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told] AG결산: ‘성숙한 흥민’부터 ‘희망의 진야-문환’까지

기사작성 : 2018-09-06 15:44

- 김학범호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
- 인맥 논란부터 결승 한일전까지
- 금메달 여정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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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

금메달은 ‘돌부처’도 웃게 만든다. 한국 축구 U-23 남자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6일 축구회관에서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김학범 감독은 대회를 돌아보는 내내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공식석상에서는 대체로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시안게임 2연패의 성취감과 안도감이 그대로 전달됐다.

아시안게임에 나선 김학범호는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의 병역 문제와 와일드카드 선발 논란으로 대회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회 들어서는 말레이시아전 패배 후유증에 이란-우즈벡을 거쳐 돌풍의 베트남을 꺾고 숙적 일본과 결승전을 치르는 등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크고 작은 고비를 넘기며 값진 성과를 만들어냈다. 한 시간 여 기자회견 동안 전해진 뒷얘기는 이렇다.

# 우즈벡전 후 눈물 의미는?
김학범 감독이 꼽은 최대 승부처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이었다. 우즈벡은 짜임새 있는 전력으로 우승후보로 꼽히던 상대다. 실제 한국과는 연장까지 갔다. 황의조가 일찌감치 2골을 몰아넣으며 리드를 잡았지만 우즈벡이 따라붙었다. 상대와 역전-재역전을 주고받은 끝에 후반에 교체 출전한 황희찬이 연장 후반 13분에 결승골을 터뜨려 4-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연장전을 앞두고 특별히 선수들에게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 감독은 경기 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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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은 “경기 흐름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다. 선수들 독려에도 한계가 있고 나도 사실 힘에 부치는 경기였다”면서 “나도 축구 인생을 걸었고 선수들도 축구 인생을 걸고 뛰었다. 머릿속에 굉장히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여기서 끝나나, 주저앉나 싶었다”며 복잡했던 심경을 전했다. 경기 중 실수로 3골을 내줬지만 이를 나무라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가 더 절박하고 간절한데 겨우 이 정도냐”라는 말로 선수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우승후보를 8강에서 일찍 만난 것도 “차라리 잘된” 대진이었다. 결승에서 우즈벡을 만났다면 부담감이 더 커졌을 수도 있다.김 감독은 “이후 베트남과의 4강, 일본과 결승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격전 끝에 준결승행을 확인하고는 “벤치에 그냥 주저앉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진 상태와 비슷했다. 김학범 감독은 “이겨서 좋지만 내가 부족했던 게 많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면서 “감정적으로 올라왔다”고 눈물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 성숙해진 손흥민
대회 기간 내내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닌 인물은 손흥민이었다. 와일드카드로 참가해 주장 완장을 찬 그는 대회 통틀어 최고 스타였다. 병역 문제가 걸린 무대였던 만큼 해외 언론에서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코칭스태프는 손흥민의 책임감과 헌신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격 전담 코치 김은중은 “코치들이 해야할 일 중 일부분을 흥민이가 솔선수범으로 해줬다”면서 “우리(코치진)가 얘기할 때보다 선수가 직접 얘기할 때 선수들에게 더 잘 전달되는 부분이 있는데 손흥민이 미팅을 자주 하면서 잘 이끌어줬다. 주장으로 책임감을 갖고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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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한일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 수비 코치 이민성은 1997 도쿄대첩(*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2-1 적지 도쿄에서 한국이 승리)을 이끈 결승골의 주인공이다. 한일전의 산 증인인 그조차 손흥민의 리더십을 더 신뢰했다. 이 코치는 “시대가 달라져서 우리 때처럼 한일전을 전투적으로 준비하진 않는다”면서 “흥민이에게 선수들을 한 번 모아 얘기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며 조언자의 역할을 이관했다고 전했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의 헌신성을 높게 평가했다. “어렸을 땐 천방지축이었다면 지금은 성숙하고 참을 줄 알고 자제할 줄도 안다”고 성숙해진 자세를 칭찬했다. 경기 중 결정적인 상황에서 양보했던 장면이 대표적인 예. 손흥민이 직접 욕심내기 보다 황의조와 황희찬, 이승우 등에 기회를 만들어주면서 팀의 화력은 배가됐다. 김 감독이 “‘네가 때려야지 왜 (동료에게) 주냐’고 하자 ‘나보다 더 좋은 자리에 있는 선수에게 줘야 한다’고 답하더라”면서 “선수라면 자기가 우뚝 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양보가) 쉽지는 않다.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하면서 선수로서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 조현우-황의조, 제 몫 해낸 와일드카드
이번 대회 성공요인 중 하나는 와일드카드 활용법이었다. 손흥민과 황의조는 전방에서 시너지를 냈다. 황의조는 9골을 기록하며 대회 득점 선두에 올랐다. 조현우는 골문 앞에서 안정감을 더했다. 5경기에 출전해 2실점만 허용했다.

