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두바이] 벤투호는 아프니까 더 이겨야 한다

기사작성 : 2019-01-23 06:09

- 2019 아시안컵 16강전: 대한민국 2-1 바레인
- 김진수의 연장전 천금 결승골
- 아픔을 동력으로 삼는 벤투호

본문


[포포투=두바이/아랍에미리트(UAE)]

“맞다.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변명은 필요 없다.”

2019 아시안컵 8강에 오른 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 말이다. 체력 관련된 질문에 답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벤투호를 압축한 듯한 대답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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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은 바레인을 상대했다. 지면 짐을 싸야 하는 토너먼트 방식의 시작이었다. 90분으로 부족해서 30분을 더 뛰었다. 단단한 승리로 작성되어가던 현장 기사들은 갑자기 불길한 승부차기로 방향을 틀었다가 김진수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8강 진출’로 재수정되어 서울로 날아갔다. 2-1 승리. 승부차기 전에 끝냈다.

# 먼저 떠난 성용이 형을 위해서

전반 44분, 황희찬은 문전에서 흐른 볼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1-0으로 한국은 앞서기 시작했다. 황희찬과 황인범이 손가락으로 10과 6을 만들어 보였다. ‘기캡’ 기성용을 위한 세리머니였다. 경기 후, 황희찬은 “(김)민재, (황)인범이와 함께 방에 찾아가 형과 이야기를 나눴다. 형이 가슴에 와 닿는 얘기, 국가대표로서 책임감과 마인드 등을 말해줬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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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손흥민도 기성용을 잊지 않았다. 김진수의 결승골 직후 지동원과 함께 기성용의 유니폼을 들어 보였다. “성용이 형이 나가고 전력 손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형에게 정말 미안했다. 아파도 뛰려고 노력한 마음도 잘 안다. 제대로 된 선물은 우승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상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진수는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 하루빨리 복귀해 소속팀에서 형의 좋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그 말만 해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 황희찬: 욕을 먹을 만큼 먹어서

바레인전 선제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황희찬이었다. 44분이 지나서야 처음 나온 팀의 유효 슈팅이었고, ‘국민욕받이’ 세평에 대한 황희찬의 응답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황희찬은 이미 세상의 모든 욕을 들을 만큼 들어봤다. 논란과 비난이 마구 뒤엉킨 끝에 황희찬은 당시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하는 골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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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시안컵에서도 행보가 비슷했다. 필리핀전과 키르기스스탄전이 치르면서 댓글 게시판에서 황희찬을 향한 조롱이 넘쳐났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크로스바를 맞힌 장면은 KO 펀치만큼 세게 황희찬의 마음을 할퀴었다. 바레인전의 비슷한 상황에서는 달랐다. 황희찬의 슛은 잔디를 스치면서 상대 골네트를 시원하게 갈랐다. 부정적 여론이 황희찬에겐 채찍질이 되었다.

# 김민재: 조금, 많이, 힘들어서

16강전을 앞두고 김민재의 이적설이 터졌다. 어느 쪽과 어디까지 이야기되었는지, 왓퍼드가 어떤 이적 정책을 운용하는 구단인지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김민재는 아시안컵 2경기 연속 득점자에서 순식간에 프리미어리그의 기회를 마다하고 중국 슈퍼리그의 돈을 선택한 선수가 되고 말았다. 아시안게임의 병역 혜택까지 소환하는 손가락질이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선수를 마구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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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김민재는 평소 기자들이 알던 그 김민재가 아니었다.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말투와 미소가 없어졌다. 말실수라도 할까 봐서 김민재는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려고 애썼다. 여론에 관해 묻자 김민재는 “아직, 좀, 음, 많이 힘들긴 했는데 이겨내고 8강전 준비해야죠”라고 떠듬거리며 대답했다.

다행히 김민재도 아파서 더 뛰려고 한다. “나 때문에 시끄러우니까 팀에 너무 미안하다. 다음 경기도 잘 치러서 미안함을 좀 덜고 싶다. 선수는 구설수에 오를 때 운동장에서 더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이승우: 팀에 죄송해서

후반 32분 동점골을 허용하자 한국의 벤치가 바쁘게 움직였다. 곧바로 지동원이 들어갔고, 5분 정도 뒤에 워밍업 선수 중 한 명이 호출되었다. 이승우였다. 중국전 불만 표출 논란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는 몸상태가 좋은 데다 왼쪽에서 볼을 몰고 들어갈 수 있는 스타일이 도움이 될 거로 판단했다”라고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이승우의 모든 몸짓이 활활 불타는 의욕을 설명했다. 과감한 슈팅 시도도 꼭 이기겠다는 선수 개인과 팀의 의지 표현이었다. 공격포인트를 직접 기록하진 못했지만, 이승우는 경기 흐름에 변화를 주는 공헌을 남겼다. 그리고 8강에 함께 오른 ‘형들’과 활짝 웃었다. 경기 종료 후, 아시안컵 들어 이승우는 처음 취재진 앞에 스스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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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형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힘든 것보다 사람으로서 성숙해지는 기간이었던 같다”라며 중국전 태도 논란부터 바레인전 승리 전까지의 시간을 정리했다. 이어 “(중국전에서는) 마음대로 되지 않아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팀에 피해가 갔다면 죄송스럽다”라고 사과했다. 경기장 밖에서 벌어진 아픔은 대표팀 막내에겐 좋은 배움이었다.

글=홍재민,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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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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