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상암 2만 3,394명 관중이 주는 벅찬 의미

기사작성 : 2019-05-12 10:20

- FC서울 2-1 대구FC
- K리그 ‘희망’을 본 현장에서

본문


[포포투=조형애(상암)]

“2만 3,394명 관중이 입장하였습니다.”

일반 관중 입장 게이트가 열리기도 전에 ‘슈퍼매치’ 관중을 목표치로 이야기했던 FC서울 관계자의 말이 과연 허풍이 아니었다. 꽉 찬 N석 1층과 빈자리 찾기 어려웠던 E석, W석을 보며 실로 관중수가 궁금하던 찰나. 들려온 관중수는 ‘아깝다!’ 싶을 만큼 올 시즌 최다 관중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걸 듣는 순간, 영화 <체인질링>의 마지막 대사가 하고 싶어졌다. “어쨌든 이게 오늘 밤 전엔 가지지 못했던 걸 주었어요. … 희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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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K리그 취재에 나설 때 ‘리그에 희망이 있다’ 말하기 망설임이 없었다. ‘국가대표 경기를 그토록 좋아하는 국민들에게 리그도 그에 못지않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재밌게 전달만 하면.’ 그렇게 생각했다. 뭐 잘 모를 땐 꿈이 큰 법이다.

현실은 빠르게 인정이 됐다. 기사 조회수로 ‘현타’를 맞는 게 일상. 달리는 댓글의 가히 민망한 숫자는 점점 ‘안 될 거야’라는 세뇌를 시키는 듯했다.

거의 세뇌됐다 싶은 순간 접어든 올 시즌. 그런데 다르다. ‘더비’라 불리는 경기도 아닌 FC서울과 대구FC 매치업에서 2만 명이 훌쩍 넘는 숫자를 목격하고 느끼는 감상은 확실했다. 언뜻 A매치가 연상될 정도로 거의 들어찬 1층 관중석 분위기는 빠르게 ‘탈세뇌’를 도왔다.

올 시즌 최다 관중 1위(수원-서울), 2위(서울-대구) 경기에 모두 이름을 올렸으니 서울을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올 시즌 “리그 차원의 발전을 위해서라도”라는 말은 입에 달고 사는 최용수 감독은 그야말로 ’언행일치’하고 있다. 전력이 예전 같지 않아 수비를 견고하게 하고, 세트피스로 해결하는 이른바 약 팀이 강 팀을 잡는 묘안을 따르곤 있지만 꽁무니를 빼고 기다리는 건 절대 아니어서 박진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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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도 같았다. 빠른 전환과 템포, 역습에 역습, 그리고 세트피스 한 방은 실점 없이 5경기를 이끌어 온 대구를 무너뜨렸다. 그것도 후반 39분 득점이 터졌으니 상암벌의 열기가 참으로 뜨거웠다. 그러니 떠났던 팬들이 빠르게 돌아올 수밖에.

슈퍼매치 원정에서도 그 숫자가 상당했던 서울 팬들은 대구와 홈경기엔 이른 시간부터 관중석을 채웠다. 올 시즌 안방에선 진 적 한 번 없어 그 기세도 대단했다. 여기에 버스 한 대로 상경했다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팬을 몰고 온 대구의 인기까지 더해지니 분위기는 슈퍼매치 버금갔다.

늘 경기장에 지인을 데리고 가면 축구는 못 보고 ‘재밌어하나’ 걱정 아닌 걱정 하며 관찰하는 게 일인지라 버릇 못 고치고 관중석을 흘깃거렸다. 웬걸, 가히 무아지경의 몰입이었다. 패밀리데이를 맞아 부모님 손을 잡고 온 꼬마 팬은 응원하는 팀을 헛갈리면서도, 부부젤라 타이밍은 기가 막히게 알고 불어젖혔다. 차 막힐세라 경기 막판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그라운드를 자꾸 흘깃거렸다. 광대가 한껏 올라간 ‘재밌다’는 표정이었다.

경기 종료 후, 그리고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선수들도 덩달아 신나 보였다. 박주영은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 팬들을 만나 막간 사인회를 가졌고 황현수는 언제 받았는지 큼지막한 액자를 고이 들고 나타났다. 물어보니 “팬분이 만들어 주신 퍼즐”이라면서 웃었다.

없어 봐서, 팬 소중한 줄 아는 선수들과 잃어 봐서, 관심 소중한 줄 아는 리그다. 월드컵을 기점으로 이따금씩 찾아온 기회를 허무하게 놓쳐버리길 여러 번. 어쩌면 다시 없을 기회가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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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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