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old] 황의조부터 조현우까지, 무풍지대 없다

기사작성 : 2018-09-12 05:28

- 벤투 리더십 첫선, A매치 2연전 종합 평가
- 토털풋볼의 진화, 전원 수비-전원 빌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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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수원)]

새로운 체제는 통상 허니문 효과를 누린다. 대통령이 바뀌면 초기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 성적이 상승한다. 특히 프로팀의 경우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감독을 교체하면 성적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유효기간은 통상 2, 3개월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언가 달라질 거라는 기대감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진다. 새로운 경쟁 분위기가 형성된다. 대표팀도 다르지 않다. 신임 감독 파울루 벤투가 첫선을 보인 9월 A매치 2연전에는 모처럼 긴장감이 돌았다. 코스타리카(7일), 칠레(11일)를 상대로 몰입도 높은 경기가 연달아 나왔다.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거의 모든 포지션이 경쟁 체제가 됐다. 벤투 감독은 2경기를 통해 선수 파악에 나섰고, 출전 기회를 잡은 선수들은 최선의 플레이로 응답했다. 월드컵 멤버라는 ‘프리미엄’을 가진 선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 황의조부터 조현우까지, 전 포지션 경쟁 체제
2연전을 통해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된 포지션은 최전방이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지동원, 칠레전에서는 황의조가 각각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중엔 두 선수 모두 서로의 교체 멤버로 출전하기도 했다. 상대의 전력차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점검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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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한동안 부침을 겪었던 지동원은 반전을 이뤘다. 코스타리카 감독이 한국에서 인상적이었던 선수로 손흥민과 함께 지동원을 꼽았을 정도다. 아시안게임 득점왕(9골/7경기) 황의조는 다소 주춤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인 골 감각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한 팀들과 칠레는 차원이 달랐다. 칠레의 강한 압박에 고립됐지만 볼을 지키고 연계하려 애썼다. 두 선수 모두 “벤투 감독의 요구 사항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황의조는 “많은 활동량과 움직임이 필요하고 골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동원도 “감독님이 원하시는 활동량에 더해 득점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적극적인 움직임과 결정력이 더해져야 벤투 감독에게 인정받는 공격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문 앞도 마찬가지. 2018월드컵을 통해 ‘No.1’ 골키퍼로 떠오른 조현우가 벤투호 첫 소집에는 함께하지 않았다. 무릎 부상으로 하차했다. 이 틈을 김승규(코스타리카전 선발)와 김진현(칠레전 선발)이 자연스럽게 메웠다. 월드컵 전까지 앞서거니뒤서거니 골문을 맡았던 둘은 조현우의 강렬한 활약상에 가려진 존재가 됐다. 그러나 벤투 감독 첫 소집에서 다시 발돋움할 기회를 얻었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지켰다. 조현우가 돌아오더라도 두 골키퍼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골키퍼에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 능력이다. 벤투 감독이 중시하는 덕목이다. 골키퍼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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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2선은 그야말로 격전지다. 주장 손흥민을 제외하고 누구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남태희, 이재성, 황희찬, 문선민, 이승우, 황인범 등 공격자원으로 소집된 모든 선수들이 점검을 받았다. 여기에 권창훈 등 부상으로 잠시 멀어진 선수들까지 가세하면 치열한 전장이 된다. 이재성은 코스타리카전 후 “감독님이 바뀐 후에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나만의 강점을 잘 살려 어필하겠다”고 했다. 칠레전을 소화한 황희찬도 “나 혼자만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팀을 위해 더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간절해졌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언급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치르며 부쩍 성장한 이승우 역시 강도가 높아진 경쟁 체제에 대해 “경쟁 속에서 컸다. 이제는 익숙하다. 내가 좀 더 발전해서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 토털풋볼의 진화, 전원 수비&전원 빌드업
2연전을 통해 드러난 벤투의 지향점은 뚜렷하다. 공격부터 시작되는 수비가담과 수비에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이다. 쉽게 말해 모든 선수가 수비와 공격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토털풋볼’의 진화라고 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큰 틀에서 “볼 점유”와 “끊임없는 기회 창출”을 언급했다. 볼을 뺏기는 자리가 바로 수비의 시작이고, 볼을 뺏는 자리는 곧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기를 요구한다.

