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구리] 이강인 신드롬과 그에 가려진 것들

기사작성 : 2019-04-28 06:57

- 27일, 구리에서 이강인 신드롬을 목격하다
- 경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분위기는 '이강인' 그 자체
- 그에 빛을 보지 못한 동료들 활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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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구리)]

독일 뮌헨의 작은 한식당에 앉았다. 옆자리 독일 소녀 두 명이 소중해 보이는 듯한 박스를 열더니 '꺅꺅'거린다. 바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앨범이었다. 베를린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매진됐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인기가 많으면 얼마나 많겠어'라고 시큰둥했던 나는 결국, 마지못해, 이렇게 외쳤다. 아, 인정!

28일 오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도 또 한 번 경험했다. 이번엔 대한민국의 이강인이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FIFA 2019 U-20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스페인에서 온 열여덟 소년이다. 아직 국내 팬들에게 그라운드 위에서 제대로 보여준 모습도 없고, 화려한 스타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U-20 대표팀과 FC서울 2군과의 연습경기까지 포함한 약 3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런 결론이 났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이강인은 스타였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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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전, 경기 중, 경기 후 한 줄 요약: 이강인

"와, 이강인이다!" U-20 대표팀이 앉아있는 천막 뒤에서 천진난만한 외침이 들렸다. U-20 대표팀과 FC서울 2군의 연습경기를 보기 위해 온 어린 관중은 눈 앞에 보이는 '스타'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뛰어요? 뛰어요?"라며 또 천진난만하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이강인의 대답은 없었다.

이강인은 이날 선발이 아니었다. 경기를 위해 준비된 간이 벤치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전반전 내내 경기를 지켜봤다. 후반전 28분이 되어서야 투입됐다. 이미 많은 교체가 있었지만, 이강인의 순서가 오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그의 교체 장면을 담기 위해 취재진이 휴대폰을 꺼내들고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다. "헐, 들어간다"라는 관중의 목소리가 터치라인까지 들릴 정도였다. 포토그래퍼도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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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후는 정점이었다. 이강인이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았고, 왼발로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공은 '빵'하는 소리와 함께 골대를 강타했다. 동시에 취재석에서 '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관중도 마찬가지였다. "이강인의 슛이 너무 강력해 골대가 뒤로 밀렸다"는 농담도 오갔다. 이에 "골대는 원래 고정되어있지 않다"는 FC서울 관계자의 '팩트체크'가 이어졌다.

경기가 종료됐다. 이강인은 그라운드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빠져나갔다. 뜻밖의 미니 팬미팅이 열렸기 때문. 팬들은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며 이강인을 외쳤다. 약 10분 가량 이강인은 방긋방긋 웃으며 팬서비스를 했다. 이번엔 경기 심판진까지 사진을 요청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강인이 걷는 그라운드 끝에도 여전히 취재진과 팬들의 카메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한국 축구에는 이강인 신드롬이 제대로 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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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가려진 동료들의 활약

그렇다고 다른 동료들의 활약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이강인을 비롯한 U-20 대표팀은 체력 부담과 한정적 자원을 갖고 FC서울 2군을 상대했다. 약 일주일간 강도 높은 조직력 및 피지컬 훈련으로 체력이 뚝 떨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이재익, 이지솔, 조영욱, 전세진은 주말 K리그 출전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런 상황에서 2-1 승리를 이끌어냈다. 정정용 감독은 "전체적으로 다 열심히 했고, (내 주문을)이해했고, 피지컬적 문제없이 잘 끝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먼저 김주성이다. 그는 경기 내내 코치진의 잔소리를 한 몸에 받았다. "으아악! 주성아!"라며 적나라한 절규가 들리고, "주성아 자신있게 볼 받아서 가지고 해봐, 자신 있게 해야 해!"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그래서 그의 선제골이 더 빛났다. 전반 40분 프리킥 상황이었다. 프리킥이 올라오기 직전 코칭 스태프는 "더 앞으로 들어가!"라 외쳤다. 그의 주문이 유효했다. 골대와 간격을 좁힌 덕에 김주성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어렵지 않게 공을 골대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었다. 하필 상대가 소속팀이었다. 김주성은 서울 동료들이 "팀에 돌아올 생각 하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웃었다. 자신감있는 당찬 발언까지 툭 던졌다. "U-20 월드컵은 큰 대회다. 해외 스카우터들의 눈에 띌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욕심이 난다."

경기 초반 손가락 부상을 입었던 엄원상도 헤딩골을 터뜨렸다. 박태준이 올린 코너킥을 골대 왼쪽에서 머리로 정확하게 받아 넣었다. 그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을 때까지 무실점이었단 점도 의미있다. 엄원상이 "모든 선수들이 수비가 우선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비만 잘 되면 골 넣을 선수가 많다"던 그의 말은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두 차례나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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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이 되자마자 하마터면 실점할 뻔 했다. 전반전 종료 직전 FC서울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정원진이 공 앞에 섰고, 왼쪽으로 날카롭게 찼다. 이걸 최민수(독일명: 케빈 하르)가 막아냈다. 경기 내내 수비진이 조직적으로 잘 움직인 덕에 제 기량을 뽐낼 틈이 없던(?) 최민수는 PK 선방으로 한을 풀었다. 소속팀 함부르크 유소년 팀에서도 'PK 막기'로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후반전은 이광연의 투입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최민수가 후반 13분까지 더 소화했다.

이번 연습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린 그는 경기 종료 후 내내 밝은 모습이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기분 정말 끝내준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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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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