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up.told] 목마른 울산, 번아웃 수원

기사작성 : 2018-11-01 08:58

-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2-1 수원
- FA컵 2연패 바라보는 울산과 '빈 손' 수원의 희비 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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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울산)]

단판 승부는 짜릿한 동시에 잔인하다. 승자에게는 독식의 기쁨과 영광을 선사한다. 패자에게선 모든 걸 앗아간다. 한 경기에 희극과 비극이 동시에 벌어진다. 10월 3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FA컵 4강전이 그랬다.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 무대였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이 수원을 2-1로 눌렀다. 승리를 챙긴 울산은 팀 역사상 처음으로 FA컵 2연패를 노리게 됐다. 감독도, 선수들도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수원은 망연자실, 넋 나간 표정이다. AFC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 탈락에 이어 FA컵에서도 결승으로 가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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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자신감 받고 갈증 더  
“수원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김도훈 감독은 ‘챔스 악몽’을 상기했다. 두 팀은 지난 5월 ACL 8강행 티켓을 놓고 다퉜다. 1차전에서는 울산이 1-0으로 승리했지만 2차전에서 수원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김도훈 감독은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5개월 사이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일단 홈에서 지지 않는 팀이 됐다. 준결승을 치르기 전까지, 울산은 FA컵과 K리그를 합해 11연속 무패 중이었다. 이근호는 홈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를 “심리적 안정감”과 “홈팬들의 응원”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기력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믹스가 가세한 후 미드필드 운용에 여유가 생겼다. 전방을 향해 안정적인 볼 배급이 이뤄진 덕에 준족의 공격 자원들을 활용한 폭발력이 생겼다. 김인성, 황일수 등 K리그에서 손꼽히는 스프린터들은 물론이고 이근호, 한승규 등이 시도하는 침투와 연계 플레이도 활기가 돈다. 김도훈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가 가능해졌다”며 의지대로 이뤄지는 경기력에 기뻐했다. 이근호도 “전반전에 골이 나지 않아도 후반에 교체로 들어가는 선수가 넣어줄 수 있다”며 “누가 뛰어도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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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신감은 이른 시간 득점으로 이어졌다. 전반 6분 페널티 오른쪽에서 이명재가 차올린 프리킥을 리차드가 머리로 연결하며 선제골에 성공했다. 팀에 첫 골을 안긴 리차드는 32분 주니오의 추가골도 어시스트했다. 울산 코너킥 상황에서 또 한번 공격에 가담해 헤더로 주니오 앞에 볼을 떨궈줬다. 리차드의 변칙적인 움직임은 수원에 부담을 가했다. 공수 겸양의 수비수라 포지셔닝과 센스를 경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반전 2득점이 막바지 실점에 대한 불안감도 지웠다. 수원이 후반 11분 이종성의 골로 따라붙고 맹렬한 추격에 나섰지만, 각성한 울산 역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자신감보다 더 강한 동력은 갈증이다. 울산은 K리그에서 2위에 올랐고, FA컵에서도 우승을 노리는 위치다. 적당히 좋은 성적이다. 김도훈 감독은 바로 이 ‘적당히’를 경계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상황이 좋을 뿐 성과를 낸 건 아니다. 이근호가 전하는 팀 내 갈증은 “지금까지 잘 만들어왔지만 아직 손에 쥔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확실한 결과’를 위해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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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수원, 힘내기도 힘들다 
서정원 감독의 첫 소감은 “우리 선수들이 안쓰럽다”였다. 바닥 난 체력을 끌고 달리던 선수들의 의지를 이심전심 벤치에서도 느꼈기 때문이다. 수원은 10월17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5경기를 치렀다. FA컵(8강, 4강), K리그, ACL 준결승전이 사나흘 간격으로 이어졌다. 힘을 뺄 수 있는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매 경기 총력을 쏟았지만 결과적으로 빈 손이 됐다. 수원을 감싼 공기가 무겁다. 선수단은 물론 프런트, 팬들에 이르기까지 박탈감이 크다. 

서정원 감독의 목소리에도 피로감이 묻어났다. 시즌 중 감독직 사퇴 의사를 전하고 물러났다가 돌아오는 해프닝까지 겪었지만 의지와 현실의 간극은 컸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힘이 달리는 상황에 놓였다. 수원은 이번 시즌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팀이다. 지난 1월 가장 먼저 시즌을 시작해 지금까지 51경기를 소화했다. 피로가 누적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남은 자원으로 쉼없이 강행군을 이어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서 감독은 “기술과 정신력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유지할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변명 같지만 계속 한계점이 오고 있다”며 “상당히 힘든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지쳤던 것 같다”고도 했다. 사실상 ‘번아웃(burn out)’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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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감독은 “선수단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거듭 내비쳤다. 지난 시간은 돌릴 수 없고,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승리를 챙겨야 할 경기들도 남았다. 내년 ACL에 참가하려면 리그 4위라도 확보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수원에 좌절을 안긴 울산의 FA컵 우승을 응원해야 하는 처지다. 울산이 FA컵 우승으로 ACL 직행 티켓을 얻을 경우 리그 4위에도 챔피언스리그에도 참가 자격이 돌아온다. “힘든 상황이지만 현재 자원들로 최대한 보여줘야 하는 게 의무”라고도 했다. 프로 감독의 숙명이다. 지난 겨울 끝에 시작한 수원의 축구는 새로운 겨울과 함께 마무리로 향하고 있다. 긴 시간 흩뿌린 땀은 어떤 보상을 받게 될까.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녹색 온도, 녹색 아닌 풍경 @joy2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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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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