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섭의 유럽일기] 독일 유스 시스템, 초심으로 살펴보니...

기사작성 : 2018-10-30 16:18

- 프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 유럽으로 떠난 지도자
- 초심으로 읽어보는 유럽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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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편집팀]

유럽으로 떠난 송경섭 전 강원FC 감독이 현지에서 소식을 전해왔다. 독일을 거점으로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관점으로 축구를 읽는 중이다. “축구팬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그 내용을 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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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온지 한 달이 되어간다.
프로팀에서 물러난 후 유럽행을 택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무의미하고 혼탁해진 시간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처음 떠올린 행선지는 포르투갈, 벨기에, 영국 등이었다. 그러다 P라이센스 교육을 받았던 2007년이 생각났다. 독일행을 결심한 이유다. 프랑크푸르트에서 2주, 쾰른에서 2주를 보냈다. 이곳을 거점으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호펜하임, FSV 마인츠05, 바이엘 04레버쿠젠, 뒤셀도프르 등을 돌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12세부터 19세까지 연령별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 등을 관찰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처음 전임지도자 1기로 일했던 시절을 상기하고 있다. 축구 발전은 뿌리부터 단단해져야 한다는 믿음을 이곳에서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중이다. 나름 바쁜 일정으로 발품을 팔고 다니는 하루하루 의미가 새롭게 느껴진다. 분데스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 2부리그 경기 등을 보면서 이 시간들을 감사하며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서 느낀 점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려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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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스시스템 선수 구성-훈련 방식
가장 인상적인 건 독일 유스시스템의 선수 구성이다. 프로선수로 올라서는 연령은 대개 19세 즈음이다. 12세 이하 팀부터 19세 이하 팀까지, 18명~20명 정도가 연령별 팀으로 구성된다. 연령별로 한두 살 차 나는 선수들은 월반하거나 아래 팀으로 내리기도 하지만 90%는 상급 팀으로 올라간다. 나머지 10%는 각 지역 스카우터들의 몫이다. 이들이 선발하고 추천한 선수들에게 테스트 기회를 제공하고, 이 중 한두 명을 연령별 팀에 보강하는 식이다.

훈련 내용도 흥미롭다. 훈련의 80% 이상 경기 위주로 프로그램을 짠다. 연령별로 SSG(미니게임)를 다양하게 진행한다. 1대1부터 4대4, 7대7 등으로 구성해 경기를 통해 재미와 흥미를 먼저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U-12팀은 7대7, 8대8 경기 위주로 훈련과 실전을 진행하고, U-13 팀은 9대9로 프로그램을 짠다. 국내에서도 내년부터 초등부 경기를 8대8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어린 나이의 선수들에게 특히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볼터치 경험을 늘릴 수 있고, 작은 공간에서 팀 플레이를 향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한국적인 상황을 반영할 필요는 있다. 현장 지도자들이 우려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8대8에 맞는 경기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고, 특히 저학년일수록 정원을 줄여야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장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현실적인 반영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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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도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내용이 있다. GK 훈련과 필드 플레이어 훈련에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주 2, 3회 정도 골키퍼와 필드 선수들이 함께 기술훈련이나 미니 게임 등을 하는 훈련을 병행하는 풍경이 일반적이다. 골키퍼에게도 콘트롤, 패스 같은 ‘발 기술’이 중시되는 시대인 만큼 팀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강화시키는 모습이다. 국내 유스팀 중에서도 이런 식으로 경계를 허무는 팀이 있는 것으로 안다. 더 많은 팀에서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키퍼의 기술 역시 개인의 노력으로만 만들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팀과 함께 익혀 나가는 것도 옳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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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좀 더 커서 집중해도 늦지 않다. 10세~16세는 무엇이든 학습할 수 있는 나이다. 나는 이 시기에 이기는 선수보다 발전하는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골키퍼를 예로 들면, 이 시기에 ‘이기는 축구’에 함몰될 경우 패스나 빌드업보다 킥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나라면 8대8경기에서 ‘골키퍼의 킥이 하프라인을 넘길 수 없다’는 식으로 제한을 두고 훈련을 진행하겠다. 빌드업을 통한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거나 습득할 수 있지 않을까. 득점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시도할 경우에만 인정하는 것도 괜찮을 수 있겠다. 그러면 선수들이 박스 안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빌드업을 익히면서 연령별 훈련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그림이다.