선발 당시 대중의 의구심을 산 인물은 황의조였다. 성남 시절 사제의 연으로 발탁했다는 ‘인맥 논란’을 겪었다. 김학범 감독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서야 “비난 여론이 많았지만 나름 믿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감독들이 확신 없이 밀고나가진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황의조의 ‘슈팅 의지’를 눈여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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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도 공개했다. 2014년 성남 시절 김학범이 감독이 만나 황의조는 프로 2년차 애송이였다. “교체 멤버였는데 유심히 보니 15분을 뛰더라도 슈팅을 가장 많이 시도하더라. 그때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선수가 90분 내내 슈팅 하나 없었는데 황의조는 반드시 슈팅을 때렸다. 그래서 선발로 뛰게 했더니 골을 넣었다.” 황의조의 재능과 의지를 확인한 감독은 그해 겨울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을 주문했다. 훈련량과 체력을 키우면서 실력도 늘었다. 2014년 K리그에서 4골을 기록했던 황의조는 2015년 15골을 기록할 정도로 득점력이 좋아졌다. J리그 감바오사카 이적 후에는 문전에서 플레이가 더 세밀해졌다. 김 감독은 “일본에서 굉장히 성숙해지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면서 “당분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 같다. 대표팀에서도 공헌을 많이 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조현우의 투혼도 빛났다. 무릎 부상으로 컨디션이 온전하지 상황에서 준결승과 결승전을 소화하며 금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차상광 GK코치는 “약간의 통증은 있었지만 본인이 뛸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면서 “무리할 상황은 아니어서 자제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선수 본인이 책임감을 갖고 경기를 준비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 스리백->포백 전환 배경은?
아시안게임 명단 발표 당시 김학범 감독은 스리백 시스템 기반의 전술 활용 의지를 보였다. 선수 선발 역시 이 틀에서 이뤄졌다. 실제 조별리그 1, 2차전 선발라인업도 스리백 기반으로 꾸려졌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에서 수비 불안으로 충격패(1-2) 한 뒤 3차전부터는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이 스리백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국이 활용했던 스리백 전술은 맨투맨 위주에 사실상 파이브백을 이루는 대형이었다. 수비 안정에 무게를 두는 형태였다. 김학범호에서 추구하는 스리백은 좌우 측면의 활발한 공격 가담과 수비라인에서의 커버플레이가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했다. 체력과 전술 이해도가 필수적이다. 이민성 코치는 “맨투맨이 아닌 지역 수비이다 보니 공간을 커버하는 부분에서 버거워 했다. 수비 가담을 많이 요구하다보니 체력적으로도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조직적으로 잘 갖춰져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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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김진야와 김문환이라는 측면 자원을 새롭게 발굴했다. 모두 측면 공격에 더 익숙한 선수들이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자리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김문환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에 들어 A대표팀에도 선발됐다. 김진야 역시 전경기를 풀타임 소화하며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오른발잡이로 오른 측면에 익숙했던 자원이라 왼쪽 측면에서 보인 활약상이 놀라웠다. 김학범 감독은 “두 선수의 보직 변경은 성공했다”고 단언하며 “앞으로 소속팀과도 연계해 보직을 변경한다면 선수로서 더 오래 뛰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독려했다.

전술적인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것도 소득이다. 이민성 코치는 “훈련 때부터 (스리백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포백만 유지할 게 아니라 경기 상황에 따라 스리백을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2020 도쿄 올림픽 구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만큼 자연스럽게 시선은 다음 목표로 향한다. 2020도쿄올림픽이다. 김학범 감독도 한층 안정감을 갖고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장은 자신감보다 고민이 많다.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 중 2년 뒤 23세 이하 연령에 해당하는 선수는 굳이 올림픽에 출전할 이유가 없다. 김민재(21), 이승우(20), 김정민(18), 이승모(20), 정태욱(21), 송범근(20) 등이다. 대표팀 차출 의무가 없는 대회라 소속팀의 협조를 얻기도 쉽지 않다. 아예 새로운 자원들을 발굴해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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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내 경쟁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일본,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벌써 21세 이하 팀을 꾸려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우린 아직 시작도 안했다. 진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나가서 망신 당할 수도 있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2년 뒤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게 우선이다. “계획이 서면 (축구협회)지원도 따라올 것”이라며 체계적인 준비를 강조했다.

A대표팀과의 연계 작업에도 기대감을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그렇게 되면 참 좋겠다”며 “(올림픽)연령대 선수들이 A팀에 많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전달했다.

김학범 감독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한국 축구와 K리그 발전을 위해 모든 부분에서 잘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며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녹색 온도, 녹색 아닌 풍경 @joy2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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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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