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파주] 소년, 무게를 이겨내다

기사작성 : 2019-03-20 03:04

- 벤투호 소집 2일 째
- ‘최초 소집’ 2인이 나타났다
- 이강인 & 백승호 취재기

본문


[포포투=조형애(파주)]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반이었다. A대표팀 인터뷰 예정 시간이 오후 3시 반. 그러니까 ‘너무 일찍 왔다’ 싶었다.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기자실 문을 여는 순간, 아니었다. 나름 명당이라 생각했던 자리에 펼쳐진 노트북들을 바라보며 재빨리 태세 전환을 결심. 남은 자리에 콘센트까지 신속히 확보했다. 기자실이 북적대기까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19일은 평범한 날이 아니었다. A대표팀에 ‘최초 소집’된 이강인과 백승호의 ‘최초 국가대표 인터뷰’가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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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에 놀라고

일단 놀란 건 취재진 규모다. 분명 일반적인 경우와 달랐다. 대게 하루 전에 인터뷰 선수가 공지되기 때문에 이강인, 백승호 취재를 위해 온 게 확실한 상황. 취재진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놀라 여기저기서 ‘많다’, ‘많다’를 연발했다. 18일에 이어 19일도 출근 도장을 찍은 이는 “오늘이 더 많다”고 했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18일은 손흥민, 황의조, 이승우를 비롯한 대표팀 소집된 첫날이다. 이강인, 백승호, 이청용만 경기 일정과 항공편 문제로 이튿날 합류했다.

이강인, 백승호 앞에 모아진 마이크만 해도 그 숫자가 10개가 가뿐히 넘었다. 일단 방송사만 10개 이상이었다는 소리다. 여기에 취재진이 족히 수 십은 됐다. 최근 NFC 스탠딩 인터뷰 사상 유례가 없었던 질문 물림이 셀 수 없이 이어졌다. 인터뷰 시작을 끊은 백승호도 어리둥절. 사방에서 쏟아지는 질문을 받고, 어느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동공이 흔들렸다. ‘많은 취재진에 당황했느냐’는 질문에 “어딜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 게 너무나도 이해돼 모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강인 취재 경쟁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진풍경은 그들을 바라보는 취재진 얼굴이 ‘아빠 미소’, ‘엄마 미소’였다는 거다. 10대 국가대표가 심심찮게 나오는 시대. 나이와 관계없이 실력으로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게 그들의 운명이라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의 첫 도전에 마음껏 응원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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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에 놀라고

더 놀란 건 익숙하리만큼 느껴졌던, 너무나도 침착했던 인터뷰 태도다. 본 투 비 카메라 샤이인 <포포투>는 줄행랑을 쳐도 수 십 번은 쳤을 자리에서 이강인은 실언 하나 없이 말을 이어갔다. 오랜 해외 생활로 말투는 어눌한 감이 있었지만 표현은 누구보다 분명했다. 소속팀 관련 질문에 “국가대표팀에 왔으니 발렌시아 얘기는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국가대표팀에 집중하겠다”면서 선을 긋는 걸 보고, 심지어 노련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좋은 선수들과 같이 축구를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 이번에 많이 배우겠다. 열심히 하겠다.”
“기대를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자리에 올 수 있어 매우 감사하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을 오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멘탈’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때로는 놀랍도록 자신감 넘치고, 엄청난 관심을 오히려 즐기는, 혹은 즐기는 것처럼 보이거나 되려 무덤덤한 것처럼 보이는 선수가 소위 말해 ‘잘 된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보여준 플레이만큼이나 피치 밖에서도 정신력이 좋아 보였다. 말하자면 후자다. ‘행복하다’고 말하면서도 넓디넓은 호수에 돌멩이 하나가 던져졌을 때 보이는 잔잔한 물결 정도의 감정을 내비쳤다.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감정선은 같았다. “부담보다 많은 관심에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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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에 놀라야

관건은 적응이다. 우리는 모두 첫날의 어색함을 알고 있다. 새 학기, 첫 등교를 떠올려보자. 국어사전에 있는 말로 표현할 수 있어 좋다. 한 단어로 ’뻘쭘’하다. 대표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집 첫날 취재를 다녀온 후배는 어색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이튿날도 완전히 아이스브레이킹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참들의 적응을 도와주려는 모습은 포착됐다.

김문환이 이강인의 은행 업무를 도왔다는 걸 ‘이강인피셜’로 들었고, 손흥민이 귀엽다는 듯 이강인 얼굴을 쓰다듬는 걸 목격했다. 훈련 분위기는 선참급들이 북돋으려 하고 있었다. 연신 파이팅을 불어 넣어가며 아시안컵을 잊고 다시 달릴 채비를 했다.

취재 경쟁에 한 번, 멘탈에 두 번 놀랐다. 다음번엔 최초 소집 2인의 적응력에 놀라고 싶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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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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