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일단 수비!', 수원의 이유있는 후퇴

기사작성 : 2019-04-04 04:05

- K리그1 5라운드 수원삼성 0-0 상주상무
- 2연승 욕심보다 일단 수비에 집중
- 하지만 후퇴는 이걸로 족하다

본문


[포포투=정재은(수원)]

살다보면 이보 전진하기 위해 일보 후퇴해야 할 때가 있다. 주로 경제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연인 관계에선 '밀당'으로 통용되고, 2년차 직장인은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퇴사'를 한다. 지금 여기, K리그에도 그렇게 일보 후퇴한 팀이 있다. 수원삼성이다.

수원은 3월 저녁 빅버드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5라운드를 치렀다. 상대는 상주상무였다. 무려 리그 3위를 달리는 중인 '강팀'이다. 까다로운 상대임에는 분명하지만 수원이 절대로 지지는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상대 전적 10승 5무 1패가 그 느낌의 근원이다. 또 하나, 수원은 이틀 전 열린 4라운드에서 인천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멋지게 승리를 거뒀다. 수원은 그 승기를 2연승으로 반드시 이어가야 하는 팀이었다. 방금 막 3연패에서 벗어나 동기부여가 잔뜩 된 상태다. 하지만 결과는? 0-0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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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보는 내내 <포포투>의 노트북 속에는 수원을 향한 비판으로 가득했다. 이임생 수원 감독이 처음 시도한 백스리(back 3) 전술에 의문이 생겼다. 수비만 하러 나온 듯한 모습에 공격진과 수비진 사이에 마치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반전에 나온 타가트의 세 차례 슈팅이 수원에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첫 승을 신고한 지 이틀 만에 소위 '수비적인' 축구라니. 중원에서 허무하게 양 사이드로 향하는 횡패스를 바라보며 백스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수원의 전술 변화에 다소 놀란 김태완 상주 감독은 경기 전 "수원이 스리백을 들고나왔다. 갑자기 스리백이 잘 될지는 모르겠다. 한 번 봐야겠다"고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기 후 그에게 수원의 새로운 전술을 다시 물었다. 그의 대답은 아주 긍정적이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 준비를 많이 했더라. 우리가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압박도 좋았다. 우리가 극복해야할 상황이었지만 극복하지 못했다. 수원의 압박에 고전했다."

이임생 수원 감독도 의외의 긍정론을 펼쳤다.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해서 선수들이 무실점으로 넘겼다. 수비가 안정화됐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상대는 컴비네이션과 볼소유가 좋은 팀이다. 측면에서 압박을 시도했는데 그래도 상대에게 오픈 찬스를 안 내줬다. 잘했다"며 수비의 공을 높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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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에 써내린 각종 부정적인 표현들이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차근차근 수원의 상황을 다시 곱씹어봤다. 그래, 수원의 시즌 초 가장 큰 화두는 공격보단 허술한 수비였다. 개막전에서 울산현대(1R)에 1-2로 졌고 홈개막전 상대 전북현대(2R)에 0-4로 와르르 무너졌다. 첫 승을 기대하고 떠난 성남FC(3R) 원정에서조차 1-2로 지고 말았다. 세 경기의 공통점은 바로 수비 불안이었다. 김태환, 김민호 등 나이 어린 신인 수비수들이 선발을 오가고 풀백 자원들이 센터백 자리에 섰다. 팀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하는 수비라인이 우왕좌왕하니 중원과 공격진에서 힘을 낼 수가 없었다.

승리한 인천전에서 수원은 구자룡, 조성진, 신세계, 김종우, 노동건 등 팀 내 형님 격인 선수들의 중요성을 알았다. 예상대로 상주전에도 비슷한 멤버가 출전했다. 공격진에는 변화가 있었다. 수원 공격의 중심인 염기훈, 데얀, 전세진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한의권, 바그닝요 등이 선발로 출동했다. 체력 안배 차원이었다. 염기훈은 "다음 강원전이 있기 때문에 내가 다 뛰기엔 체력에 무리가 갈 것 같았다. 감독님과 미팅을 통해 후반전만 뛰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수원은 공격에 힘을 빼는 대신 수비에 힘을 더욱 보탰다. 그러니까, 0-0 무실점 경기는 수원이 힘준 수비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걸 뜻한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염기훈에게 이날 경기에 관해 묻자 그는 어두운 표정 대신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그 역시 이임생 감독과 같은 생각이었다. "무실점을 했다는 것에 만족스럽다. 무실점 승리였으면 더욱더 좋았겠지만 귀중한 승점을 얻었고 무실점으로 끝냈다는 점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수비수도 더 끈끈한 면이 생겼다. 무실점이라 기분 좋게 경기했다." 그는 "다섯 경기 만에 무실점했다는 점"을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승리를 승리로 이어가진 못했어도 흔들리던 수비에 안정감이 찾아와 수원은 한시름 놓았다는 얘기다. 2연승을 위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식의 운영이 아닌 차분히 수비에 집중한 '일보 후퇴'였다. 일단 성공적이다. 그렇다면 '이보 전진'할 힘은 어디서 나올까. 상주전에서 숨을 고른 염기훈, 데얀, 전세진이 다가오는 강원FC전(6R)을 시작으로 공격의 고삐를 확 당길 예정이다. 여기에 점차 팀에 녹아들어가고 있는 타가트까지 컨디션이 좋다. 이임생 감독은 누구보다 타가트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그는 빨리 다시 득점하기를 바라고 있다. 동계훈련에 발을 맞춰보지 못했지만 계속 선수들과 잘 어울리려 하고 부족한 부분을 먼저 물어보고 성실하다." 염기훈 역시 "데얀과 잘 맞춰가다보면 투톱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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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는 열심히 [delete]를 누르며 노트북 화면 속 부정적인 문장들을 수정했다. 상주전은 수원의 그럴싸한 '후퇴'였으니까. 하지만 홈에서 수비만 하다 낸 0-0 스코어에 만족하는 클럽과 팬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수원에는 6라운드부터 이어지는 일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 쪽에선 무실점에 만족하고, 다른 한 쪽의 타가트는 고개를 한참 떨군 채 아쉬워하는 풍경은 이질감이 크다. 균형을 생각하는 이임생 감독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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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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