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전주] 전북의 우승은 문화가 되어간다

기사작성 : 2018-10-21 07:55

- K리그1 33라운드: 전북 3-2 인천
- 통산 여섯 번째 우승 달성과 전북의 우승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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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전주)]

2015년 겨울이었다. 전북현대모터스는 네 번째 리그 우승을 차지한 직후였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축구 감독은 처음 봤다. 최 감독이 말한 문화는 곧 승리, 우승, 성취, 관중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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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흘렀다. 전북은 여섯 번째 별을 달았다. 스플릿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우승을 확정했다. 2009년 첫 우승부터 최근 10시즌 중 6시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 시즌 4월 11일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리그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모두의 예상대로 전북은 아주 당연하게 2018년 챔피언이 되었다. 여자친구를 인도 쪽으로 서게 하고, 구급차에 길을 터주고, 연장자가 숟가락을 들기를 기다리는 듯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은 성취의 문화를 이어갔다.

인천유나이티드전은 쉬운 승리가 돼야 했었다. 우승을 조기 확정한 ‘절대 1강’이 홈에서 리그 최하위를 상대했기 때문이다. 전력과 승점의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 멀었다. 경기가 끝나고 우승 세리머니가 예정되어있었다. 홈팀이 멋지게 승리하고, 빛나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홈 팬들과 함께 찬가를 부르는 시나리오였다. 이른바 전북의 잔칫날이었다.

‘생존왕’ 습관을 지키려는 인천은 독했다. 전반 9분 만에 무고사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찬물을 끼얹었다. 11분 뒤 전북이 동점을 만들었지만, 전반전 종료 4분을 남기고 인천은 다시 한 골 앞서나갔다. 문선민의 영리한 스루패스와 남준재의 환상적인 개인 기량으로 인천이 스코어를 2-1로 만들었다. 남준재는 무릎을 꿇고 활을 쐈다. 프랑스 조각가 에밀 앙트완 부르델의 작품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의 실사판이었다. 인천 선수와 원정 서포터즈의 열광에 비해 남준재의 골 셀러브레이션은 지나치게 ‘쿨’했다.

후반전이 되자 전북의 이동국과 아드리아노가 들어갔다. 두 선수는 경기장에 들어간 목적을 충실히 달성했다. 후반 35분에 아드리아노가 동점골, 후반 42분에 이동국이 역전골을 차례대로 터트렸다. 전반전에 전북의 가슴팍에 꽂혀있던 인천의 화살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안데르센 인천 감독의 격한 불만 몸짓도 이날의 시나리오를 뒤집지 못했다. 반쯤 엎어졌던 잔칫상이 수습되었고, 경기 후 전북은 여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전북의 강세는 매우 자연스럽다. 구단 예산이 가장 크다. 모기업의 ‘우직한’ 문화가 구단 곳곳에 스며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관심, 최강희 감독의 지속성(2005년~), 든든한 지원과 최상의 환경,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고도 이기심을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가 전북을 강하게 만든다. 인천전을 마친 최강희 감독은 “시즌 개막 전부터 ‘절대 1강’이라고 해서 정말 부담스러웠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전북은 누가 뭐래도 ‘절대 1강’일 수밖에 없다.

전북의 우승 역사를 오롯이 함께했던 이동국의 소감은 담담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동국은 “우승 기분은 하루만 지나면 다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한 시즌을 상징하는 그 장면, 그 순간을 즐기려고 1년을 준비한다는 말이 전북과 이동국의 우승 습관을 잘 설명한다.

토너먼트 방식이 아닌 리그에서 전북을 당해낼 경쟁자는 찾기가 어렵다. 스쿼드가 압도적이다. 베테랑이 나이가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한다. 후배들은 그런 선배들을 보며 무섭게 자란다. 레전드들이 코칭스태프로서 중추를 맡는다. 감독은 꾸준하다. 모기업의 지원도 변함없다. 최강희 감독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도 전북의 승리 관성은 크게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강점이 모여 승리가 되고, 성취가 반복되어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쌓여간다.

강자라고 해도 집중력과 동기부여를 꾸준히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현역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레전드 에드빈 판데르사르는 “강팀일수록 골키퍼가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자기 진영에 홀로 남아 대기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판데르사르는 수없이 슛을 막아야 했던 풀럼 시절이 오히려 더 쉬웠다고 말했다. “당연히 우승해야 하는 팀이 되어 버렸다”라는 최강희 감독의 고충도 일맥상통한다.

2015년 당시 최강희 감독은 프랑스 리그앙에서 7연패를 달성했던 올랭피크 리옹을 예로 들었다. 그렇게 늘 이겨서 많은 관중이 찾아오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인천전에서도 실관중은 2만을 넘겼을 것이다. 경기 후 우승 세리머니를 함께 즐기려고 많은 홈 팬이 자리를 지켰다. 관중석 전체가 함께하는 ‘오오렐레’ 세리머니는 장관이다. 거대한 시장을 지니고도 부침을 겪는 수도권 인기 구단들의 행보를 보면, 전북이 만들어가는 문화가 더 대단해 보인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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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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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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