다. 탐이 날 정도로 근사한 인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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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도 응답했다. 두 달 전만 해도 황희찬은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였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면서 황희찬은 ‘악플’이 펄펄 끓는 용광로 안에 빠졌다. 특히 말레이시아전에서 많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망신의 원흉으로 몰렸다. 하룻밤 사이에 황희찬은 모든 것을 잃은 신세로 전락했다. UEFA유로파리그 득점 동영상으로 엄청난 지지를 받았던 올 초를 생각해보면, 당혹스러운 상황 변화였다.

그런 와중에 황희찬은 결정적 페널티키커로 나섰다. 한국 축구 역사상 이렇게 ‘쫄깃한’ 페널티킥 상황이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긴박했다. 페널티킥의 습성은 고약하다. 얻는 순간, 사람들은 성공보다 실축을 먼저 떠올리니까. 황희찬이라니? 못 넣으면 어쩌려고? 김학범 감독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손흥민은 어디 간 거야? 슛, 성공. 4-3 승리. 골세리머니가 ‘오버’였다고 해도 무슨 대수인가. 황희찬의 결승골이 대한민국을 4강으로 보냈다.

이기면 축구는 갑자기 행복해진다. 황의조는 ‘킹의조’로 우뚝 섰고, 벼랑끝에 걸렸던 황희찬도 한 발짝 안으로 내디뎠다. 다친 조현우를 대신했던 송범근은 3실점 기록을 슬쩍 덮을 수 있게 되었다. 금메달 경쟁자로 예상했던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꺾었다는 자신감은 선수단에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고 이겨서 더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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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전에서 한국은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만난다. 예상대로라면 결승전에서 일본과 만날 확률이 높다. 모두 이란과 우즈베키스탄보다 수월하다. 여기서 축구의 두 번째 기본요소를 돌아봐야 한다. 정신력이다. 차고 달려 체력을 썼으니까 남은 것은 정신력뿐이다. ‘악플’은 스마트폰에 머물고, 경기 현장에서는 팬들의 응원 소리만 들린다는 진리도 되새기면 좋겠다.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그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화제다. 총 7개 에피소드에 담긴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술의 천재가 아니라 동기부여의 화신이었다. 시즌 내내 과르디올라 감독은 열정적인 팀토크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지금 김학범호가 해야 할 일이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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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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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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