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old] 인천, ‘잔류왕’으로 남아선 안된다

기사작성 : 2018-12-02 10:01

- 3년 연속 극적 잔류에 성공한 인천 유나이티드
- 인천의 '잔류왕' 타이틀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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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인천)]

“100% 우리 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욘 안데르센 감독은 2018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강등이 확정된 팀 전남을 상대로 K리그1 생존 싸움을 벌이기 전이었다. 자칫 패할 경우, 같은 시각 열리는 상주-서울전 결과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안데르센 감독은 복잡한 셈법을 따지기보다 “우리팀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인천이 전남에 3-1로 승리했다. 자력으로 1부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잘 짜인 각본 같은 경기였다. 적절한 긴장감이 흐르고 몇 차례 위기를 겪지만 결국엔 승리를 완성하는 흐름이다. 남준재가 선제골을 넣었고, 남준재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무고사가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전남이 허용준의 만회골로 따라붙자 간판스타 문선민이 다시 골을 추가했다. 따지고 보면 시즌 전체가 비슷한 흐름이다. 하위권을 맴돌다 감독이 교체되는 고비를 겪는다. 스플릿 리그에서 살아난다. 최종전에서 생존을 완성한다. 선수단과 팬들의 마지막은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3년 연속 같은 패턴이다.

# 올해도 생존, 잔류 본능은 DNA다?
이날 인천축구전용구장을 찾은 관중은 9123명이었다. 올시즌 평균 관중수(4429명)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잔류라는 관성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풍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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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 에너지는 고스란히 그라운드로 전달됐다. 인천이 공격 기회를 맞을 때마다, 골이 터질 때마다 경기장이 들썩였다. 전반 24분 남준재가 발리슛으로 전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활 시위를 당기는 특유의 세리머니에 서포터즈는 ‘남준재 콜’로 반응했다. 6분 뒤 무고사의 추가골이 터지자 경기장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기운이 가득했다. 후반 10분 문선민이 팀에 세 번째 골을 안겼다.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치는 그의 뒤로 검정과 파랑이 교차하는 물결이 요동쳤다.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반대 상황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전남 허용준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고 이상헌의 슛이 정산의 선방에 막혔을 땐, 안도의 탄식이 길게 경기장을 돌았다.

경기 전 감독이 보였던 침착함부터 경기력으로 드러난 선수들의 자신감과 잔류 의지, 관중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높아진 몰입감까지 ‘패키지’다. 이른바 ‘잔류 DNA’다. 시즌 막판이면 특별하게 살아나는 그들의 저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경기 후 “멋진 구장을 활용할 수 있는 팀이 1부리그에 남아 다행”이라던 팬들의 반응도 이해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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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류왕, 마냥 자랑스러운 타이틀이 아니다
인천이 최종전에서 생존하는 그림은 낯설지 않다. 2016년 첫 번째 기적을 만들었고, 2017년에도 같은 그림으로 축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세 번째부터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매력적인 경기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팀이라면 좀 더 일찍 그 힘을 보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최종전의 희열은 짜릿하다. 심지어 구단에서는 스플릿 시기에 몰아 쓸 수당을 따로 모아둔다는 말도 흘린다. 그렇지만 ‘잔류 DNA’를 보험으로 삼기엔 1년이 아깝다. 무기력한 분위기와 절망감으로 물들었던 대부분의 시간을 떠올리면 그렇다. 그 사이 팀은 안팎으로 흔들린다. 시즌 중 감독이 바뀌는 ‘사건’을 연례화할 정도다. 선수단 장악 실패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이 떠나면, 새 감독이 부임해 수습한 뒤 막판에 힘을 내는 패턴을 반복한다.

물론 그들에게도 사연은 있다. 인천은 매 시즌 선수단을 큰 폭으로 물갈이한다. 시즌이 개막할 때까지 조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여름에야 손발이 맞기 시작한다”는 선수들의 설명도 일리 있다. 그러나 인천만 변화를 갖는 건 아니다. 군경팀의 경우 매 시즌 전역자와 입대자 발생으로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인천의 논리대로라면 역시 변화폭이 컸던 대구의 선전 혹은 핵심 전력을 유지하고도 하위권으로 추락한 서울의 상황은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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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데르센의 채찍, 인천은 강팀이 될 수 있을까
전남전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안데르센 감독은 취재진 질문을 받기 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미리 준비해온 글을 읽었다. 곧 “오늘 결과는 기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프다. 인천은 왜 매 시즌 강등 싸움을 반복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행간에 숨은 뜻은 질타다. 생존에 안도하는 것으로 그치고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팀 내 분위기를 향해서다. 특히 팀의 스카우팅 시스템과 선수단 운영을 두고 불만을 드러냈다. “프로다워야 한다”는 강한 발언도 내놓았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상의없이 영입하는 자원들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과 서로에 대한 존중”, “같은 목표” 등의 발언을 떠올려 보면 일종의 ‘월권 행위’에 각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어느 팀에나 비슷한 갈등이 존재한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해주지 않는 구단, 감독이 모르는 선수를 영입해 출전까지 압박하는 구단, 구단 규모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선수를 사달라고 조르는 감독 등 그 사례도 다양하다. 만약 안데르센이 이런 류의 불만만 늘어놓았다면 인천의 다음 시즌도 뻔한 그림이 될 거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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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데르센 감독의 결론은 ‘희망’이었다. 인천유나이티드를 “시민들과 팬들의 클럽”이라고 정의하며 “K리그 높은 자리에서 싸우는 강팀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9000명이 넘는 팬들이 와서 경기를 압도할 수 있었다”며 “1만명, 2만5000명도 끌어 모을 수 있는 팀이 되어야 한다”고 목표점을 제시했다. 무고사, 아길라르 등 핵심 전력을 유지하고 좋은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지극히 감독다운 요청도 빠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천유나이티드가 올바른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진정성만큼은 의심하기 어려웠다.

2004년 K리그에 참가한 인천은 내년이면 창단 16주년을 맞는다. 잔류에 만족하는 정도가 아니라 강팀이 되어야 한다는 안데르센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최종전 잔류 확정이 자극적인 맛을 내는 ‘MSG’라면, 일상의 승리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3시즌 연속 MSG를 가미한 감동에 익숙했던 인천은 이제 후자를 추구하는 팀이 되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강한 팀이 진짜 강팀이기 때문이다. 가장 극적인 감동을 누린 순간, 인천에 주어진 새로운 숙제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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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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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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