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포항] 그래, 포항이 잘하던 게 이거였지

기사작성 : 2019-04-27 06:44

- K리그2019 9R 포항 1:0 수원
- 포항 감독이 바뀌고 일주일
- 경기로 짚어 보는 변화 포인트!

본문


[포포투=조형애(포항)]

처음으로 시계를 확인했을 때, 전반 36분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라는 말을 듣고 시계를 본 게 그때였다. 시간이 잘 갔다는 건 경기가 ‘재밌었다’는 뜻이자 <포포투>가 본분을 망각하고 관중 모드로 빠져들 뻔했다는… 고백이다.

정신 차리고 관찰에 집중한 순간, 스코어는 0-0으로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일주일 전과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후반 39분 김승대의 결승골이 결정적이었지만) 그렇게 한참 전부터 되뇌기 시작했다. ‘아, 포항이 잘하던 게 이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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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던_플레이

지난 23일 포항은 최순호 감독과 이별을 공식화하고 김기동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구단 설명이 깔끔해 덧붙인다.“포항은 개막 이후 저조한 경기력과 FA컵 32강 탈락 등 원정 5경기에서 무득점으로 연패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으며 경기력 향상과 분위기 반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새 출발을 알리는 26일의 스틸야드 첫인상은 퍽 애잔했다. 비는 추적추적 내렸고, bgm은 밴드 도트리의 ‘It’s not over(끝나지 않았어)’였다. 분위기를 바꾼 건 다름 아닌 김기동 감독. 라커룸 밖까지 마중(?)을 나와 감독룸까지 안내 아닌 안내를 하고선 수원삼성전 각오를 꽤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말하자면, 떨림과 긴장보다 기대 섞인 목소리였다.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걸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상대팀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간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잘 할 수 있는 걸 끄집어 내서 안정화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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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포항은 ‘하고 싶은 축구’와 ‘할 수 있는 축구’ 사이 방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정도 틀이 잡혔지만 세밀성을 더해 완벽해지기 전, 약점이 노출돼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올 시즌엔 36분은커녕 초반만 보고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잘 할 수 있는 축구는 26일 기준, 여전히 유효했다. 줄곧 사용하던 4-3-3에서 4-2-3-1로 전형을 바꾸면서 김승대를 원톱으로 기용하고 이수빈-정재용을 미드필드 조합으로 내세워 중앙을 봉쇄하고 김승대의 활동량과 스피드를 이용한 작전은 현장에서 왕년의 ‘스틸타카’를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적어도 볼이 자꾸 뒤에서 돈다며 ‘뒷키타카’라 했던 자조적인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이은 빠른 전환과 유기적인 움직임 그리고 패스… 비록 마무리에서 번번이 아쉬웠지만 과정이 기대와 희망을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웃지라도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라며 반쯤 넋 나가있던 포항 관계자가 “좋아, 되고 있어!”를 연신 외친 게 그 반증. 김승대가 “확실히 의도한 플레이가 나왔다. 많이 나왔다”면서 본 적 없는 ‘배시시’ 미소를 보인 게 확인사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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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던_유스 활용

잘 하던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게 한 건 이수빈의 존재도 한몫했다. 영 플레이어를 줄줄이 배출한 명가에 최근 소문난 미드필더가 있는데, 그게 이수빈이다. 포철고(U18) 주장으로 사실상 팀을 “먹여살렸다”는 그는 스틸야드 데뷔전에 긴장하기는커녕 흥분, 혹은 상기, 또는 신기하다는 표정과 움직임을 보여 포항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다른 데뷔전 선수들과) 다르다. 쟤 좀 보라”면서…

실제 이수빈은 “중 고등학교 때 늘 봐오던 경기장에서 뛰는 거 자체가 긴장보다 설렘이 더 많았던 거 같다”며 여전히 잘 안 믿긴다는 표정이었다. 첫 풀타임을 뛴 소감은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좋은 경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체의 활약도 상당했다. 수준급의 폴 키핑 능력에 뒤에도 눈이 달린 것만 같은 센스 있는 패스, 그리고 정재용과 호흡도 좋았다.

지난 시즌 포항은 채프만과 김승대의 호흡, 그리고 강상우를 필두로 한 헌신적인 측면 플레이로 비교적 중원을 장악하지 못한 걸 상쇄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진 지금, 중원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데 그 한 축이 유스 출신이다? '유스 부심'있는 포항에는 이만한 수확이 또 없다. 물론 과거처럼 투자할 수 없는 현실을 봤을 때도 1석 2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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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배경에_착한 거짓말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로의 성공적 리턴, 그리고 이수빈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의 분전. 그 배경엔 분위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던 데는 내부 분위기 변화가 필연적으로 따르기 마련이다.

그건 김승대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포항 구단 내에서도 알아주는 ‘츤데레’ 스타일인 그는 인터뷰실에서 갑자기 수다쟁이가 됐다. 일주일 동안 선수단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다”는 게 그가 열심히 설명한 것이었다. 거짓으로 “군기 잡는 척”을 했다는 거다.

“이번 주 내내 ‘경기장에서 죽자’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또 지면 선수고 뭐고 나가자’고… 그동안 운동할 때 조금, 진지한 면이 없었던 것 같다. 가족같은 분위기도 좋지만 투지, 경쟁심을 위해서 일부러 고함도 지르는 그런 한 주를 보냈다. 일단 ‘죽을 각오로 뛰라’고 했다. 아니면 ‘나와서 (나한테) 죽는다’고. 난 몸으로 뛰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딱 봐서 안 되는 것도 일부러 뛰어갔다. 그런 모습 보면, 선수들이 조금 더 자기들도 정신 차리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할 수 있는 축구를 잘 하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동해안 더비가 바로 다음 경기니까. 김승대는 수원전을 “첫 단추”라고 부르면서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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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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