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분노와 실망이 두 감독을 집어삼키다

기사작성 : 2018-09-30 00:29

-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 수원삼성블루윙즈 2-2 울산현대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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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수원월드컵경기장)]

날씨가 좋다. 빅버드 위로 가을 하늘이 높다. 저 색깔을 왜 '하늘색'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2층 관중석을 덮은 통천, 양 팀 서포터즈, 그라운드 위에 있는 선수들까지 온통 파랗다. 90분이 지나자 양쪽 모두가 ‘블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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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까지 3경기 남았다. 홈팀 수원도 상위 스플릿에 대한 현실적 걱정이 크지 않다. 하지만 팀 공기는 낮다. 서정원 감독이 떠난 이후 리그 5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승점 15점 중에서 3점밖에 따지 못했다. 이병근 감독대행부터 선수들까지 풀이 죽은 느낌이다. AFC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전이 유일한 희망처럼 남는다. 그 전에 분위기를 추슬러야 한다.

상대가 쉽지 않다. 리그 3위 울산이다. 다이렉트 풋볼의 대명사다. 차고 달리고 골을 쑥 넣는다. 주목도보다 훨씬 강한 팀, 알고 보면 정상급 선수들로 꽉 찬 팀, 항상 우승할 수 있는 팀이다. 수원전 출전 명단은 K리그 정상급 선수 18인으로 채워졌다. 킥오프 8분 만에 한승규가 선제골을 뚝딱 넣었다. 수원이 횡으로 서성일 때, 울산은 종으로 뻗어갔다.

후반 초반 데얀이 들어갔다. 북측 스탠드에 갑자기 희망이 꽃피었다. 2분 뒤에 울산은 추가골로 K리그 레전드를 환영했다. 김태환과 한승규가 각각 2도움과 2골을 기록했다. 수원에는 승리보다 6경기 연속 무득점 탈출이 현실적 목표처럼 보였다. 공격하다가 끊겨 역습을 맞고, 또 맞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볼을 잃고, 고개를 숙였다. 수원은 찌를 선수를, 울산은 막을 선수를 경기에 집어넣었다.

정규시간 종료 8분 전에 수원은 첫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상대의 문전 클리어링으로 튕긴 볼을 왼발잡이 사리치가 오른발로 때렸다. 발등에 정확히 얹힌 볼은 울산 골문 안으로 정확히 이동했다. 영입 초기 서정원 전 감독은 “클래스가 다른 선수”라고 칭찬했었다. 사리치의 K리그 데뷔골은 그 말을 입증했다. 빅버드의 스피커가 우렁차게 일하기 시작했다. “골은 넣은 선수의 이름은?” 사리치다. “골을 넣은 팀은?” 수원이겠지. “오늘의 승리는?” 미안하지만, 울산일 것 같다.

추가시간 3분 중 1분이 지났다. 엔드라인에서 리차드가 염기훈과 엉켜 넘어졌다. 코너킥 선언에 리차드가 발끈했다. 경기 막판, 이런 코너킥은 꼭 사고를 친다. 홍철의 코너킥을 사리치가 자유롭게 머리를 대 동점골을 터트렸다. 헤더치곤 강슛이었다. 울산의 부주의한 마무리를 찰싹 때리는 회초리 같았다. 사리치가 K리그 1호, 2호 골로 수원을 구했다. 염기훈이 독점하는 줄 알았던 ‘하드캐리’를 사리치가 빌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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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료관중은 6,617명으로 집계되었다. 서포터즈도 있었겠지만, 가을의 주말을 즐기는 ‘캐쥬얼팬’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그 팬들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경기였다. 4골이 나왔고, 막판 반전도 있었다. 감독들이 제일 피하고 싶은, 팬들은 가장 즐기고 싶은 내용이다. 승리가 ‘절대선’이겠지만, 흥행 차원에서는 가끔 이런 극장 연출도 크게 나쁠 것 같지 않다. 무승부가 치명상이 아닌 상황이라면, 이제 1만 관중이 버거워 보이는 요즘 K리그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경기 후 기자회견장과 공동취재구역의 분위기는 한없이 ‘블루’했다.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소감을 밝혔지만, 솔직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분노에 휩싸인 감독에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병근 감독대행도 어두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두 사람의 감정 표현은 공감한다. 종료 직전에 수비 실수로 승점 2점을 날렸으니 화도 날 만하다. 감독대행이 짊어져야 할 외로운 고충도 클 것이다. 하지만 두 감독의 반응이 과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매 경기를 사생결단으로 치르는 프로의 자세라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2011년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취재했다. 바르셀로나에 1-3으로 완패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천하의 베테랑도 침울해 보였다. 한 기자가 “바르셀로나에서 탐나는 선수가 있다면?”이라고 물었다. 퍼거슨 감독은 “아니, 무슨 질문이 그래? 마스체라노!”라고 대답해 좌중을 웃겼다. 분노와 우울함으로 숨이 막힐 것 같은 빅버드의 기자회견장에서 갑자기 그 여유가 그리워졌다.

사진=FAphotos
writer

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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