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울산] 재미 줄게, 3점 다오

기사작성 : 2019-03-14 04:12

- 2019 AFC챔피언스리그 H조 울산현대 1-0 상하이 상강
- 경기력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 울산의 전리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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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울산)]

축구는 단순하다. 골을 넣고 실점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실점하면? 더 많은 골을 넣는 팀이 이긴다!

여기서 축구의 철학과 미학이 갈린다. 실점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둘 것인가, 아니면 골을 더 많이 넣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일반적으로 안전함을 추구하는 감독들은 전자를 택한다. 무실점은 무패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무대 설욕전에 나선 울산의 김도훈 감독의 선택도 ‘일단 무실점’이었다.

1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현대와 상하이 상강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2차전을 치렀다. 선발 명단에 주니오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장신 공격수(192cm) 김수안이 김인성과 함께 최전방에 섰다. 측면 수비수 김태환은 오른쪽 윙어로 올라섰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방어만 잘 된다면 우리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전방 압박과 제공권으로 부담을 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킥오프 휘슬과 함께 전반전 45분은 사실상 진공 상태가 됐다. 사전 기자회견과 선발 라인업을 통해 어느 정도 예견한 흐름이었지만, 홈팀 울산은 서두를 생각이 없어 보였다. 특별한 장면을 만들만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역공의 기회를 잡았지만 민첩함이 떨어졌다. 패스마저 방향을 잃어 긴장감이 사라졌다. 관중석도 침묵하긴 마찬가지. 울산 서포터즈의 북소리만 공허하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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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헐크, 엘케손, 오스카가 포진한 전방의 공격은 뭉툭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공격 빈도가 낮았다. 전반전 슈팅 시도는 세 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울산이 잘 막고 잘 버텼다. 수비수 윤영선은 “일대일로 붙으면 굉장히 뛰어난 상대들이라 협력수비로 괴롭히려고 했다. 헐크가 왼발 슈팅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덤비지 않고 기다렸다. 오스카는 오른발잡이라 사이드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슈팅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건조한 흐름에 활기가 생긴 건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니오가 출전하면서다. 후반 10분 김수안과 교체돼 그라운드에 들어 선 그는 늘어지던 경기 흐름에 스파크를 일으켰다. 후반 13분 정확한 슛으로 골문을 노렸다. 그로부터 8분 뒤, 김보경의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 방향을 바꾸는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0-0의 균형이 깨졌다. 후반 41분 오스카의 결정적인 슛을 막아낸 오승훈의 선방 활약까지 더해졌다. 결과는 울산의 1-0 승리.

전반전의 나른한 기운을 의식했던 걸까.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력보다는 (승점)3점이 필요한 경기였다”며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상하이 공격 삼각편대를 무력화한 데에는 “그 선수들의 장점을 우리 선수들도 인지했다. 그 선수들보다 잘할 수는 없지만 그 선수들을 못하게는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이날의 경기는 확실히 ‘뷰티풀 게임’보다 ‘이기는 경기’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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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노잼(재미없는) 축구’라는 비아냥을 무릅쓰고 챙긴 전리품은 적지 않다. 우선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H조 선두로 올라섰다. 상하이를 상대로 설욕도 이뤘다. 지난 시즌에도 상하이와 같은 조에 속했던 울산은 당시 안방에서 벌어진 조별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1년 만의 재대결에서 승리를 챙긴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설욕하고 싶었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앙금을 씻어냈다.

팀 분위기에도 전환점이 생겼다. 지난 두 경기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시드니FC와 강원FC를 상대로 연달아 무득점 무승부였다. 무색무취의 팀이라는 오명이 생길 뻔했다. 상하이에 승리를 거두자 이전의 결과는 힘을 갖게 됐다. 2경기 연속 무득점은 무력한 느낌이지만, 3연속 무실점 무패는 좀 더 단단해 보인다.

윤영선은 “앞선 두 경기에서 0-0으로 비겨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가져오면 팬들도 좋아하고 우리 선수들도 반전의 기회를 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준비했던 대로 잘 했다”며 웃었다. 김도훈 감독도 “무실점을 통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 최강팀을 상대로 득점해 자신감도 찾았다. 좋은 흐름을 이어갈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쯤이면 재미를 내주는 대신 승점 3점을 취한 선택은 합당하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 혹은 승점 3점보다 더 큰 미덕은 없으므로.

더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는다면 울산이 좀 더 모험적인 팀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 만원관중만큼 강력한 압박은 없기 때문이다. 이날 문수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4,265명이었다. 전날 DGB대구은행파크를 가득 채웠던 열기가 광저우 헝다를 어떻게 압박했는지 떠올리면, 갈증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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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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