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울산] 베테랑의 가치, 내공 그리고 이청용

기사작성 : 2019-03-23 04:51

- 한국 1:0 볼리비아
- 변화의 바람 속 잊은 중요한 가치
- 베테랑의 깊고 진한 존재감에 대하여

본문


[포포투=조형애(울산)]

경기 취재를 나갈 땐 무엇을 주목해 봐야 할 것인지 이동 도중 정리하는 편이다. 울산행 KTX 안에서, 물론 자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포포투>는 사실 볼라비아전 관전 포인트를 머릿속으로 더듬었다. 그러다 머리가 지끈지끈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예고한 투톱의 성과, 최초 발탁된 이강인과 백승호의 출전 여부, 이승우에게 주어질 출전 시간, 부상에서 돌아온 권창훈의 활약, 기성용을 대체할 선수의 면면,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의 플레이, 그리고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 등등. 관전 포인트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물론 축구가 그렇듯, 취재도 예상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지독히도 터지지 않던 골이 후반 40분 이청용 머리를 통해 나왔을 때. 복잡하게 우선순위가 얽혀있었던 관전 포인트는 모두 뒷전이 됐고, 동시에 다른 관점이 열렸다. 부쩍 어려진 선수들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 그 상황을 가능케 하는 사람의 존재를 떠올리게 됐기 때문이다. 창조가 아닌 이상, 변화에는 늘 ‘구심점’이 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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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의 묵묵한 중심잡기

미디어가 느끼는 이청용의 이미지라 함은 ‘건실함’ 그 자체다. 누구 하나 욕하는 걸 들은 적 없는 말 하자면 착한 선수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멘탈의 소유자라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없을 것 같다. 부상 혹은 선수 생활 도중 으레 오는 논란 속에서도 늘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었다. 튀지 않게 팀에 잘 녹아들고 제 몫을 다한 걸로 <포포투>는 기억한다.

그가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A매치에 데뷔한 게 벌써 11년 전 이야기다. 그 역시 베테랑이 됐다는 뜻이다. 3월 벤투호 명단 가운데 이청용 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1명, 최철순뿐이고 ‘친구’ 기성용과 구자철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주목은 가히 신드롬급으로 어린 선수들이 받고 있다. ‘대주주’ 손흥민은 예외로 하고, 이승우-이강인-백승호 등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울산문수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함성 소리가 이청용 보다 어린 선수들을 향해 더 쩌렁쩌렁하게 울렸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짧은 시간을 뛰면서 분위기를 바꾸고 상황을 정리하고, 또 정돈할 수 있는 힘은 그들이 아닌 이청용에게 있었다. 볼리비아전 골은 그에 대한 증명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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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도 필요한 기댈 어깨

어쩌면 베테랑 이청용의 존재는 손흥민에게 가장 클지 모르겠다. 손흥민이 지난해 참으로 많이 한 말이 있다. 바로 “(기)성용이 형”이다. 그는 주장이 되고서도 카메라 앞에서 “성용이 형이 아직 내겐 팀의 리더”라고 말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2015년엔 기성용이 그랬다. 마치 손흥민이 “성용이 형” 부르듯 “(차)두리 형”, “(곽)태휘 형”을 많이도 이야기했다. 당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편집장님은 “기성용이 ‘두리형, 태휘형을 엄청나게 의지하고 있다’는 말을 했었다”고 들려줬다.

그렇다. 주장도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손흥민은 더구나 많이 뛰기도 뛰어야 하고, 골도 넣어야 하는 동시에, 팀 분위기도 다잡아야 하는… 말하자면 몸이 몇 개는 되어야 할 만한 무게를 지금 짊어지고 있다.

그 무게를 너무도 크게 느낀 게 지난 아시안컵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손흥민은 기성용 부상 전까지 상당한 의지를 하고 있었는데, 부상으로 기성용이 낙마하면서 심적 부담이 상당했다고 한다. 제아무리 평가전이라 하지만 아시안컵 실패 이후 실상 내로라하는 강팀도 아닌 볼리비아를 상대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그 부담은 더해졌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의지할 수 있는 베테랑인 동시에, 경기에서 실질적으로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선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주장에게 상당히 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존재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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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균형을 맞춰 줄 베테랑의 힘

시간이 지나고 미래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필요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되는 게 있다. 변화가 가능한 건, 특히 성공적인 변화가 가능한 것에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선수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스스로 무게를 말하면서도, 어린 후배를 위해서는 “과도한 관심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성장하는 과정이니 미래를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이제 대표팀에 많지 않다.

끝으로 이청용을 보며 떠올렸다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 인터뷰 한 구절을 전하려 한다. 국민적 기대 속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동시에 변화도 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설이자 감독, 안드리 세브첸코의 말이다.

“하나의 진실은, 미래는 늘 젊은 선수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그 변화 과정이 너무 빨라서는 안된다. 경험을 공유하고 리더 역할도 맡아줄 수 있는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 <포포투> 3월호 인터뷰 중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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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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