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가을인데 봄처럼 따뜻하군요

기사작성 : 2018-09-12 03:49

-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0-0 칠레
- 40,127명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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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

2008년이었던 것 같다. 이동국(당시 미들즈브러)의 원정경기를 취재하러 뉴캐슬에 갔다. 경기장은 시내 언덕 위에 있었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 떠올랐다. 경기장을 향해 팬들이 줄지어 올라갔다. 해류를 타는 니모처럼 행렬에 실려가니 신전에 닿았다. 아니, 세인트제임스파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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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퇴근 시간,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가는 길목도 사람과 자동차로 가득했다. 경기 시작 전, 이런 분위기는 무척 오랜만이었다.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동행한 후배와 기억 조각을 맞추니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 중국전(2016.09.01)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당시 중국 팬들이 대거 모여 5만 명을 찍었다.

‘칠레전’이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올라 있었다. 두들겨 맞기만 했던 한국 축구가 이렇게 긍정적 전환에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마 전까지 국가대표팀은 답답하다고 욕먹고, 감독은 무능하다고 조롱당하고, 선수들은 소셜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기 바빴다. 칠레전이 시작하기 전부터 경기장 주변에서 사랑이 넘쳤다. 북적이는 빅버드, 팬들의 미소, 선수들의 편안한 표정. 앙증맞은 뿔들이 팬들의 머리 위에서 예쁘게 깜빡였다.

금상첨화 평가전 상대인 칠레는 강했다. 일본전 취소로 생긴 휴식 덕분인지 다들 움직임이 싱싱했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온 강자가 상대 진영에서 압박할 정도로 진지하게 뛰면 한 수 아래인 한국은 고마울 따름이다. 아르투로 비달의 커버 영역과 센스, 볼터치, 투쟁심이 빛을 발했다. 생각해보면 칠레는 남미 챔피언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있는 그 대륙이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 한국은 밀렸다. 하지만 한 번씩 스파크를 일으켰다. 전반 21분 시원한 역습에서 황의조의 슛이 골키퍼에 막혔다. 30분에는 황희찬이 황소처럼 밀고 들어가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이날 황희찬은 본색을 되찾았다. 어깨를 먼저 쑤셔 넣는 드리블 돌파가 연출될 때마다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아시안게임 내내 황희찬의 이름에는 ‘악플’이 주렁주렁 달렸다. 수원에서 황희찬이 달릴 때마다 환호가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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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한때’가 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유명인의 ‘한때’는 정말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 국민적 관심사인 한국 축구도 같은 운명 속에 산다. 2012년 런던과 2014년 브라질의 주인공이 동일 인물이란 사실이 믿기는가? 2018 러시아월드컵의 아시아 지역 예선부터 본선의 멕시코전까지, 그리고 독일전부터 아시안게임을 거쳐 칠레전까지도 무대 위의 주인공은 같았다. 야유가 쏟아졌던 똑같은 곳으로 이제 사랑이 쏟아진다.

지금 한국 축구에 ‘즐거운 한때’가 찾아왔다. 칠레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선수들도 편안해 보였다. 취재진과 선수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도 더 길어졌고, 더 환해졌고, 더 편해졌다. 이승우는 왠지 뾰로통해 보였다. 뛰지 못한 축구선수는 누구나 불만이다. 하지만 그런 이승우마저 반갑고 귀여웠다. 지난 2년 동안 한국 축구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뒤돌아보면, 지금은 뭐든지 좋다.

저녁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추석이 코앞이니 자연스럽다. 그런데 우리의 축구는 따뜻하다. 봄처럼 따뜻해졌다.

사진=FAphotos
writer

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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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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