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old] 각성한 서울, 판도 흔든다

기사작성 : 2019-03-11 00:59

- 부자집 아들에 '헝그리 정신'이 생겼다?
- 개막 후 2연승... 서울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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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성남)]

유료관중수 11,238명. 성남FC 홈구장이 모처럼 인파로 북적댔다. 지난시즌 성남의 평균관중수는 2,400명. 2부리그에서 뛰었다는 배경을 고려해도 놀랄 만큼 뛴 수치다.

구단에서 제공한 보도자료 대로 ‘접근성’이 좋은 덕분인지 모른다. 10년 만의 옛구장 복귀가 향수를 자극했을 수도 있다. 성남FC의 전신 성남일화는 이곳에서 K리그 두 번째 3연패(2001, 2002, 2003) 위업을 이뤘다. 물론 1부리그 승격 후 기대감이 더해진 숫자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도 아니면 미세먼지가 제법 물러난 봄 날씨에 나들이 바람이 불었는지도. 어떤 이유에서든 팬들로 가득 찬 성남종합운동장이 반가웠다. 하마터면 ‘모란에 꽃이 피었다’고 쓸 뻔했다.

90분이 지난 후 이 근사한 배경의 주인공은 홈팀이 되지 못했다. FC서울이 성남에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추가시간에 고요한이 뽑아낸 선제골이 그대로 승부를 가르는 결승골이 됐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 개막 후 2연승. 아쉬움 속에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홈팬들을 뒤로 하고, 서울 선수들이 원정석을 가득 채운 서포터즈와 함께 승전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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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아쉬움은 사치다?
경기 전 최용수 감독은 “(포항전)이상의 경기력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라운드에서 포항을 압도하다시피 완파한 경기력에 “일희일비해선 안된다”며 “선수들이 자칫 우쭐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원정으로 치를 성남전은 홈에서보다 조심스러운 운영이 될 거라는 암시였다.

실제로 전반전 대부분의 시간은 성남이 흐름을 주도했다. 전반 13분 에델의 드리블 돌파에 서울 수비가 휘둘리고, 서보민이 연달아 서울 골문을 노릴 때만 해도 성남이 곧 골을 만들어낼 것 같은 분위기였다. 서울은 기다렸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0-0으로 45분을 채웠다고 확신한 순간까지 기다렸다. 확신은 착각으로 바뀌었다. 전반 추가시간, 성남 수비가 걷어낸 볼이 알리바예프 앞으로 떨어졌다. 볼은 그대로 박동진을 거쳐 문전으로 쇄도한 고요한에게 전달됐다. 고요한은 성남 수비를 제친 뒤 골대 오른쪽으로 오차없는 슈팅을 마무리했다.

경기 내내 같은 패턴이었다. 에델의 드리블이 서울 중원을 가르고, 공민현의 대시와 서보민의 공격 지원이 서울 골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성남의 마무리는 나른하기만 했다. 서울은 유상훈이라는 방패와 상대의 무딘 창 덕에 무실점을 지켰다. 고요한의 선제골이 곧 결승골이 됐다.

최용수 감독은 “볼을 너무 쉽게 상대에게 갖다 줬다. 세컨드볼도, 주도권도 상대에 다 내줬다”고 여과없이 불만을 내놓으면서도 “매 경기 60~70%의 점유율을 갖고 갈 수는 없다.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며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은 지난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몰리는 수모를 겪었다. 승점 1, 2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마주한 현실이 어떤지 경험했다. 내용을 버리고 결과를 취한 셈이 됐어도, 아쉬움은 아직 사치일 뿐이다. 최용수 감독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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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고 또 뛰고
서울은 전통적으로 늦게 발동이 걸리는 팀이었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슬로우 스타터 이미지를 벗고 싶다”던 최용수 감독의 호언은 현실이 되고 있다. 9년 만의 개막전 승리에 이어 성남전 승리로 벌써 6점을 쌓았다. 최용수 감독의 말마따나 “지난해 같은 무기력함”은 보이지 않는다. “끈끈함과 위닝멘털리티”를 회복하는 중이다.

이런 각성은 어깨 힘을 뺀 데서부터 시작된다. 여느 때와 달리 ‘빅사이닝’이 없었다. 개막 직전에야 알리바예프와 페시치가 합류한 정도다. 개막 전부터 최용수 감독은 아예 “우리팀은 우승을 다툴 전력이 아니”라며 몸을 낮췄다. 목표도 “상위 스플릿 진입” 정도로 소박(?)하게 잡았다. 감독의 ‘헝그리 정신’은 필연적으로 내부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전력이 약하니 ‘더 많이’,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는 식이다.

고요한도 비슷한 말로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 수비수들이 라인을 올려서 많이 압박해주고, 공격수들도 전방에서 압박하면서 볼을 많이 뺏는 기회가 생겼다. 같이 공격하고 같이 수비한다는 마음으로 뛰다 보니 점점 더 끈적끈적해지고 있다.”

서울의 화두는 활동량과 체력이 될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은 “1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가 윤종규였다. 혼자 11km를 뛰었다”라며 칭찬한 뒤 “챔피언스리그를 보니 토트넘의 에릭센이 80여분을 뛰고 그 정도를 소화했더라. 정말 대단하다”고 에둘러 기준점을 제시했다. 또 “선수들 전체가 더 많이 뛰어야 한다. 한두 명이 적당히 뛴다면, 그 선수는 경기에 나올 수 없다”고도 했다. 성남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울의 몇몇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풀썩 주저앉거나 쓰러졌다. 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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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도움닫기
서울은 2연승으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상주와 승수는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2위다. 고작 2경기를 치르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할 것까진 없지만, 지난시즌 가까스로 잔류했던 사정과 비교하면 확실히 좋은 출발이다.

물론 최용수 감독은 웃음기 쏙 빼고 “내용에는 허점이 많았다”, “부정적인 기운이 감지되는 걸 찾아내야 한다”며 채근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테면 아직 공격수가 만들어낸 골이 없다거나 수비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나온다거나 압박 타이밍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내용이다. 성남전 교체 출전으로 K리그에 데뷔한 페시치도 정상 컨디션이 될 때까지 좀 더 기다려줘야 한다. 바꿔 말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큰 팀이라는 뜻이다. 각성한 서울이 판도를 흔들고 있다.

주장 고요한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약체로 분류된 팀이다. 힘들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9년 만에 개막전에서 승리했고 2연승도 만들었다. 새로운 기록을 만든 이 멤버가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료들에게 이 멤버가 최고의 팀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만들자고 했다.” 서울은 지금 도움닫기에 한창이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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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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