공격수들의 증언은 이렇다. 황의조는 “공격수들도 수비에 많이 가담해야 한다”고 했고 지동원은 “공격수가 수비에 가담하면 공격지역에서의 수비 조직이 좋아진다. 상대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설명을 보탰다. 측면을 오간 황희찬은 “수비할 때는 촘촘하게 유지하고 공격할 때는 (방향 전환 등) 넓게 쓰면서 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경기를 많이 요구하셨다”고 전했다. 손흥민의 활동 반경이 하프라인 너머 수비 진영까지 확장된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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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칭 ‘후방 빌드업’으로 알려진 공격 전개는 최후방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번 소집 훈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내용이기도 하다. 대개 중앙수비수의 발끝이 시작점이지만, 골키퍼가 뿌려주는 패스도 허투루 삼지 않는다. 패스의 큰 줄기는 중앙 미드필더를 거쳐 좌우 측면을 열어가는 식이다. 칠레전에서 골키퍼 김진현의 시도를 눈 여겨봤다면 이해하기 쉽다. 황의조는 “상대가 압박했을 때 우리가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내용을 가장 많이 말씀하셨던 것 같다”면서도 “상대의 압박이 심하면 롱볼을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기성용이 수비라인 가까운 위치에서 길게 뿌려준 패스들이 그 예다. 대지를 가르듯 좌우로 정확하게 뻗어나간 패스는 거의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런 패스를 전달하기 위해 전방의 공격수뿐만 아니라 좌우 풀백들이 엄청난 속도로 공격에 가담한다. 벤투 축구가 역동성을 갖는 이유다.

# 벤투의 시선은 아시안컵을 향한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현실 직시에 대한 요청도 간과할 수 없다.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 이는 역시 기성용이다. 베테랑 미드필더는 “두 경기로 새 감독님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면서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감독님도 선수들을 파악하고 한국 축구 문화와 분위기를 익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리도 감독님의 철학을 100%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10월, 11월 예정된 A매치를 통한 성장도 지켜봐달라는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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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이다. 짧게는 2019년 1월의 아시안컵, 길게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이뤄질 단계적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당장 3개월 남짓 뒤로 다가온 아시안컵을 목표로 팀을 다지는 게 우선이다. 10월, 11월에 이어질 A매치에서 좋은 스파링 파트너를 만난다. 특히 10월에는 우루과이, 파나마 등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참가했던 팀들을 상대한다. 기성용 역시 “칠레전을 통해 우리보다 한 수 위의 팀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선수들 스스로 많이 배웠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다음달 우루과이전도 좋은 기회다. 앞으로 이렇게 좋은 팀과 경기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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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까지 새로운 과제도 생겼다. 세대교체를 자연스럽게 완성하는 일이다. 2018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자신감을 얻은 젊은 선수들은 확실히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기존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기성용도 이 점을 언급했다. “대표팀은 항상 월드컵을 기점 삼아 준비하고 발전한다”면서 “아시안게임과 A대표팀은 또 다르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빨리 A대표팀에 적응해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게 한국축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계 무대와 아시아권에서의 싸움은 결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칠레처럼 강팀을 상대하는 경험을 통해 배운다면 아시아에서는 대체로 우리가 주도하게 된다.” 빌드업만큼 생각의 전환도 중요하다. 기성용은 “이제 (아시아팀 상대할 경우) 빌드업을 할 때 밀집 수비를 어떻게 뚫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야 한다”며 동료들에게 숙제를 안겼다. 지금 축구대표팀은 신임 감독과 함께 ‘열공 모드’로 들어갔다.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녹색 온도, 녹색 아닌 풍경 @joy2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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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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