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told] “박감독, 이제 베트남어 배워야 해요.”

기사작성 : 2018-12-21 03:17

- 베트남 전 주석이 박항서 감독에게 건넨 한 마디
- 지도자 말년에 베트남의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

본문


[포포투=하노이/베트남]

귀빈실에 들어갔다. 쯔엉떤상 전 베트남 주석이 박항서 감독을 반겼다. 베트남어 인사말에 박항서 감독은 통역을 통해 화답했다. 쯔엉떤상 전 주석이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박 감독, 이제 베트남 사람이니까 베트남어를 배워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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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움직여야 하는 슈퍼스타

베트남 내에서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중이 있는 곳에서는 잠시도 머물 수가 없다. 가는 곳마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달려든다. 공개된 장소에 박항서 감독은 계속 움직여야 한다. 걸음을 멈추는 즉시 대중에게 둘러싸여 이동이 아예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승 다음 날 참석했던 16일 꽝남성 타코(Thaco)-출라이 경제구역 15주년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응유엔 쑤언푹 총리(베트남 서열 2위), 쯔엉떤상 전 주석 등 베트남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특별손님인 박항서 감독이었다. 총리와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어도 행사 참가자들은 박항서 감독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박항서 감독은 귀빈실로 대피해야 했다.

본인은 어느 정도 익숙한 눈치였다. 엄청난 인기를 묻자 “U-23 중국 대회부터 이랬으니까 뭐…”라고 웃어넘겼다. 기자가 만나는 사람마다 박항서 감독을 가리키며 “슈퍼스타!”라고 외쳤다. 본인은 손사래를 쳤다. “아휴, 내가 무슨 슈퍼스타야. 슈퍼스타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다. 한국에선 자꾸 ‘외교관’이라고 하는데 외교관도 아니다. 나는 그냥 평범한 축구 지도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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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그리 달라졌겠는가?”

베트남에서 보낸 1년 3개월은 박항서 감독의 지도자 경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하노이 곳곳에서 박항서 감독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대상그룹(종가집 김치)은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이라고 밝혔다. 국영방송 의 스포츠뉴스에도 ‘박항서’라는 이름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인 손님이라고 하면 으레 “박항서!”라는 인사말이 날아온다.

많은 이가 비결을 캐려고 노력한다. 이영진 수석코치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라고 설명했다. 정작 박항서 감독은 본인이 왜 성공했는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냥 뭐 허허”라는 식이다. 많은 경험을 하고 온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박항서 감독은 “나이가 드니까 모든 게 느려지더라. 하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도전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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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행복하게 지내려고 할 뿐.”

스즈키컵 우승 직후 수많은 언론사가 갖가지 루트로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대답은 “노(No)”다. 우선 2019 AFC아시안컵이 눈앞이다. 20일 베트남 선수단이 ‘하노이대우호텔’에 재소집되었다. 더 중요한 이유는 박항서 감독의 소탈한 믿음이다. “베트남에 와서 무엇을 배웠는가?”라고 묻자 박항서 감독은 “이 나이에 새롭게 배울 것도 없다”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냥 잘 적응하면서 지내려고 할 뿐이다. 내가 축구를 하면 얼마나 더 하겠는가?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큰 꿈을 꿀 나이도 아니다. 지금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언제 물러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돼도 베트남에 왔다 갔다 할 것 같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모습이 박항서 감독을 상징한다. 그의 입에서는 언론이 동원하는 각종 수사에 걸맞은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베트남에 왜 왔는가?”라는 물음에도 박항서 감독은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도전하는 거다. 축구밖에 할 게 없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먹고 살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별것 없이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게 박항서 감독의 소탈함이고 솔직함이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성공했을지도 모르고.

글/사진=홍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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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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