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told] 신화용이 다시 쓴 ACL 소설의 끝

기사작성 : 2018-09-20 03:20

- 빅버드의 기적은 없었다
- 신화용이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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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박찬기(수원)]

소설도 이런 소설이 없다. 19일 수원삼성이 승부차기 끝에 전북현대를 꺾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에 진출했다. 주인공은 단연 신화용이었다. 한 번의 선방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두 번의 선방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 기: 전주성을 함락한 수원
시작부터 불안했다. 1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지난달 28일), 6년간 팀을 이끈 서정원 감독이 사퇴를 선언했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도 하필 전주월드컵경기장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홈 극강’ 전북을 상대하기에 패색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 기우였다. 백3를 버리고 백4로 나선 수원은 달랐다. 전반에 주도권을 가져갔고, 후반에 정점을 찍었다. 데얀의 멀티골과 한의권의 추가골로 수원이 3-0 대승을 거뒀다.

수원 선수들은 승리 요인으로 정신력을 꼽았다. 염기훈은 “(서정원) 감독님이 그런 결정을 함으로써 선수들의 정신이 깨어났다”고 설명했다. 데얀도 “모두가 100퍼센트를 쏟아부으면 오늘처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병근 감독대행은 “서정원 감독님께서 1차전은 백4로 가자고 말씀하셨다”며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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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 전북이 ‘전북’했던 빅버드에서의 90분
2차전을 앞두고 전북 공식 SNS에 ‘우리에겐 아직 90분이 남아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전북은 90분을 지배했다. 전반 초반부터 공세를 올렸다. 아드리아노, 로페즈, 한교원은 강한 압박으로 수원 골문을 위협했다. 수비수들은 라인을 끌어올려 공격을 지원했다. 볼은 계속 수원 진영에서 돌았고, 전반 내내 슈팅을 한 번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다.

선제골도 이른 시간에 나왔다. 전반 11분, 로페즈의 크로스를 받은 아드리아노가 신화용을 제치고 가볍게 차 넣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원이 몰아쳤지만 잠깐이었다. 다시 주도권을 가져간 전북은 추가골을 기록했다. 이승기의 코너킥을 최보경이 머리로 밀어넣었다. 이를 기점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기세에 눌린 수원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흔들렸고, 실수를 남발했다. 후반 21분, 김신욱의 동점골로 전북의 ‘닥공’이 열매를 맺었다.

정신력마저 투철했다. 김민재와 홍정호는 근육 경련으로 몇 차례 쓰러졌음에도 곧바로 일어나 전력 질주했다.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우리가 원하는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수원의 주장 완장을 차고 풀타임 활약한 최성근도 “예상한 것처럼 전북이 강하게 나왔다. 90분간 확실히 밀렸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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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분위기를 뒤바꾼 신화용의 선방
후반 추가시간이 4분 주어졌다는 안내 방송이 끝나자마자 수원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조성진이 아드리아노에게 무리한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전북 팬들은 승리를 확신한다는 듯 환호했고, 수원 팬들은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수원에는 신화용이 있었다. 아드리아노의 슈팅을 막아내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신화용은 “이번 시즌 페널티킥 상황들을 떠올렸다. 자신 있게 막자고 다짐했고, 이것만 막으면 연장전에서 이길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1, 2차전을 통틀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장 들어 수원이 기세를 올렸다. 점유율을 높이며 데얀, 사리치, 김종민이 위협적인 상황도 만들었다. 득점은 실패했지만 분명 정규시간의 수원과 달랐다. 이병근 감독대행은 “꺼져가는 불씨를 신화용이 살렸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는 정신력이 그때부터 발휘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성근도 “(신)화용이 형이 페널티킥을 막으면서 분위기가 뒤집혔고, 우리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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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 기어코 승리를 가져온 신화용
120분 혈투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의 2차전은 승부차기로 흘렀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신화용이었다. 김신욱, 이동국의 슈팅을 막았다. 신화용은 “경기 전에 주요 키커를 분석하는 편이다. 요즘은 선수들이 방향을 정해놓고 차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선수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이 도움 됐다”고 선방 비결을 전했다. 덕분에 수원 키커들은 부담을 덜었고, 모든 키커가 골망을 갈랐다.

3실점이나 내준 골키퍼가 MOM(맨오브더매치)를 수상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신화용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단순히 선방에 그치지 않았다. 최성근은 “3골을 허용했음에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화용이 형의 존재감이 컸다. 그로 인해 모두 선수가 끝까지 몸을 던져 싸울 수 있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고비가 있었으나 결국 해피엔딩을 맞았다. 하지만 이제 진짜 시작이다. 11월 가시마 앤틀러스를 상대로 16년 만에 ACL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이날과 같은 90분을 되풀이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K리그 대표로 아시아 정복에 나선 수원이 쓰는 소설을 주목해보자.

사진=FAphotos
writer

by 박찬기

인생은 언제나 쉽지 않다. @ra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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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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