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전주] 챔피언 안방에서 수원이 각성하다

기사작성 : 2018-08-30 02:23

- 2018 AFC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 전북현대 0-3 수원삼성

본문


[포포투=홍재민]

감독이 사퇴했다. 다음날 3-0 완승을 거뒀다. 그것도 K리그 절대 1강의 안방에서였다. 제대로 각성했다.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열흘 전 광양에서 이렇게 각성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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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수원은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서정원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는 내용이었다. ‘구단은 만류 중’이라는 문구도 포함되었다. 말하자면 친구가 “나 이혼했어. 하지만 설득 중이야”라고 털어놓은 것이다. 설득이 이혼 앞에 와야 하고 만류가 사퇴 앞에 와야 정상이다. 구차한 부연이다.

감독이 공식적으로 없어진 다음날(29일), 수원은 2018 AFC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치렀다. 장소는 K리그 ‘절대 1강’의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이었다. 감독 역할을 맡은 이병근 수석코치의 최종 수비 라인은 백4였다. 이병근 수석코치는 “서감독님께서 다음 경기에서 포백으로 가자고 미리 말씀해두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태풍이 뜻밖의 휴식을 준 지 일주일째였다.

홈팀 전북의 일주일은 별로였다. 주중 경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주말 상주 원정에서 분위기가 깨졌다. 최강희 감독은 “어딜 나가?”라며 버텼고, 두 골 리드가 날아갔다. 이재성의 퇴장이 그나마 참을 만한 아픔이었을 정도다. 다리와 기분이 모두 망가진 상태로 전북은 아시아 무대에서 K리그 경쟁자를 상대해야 했다.

최강희 감독이 경기 전에 강조했다고 하는 “밸런스 유지”가 킥오프와 함께 없어졌다. 김신욱은 갇혔고, 측면은 막혔다. 떨어지는 볼을 번번이 수원에 빼앗겼다. 로페즈의 분투도 역부족이었다. 수원의 각성은 효과적이었다. 박기동의 몸싸움이 잘 먹혔다. 상대 진영에서 볼을 간수해준 덕분에 수원은 유효 슈팅 하나 없이 전북을 불안하게 할 수 있었다.

후반 들어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과 한교원을 넣었다. 홈 1차전에서 반드시 골이 필요한 8강전이기 때문에 전북 쪽이 더 급했다. 치열하게 맞붙던 후반 30분 수원이 역습을 가했다. 사리치의 패스가 긴 거리를 뛰어 들어간 데얀의 발 앞에 정확히 배달되었다. 37세 골잡이의 깔끔한 마무리로 수원이 선제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 “역시나 수원”이란 구호를 들어야 했던 원정 서포터스가 열광했다.

팽팽한 실을 가위로 툭 끊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실은 전북의 집중력이었고, 가위는 데얀의 선제골이었다. 전북의 스위치가 그렇게 딸깍 꺼졌다. 6분 뒤, 아크 부근에서 헐거워진 틈을 데얀이 정확히 찔러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전북은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4분 뒤인 후반 40분,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서 전북은 또 한 골을 내줬다. 후반 45분 동안 수원이 기록한 유효 슈팅이 전부 골라인을 넘어갔다. 전북의 유효 슈팅 4개는 하나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서정원 감독이 떠났다. 염기훈과 데얀이 팀 훈련에 앞서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수원의 각성이 전북 원정 3-0 승리라는, 매우 드문 결과를 이끌어냈다. 경기 후, 염기훈은 “감독님이 그런 결정을 함으로써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깨어났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데얀은 “모두가 100%를 쏟아부으면 오늘처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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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샴푸 광고에서 박서준이 그러더라. 있을 때 잘하겠다고. 서정원 감독이 있을 때,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였던 모습의 반만이라도 나왔으면 수원은 ‘이상한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과거지사에 ‘if’를 붙이는 것만큼 무의미한 짓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수원의 충격 요법이 AFC챔피언스리그 8강 원정 1차전에서 3-0 완승을 가져온 모양새가 되었다. 완벽한 결과였다. 수원은 그 효과가 남은 시즌까지 이어지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첫 시험 무대는 3주 뒤에 있을 홈 2차전이다. 골을 아주 많이 넣을 수 있는 팀, 1차전 홈 0-3 패배로 '각성'했을 K리그 챔피언을 상대로 말이다.

2016-17 UEFA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바르셀로나는 1차전 0-4 대패를 2차전 6-1 대승으로 뒤집었다. 두 팀 모두에 그 매치업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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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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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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