#2. 일상으로 즐기는 축구
이곳에서 A매치 기간에 두 경기를 봤다. 대표팀 경기가 아니었다. 도르트문트(1부) vs 알레마니아아켄(4부), 뒤셀도르프(1부) vs 힐텐(5부) 경기였다. 1부리그 팀이 하위리그 혹은 아마추어 팀과 경기를 갖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국내 프로팀들도 A매치 주간에 이런 식으로 연습경기를 갖곤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도르트문트와 뒤셀도르프 모두 ‘지역민을 위한’ 친선경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상대가 4부리그 팀이든 5부리그 팀이든 상관없다. 지역 내 축구 부흥 또는 지역 팀에 특별한 동기를 불어넣기 위해 1부리그 팀이 나서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실제 경기장은 작은 축제를 방불케 했다. 지역 내 어린 선수들과 마을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분데스리가 1부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도 직접 보고, 지역민들이 즐겁게 경기 혹은 경기를 매개로 하는 일과를 보내는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런 문화가 몹시 부러웠다. 확인해 보니 독일축구협회와 지역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구단이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되는 이벤트였다고 한다. 이런 경기에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지역 내 유소년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역 축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이런 식으로 탄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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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이런 식으로 이벤트를 확장해보면 어떨까. 작은 것부터 제안하고 싶다. 훈련장의 문턱을 낮춰보자. 이곳 1부리그 팀들의 경우 비공개훈련을 제외한 모든 훈련을 팬들이 구경할 수 있다. 국내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FC서울 정도가 공개 훈련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날을 한두 번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시즌이 한창일 때는 감독과 선수단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A매치 기간에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 기간을 활용해 프로팀들이 공개 훈련 이벤트를 진행한다거나 팬들과 선수단이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보자. 이렇게 작은 스킨십에서 시작하면 큰 이벤트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강원FC(K1리그)와 춘천시민구단(K3리그)이 홈구장이 있는 춘천에서 경기를 갖는 식이다. 지역민이 지역 팀에 관심에 집중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축구 문화의 발전은 지역민을 빼놓고 완성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3. 프로팀-유스팀 ‘패키지 경기’ 어떨까
10월 2일 이곳 호펜하임에서 UEFA챔피언스리그 호펜하임-맨체스터 시티 경기가 열렸다.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돼 현장에서 경기를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같은 날 다른 경기는 볼 수 있었다. 오후에 호펜하임 U-19팀과 맨시티 U-19팀의 UEFA유스리그 경기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진을 만드는 방식도 신선하다고 느꼈다. 국내에서도 시도해볼 만하지 않은가. 프로팀의 경기와 산하 유스팀의 경기를 같은 날짜에 배치하는 것이다. K리그 산하 유스팀(U-18)도 주말을 활용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프로 경기 전 시간에 근처 운동장을 사용해 유스 경기를 진행하고, 유스 경기 입장권을 가진 팬들에게는 프로 경기 티켓 할인 등을 제공할 수도 있다. 팬들의 관심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 단순히 프로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유스 선수들에게도 애정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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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팀 해외 교류전에도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협회 전임지도자 시절 대표팀을 데리고 여러 나라를 다녀봤다. 어린 때일수록 인종과 성향이 많이 다른 유럽 혹은 남미 선수들과 붙는 경험이 생각보다 큰 효과를 낸다고 느꼈다. 노란 머리, 파란 눈 등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상대에 익숙해지는 만큼 자신감이 생긴다.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나라의 선수들에게 실전을 통한 경험보다 큰 배움은 없다. 유럽에서는 육로를 통한 이동과 소통이 자유롭기 때문에 서로를 자극제로 삼아 발전한다. 우리도 동남아, 일본, 중국 등 인접국과 교류전을 갖지만, 그보다 강하거나 아예 차별점을 갖는 상대를 만나는 경험이 경쟁력을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힘과 기술에서 밀려도 보고, 긴 다리에 태클도 당해보고, 0-3 혹은 0-5로 크게 패하는 경험도 하면서 소위 ‘맷집’을 키우는 거다. 이 과정을 통해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교류전을 위한 교류전이 아니라 진지하게 발전을 고민하는 차원의 유소년 정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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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독일에서 본 시스템이 모두 옳거나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다. 국내에 도입했던 ‘골든 에이지 제도’의 경우 독일에서는 이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이었지만, 우리의 현장과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렇지만 우리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그 방향성을 총론으로 말하자면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은 축구의 질을 높이고, 지역축구협회 및 지역팀은 인프라 확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현장에 반영하기까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부끄러운 필력이지만 모쪼록 한마음으로 좀 더 멀리 보고 만들어갈 수 있는 유소년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정리해보았다.

다음은 영국을 거쳐 독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곧 다시 좋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송경섭(전 강원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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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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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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