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told] 냉정하지 못한 수원, 살리지 못한 16년 만의 기회

기사작성 : 2018-10-25 03:43

- 10분 만에 3골을 몰아친 수원
- 하지만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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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박찬기(수원)]

기적이 탄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30분을 버티지 못했고, 16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던 수원삼성은 결국 고개를 떨궜다.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와 ACL 준결승 2차전에서 3-3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3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보여줬으나 냉정함은 유지하지 못했다. 안일한 수비로 2골을 내주며 합산 스코어 5-6으로 패해 대회를 마감했다.

# 서정원 감독이 ‘냉정함’을 강조한 이유
최근 몇 년간 수원은 냉정함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리드를 잡고도 후반 막판 실점하는 패턴이 자주 발생해 ‘세오타임’이라는 굴욕적 별명을 얻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치른 1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6분 만에 2골을 넣고도 3골을 내줘 역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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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달라야 했다. 경기의 무게감부터 차원이 달랐다. 홈에서 열리는 한일전이자 구단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ACL 결승 진출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정신 무장은 다른 때보다 투철했다. 임상협은 수원을 ‘한국 대표’로 표현하면서 “강한 책임감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1차전 패배로 결승에 오를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승리뿐이었다. 수비 불안으로 골머리를 앓는 수원 입장에서 공격에만 힘을 싣는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전 기자회견에서 서정원 감독이 2차전 키워드로 ‘냉정함’을 꼽은 이유다. “연승을 달리며 분위기가 좋아졌다. 선수들에게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자고 주문했다”면서 “투지, 혼신의 힘과 같은 정신적인 부분이 필요한 경기로 예상한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냉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결국 냉정을 잃었던 수원
서정원 감독 복귀 이후 2경기에서 보여준 체계적인 빌드업은 찾을 수 없었다. 수원 선수들이 냉정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가시마가 공격적으로 나선 영향이 컸다. 가시마는 “1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흐름을 주도하는 경기를 하겠다”는 오이와 고 감독의 말처럼 내려서지 않았다. 투톱 세르징요와 스즈키 유마는 강한 압박으로 수원 수비를 위협했다. 마음 급한 수원은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의 간격이 벌어져 단조로운 롱볼로 공격을 전개해야 했고, 패스 미스로 역습을 허용하는 경우도 잦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박기동을 투입한 수원이 분위기를 뒤집었다. 롱볼 위주 공격은 같았지만 신체 조건이 뛰어난 데얀, 박기동의 존재감에 가시마 수비가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수원의 3골도 여기서 나왔다. 두 선수에게 집중된 견제를 피해 임상협, 조성진이 연속으로 골망을 갈랐고, 마지막은 데얀이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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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단숨에 역전에 성공한 수원 선수들은 다시 냉정함을 잃은 듯했다. 염기훈, 조원희 등 베테랑들의 독려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수비에서 그랬다. 느슨한 대인방어로 공간을 내줬고, 내리 2골을 실점했다. 서정원 감독은 “3-1 상황이 되자 선수들이 흥분했다고 느꼈다. 냉정함을 찾으라고 요구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구자룡 등이 부상으로 빠져 변화를 주기도 힘들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오이와 고 감독은 “1-3이 되면서 스스로 냉정함을 잃지 말자고 되뇌었다”면서 “세 차례 실점 후에도 교체를 하지 않으며 믿음을 표했고, 선수들이 신뢰에 보답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 좌절하기 이른 2018년
전력을 쏟았던 ACL이 끝났다. 하지만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만날 상대팀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한 K리그에서 전북현대, 포항스틸러스, 울산현대, 경남FC, 제주유나이티드를 차례로 만난다. FA컵 준결승에선 울산과 또 맞붙는다. 쉬어갈 수 있는 경기가 없다. 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 유일하게 1월에 시즌을 시작한 수원은 현재 49경기로 K리그 팀 중 올해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계속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기도 하다. 로테이션이 불가피함은 물론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ACL 탈락으로 흔들릴 수 있는 분위기도 다잡아야 한다. 슬퍼할 시간이 없다. 수원은 여전히 갈 길이 바쁘다.

사진=FAphotos
writer

by 박찬기

인생은 언제나 쉽지 않다. @ra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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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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