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wiki] 모바일 메신저가 축구에 가져온 변화

기사작성 : 2019-05-24 13:57

- 손 안에서 움직이는 또 다른 세상
- 메신저와 SNS가 축구 일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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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Nick Moore]

‘조제 모리뉴님이 방을 나가셨습니다’.

농담이 아니다. 어느 팀의 왓츠앱 단체 대화방에는 이런 류의 메시지가 뜬다. 왓츠앱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메시징 서비스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카카오톡’ 혹은 ‘라인’과 비슷한 기능이다.

이 메신저에 선수들의 일상과 습관, 그리고 축구 문화가 바뀌고 있다. 왓츠앱은 가볍게 떠들기에 가장 좋은 도구다. 동시에 혁명적 커뮤니케이션 창구이기도 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실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사람들은 멘시저를 통해 정보와 오락거리, 동영상을 공유한다. 가벼운 농담부터 시작해 우리의 생각과 순간도 주고 받는다. 협상과 거래도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명성을 높이거나 망가뜨리기도 한다. 축구계에서도 영향력은 크다. 이적이 이뤄지고, 팀 정신력도 높인다. 빠르게 변하는 여론의 반응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좋든 나쁘든 <포포투>는 인스턴트식 메시지가 범람하는 이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축구와의 관계가 궁금했다.

“각종 조롱이 난무한다”

왓츠앱은 무료 메시지를 제공한다. 국제적 소통도 가능하다. 복잡한 가입 절차도, 불필요한 광고도 없다. 핸드폰 번호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하다. 그룹 채팅방 인원 제한도 없다.

축구선수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그들은 경기를 뛰지 않을 때면 스마트폰을 켜 왓츠앱을 이용한다. 이론상으로는 이점이 있다. 프렌키 데 용이 <포포투>에 설명한다. “훈련 시간이 변경됐다는 소식을 감독님으로부터 직접 듣는다. 다른 팀 경기를 볼 때면 (왓츠앱을 통해) 함께 수다를 떤다.” 데 용은 이 메신저를 통해 1월 바르셀로나 이적 소식을 동료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적 소식이)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이미 동료들에게 말했다. 훈련이 없는 날이었다. 왠지 그날 기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동료들이 언론에서 소식을 접하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단체 채팅방은 요즘 어느 축구팀에나 존재한다. 선수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베테랑 선수는 이렇게 표현했다. “각종 조롱이 난무한다. 우리 팀의 그룹챗은 아직까진 훌륭하다. 재밌는 농담을 던지는 동료들도 있다. 또다른 라커룸이라고 보면 된다. 그룹챗을 잘 활용하고 있다. 메시지 내용도 다 긍정적이다. 웃긴 ‘짤방’이나 사진 등도 올라온다. 서로를 향한 존중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이 그룹 채팅이 우리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나도 수많은 그룹에 초대되어 있다. 우리팀 그룹을 제일 좋아한다. 사회적 행사를 계획할 때도 좋다. 동료들이 그에 관련한 각종 이미지를 그룹에 올린다. 좋은 현상이다.”

아마추어 팀에서도 메신저는 소중한 존재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 함께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엘레베이터 타는 순서도 정하고, 교통수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더 큰 무대에서 왓츠앱은 더할 나위없이 좋은 도구다. 잉글랜드 여자대표팀 감독 필 네빌도 선수 전원과 함께 왓츠앱을 이용한다. 각국에 퍼져있는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한 그룹에 모여있다. 제이든 산초와 리스 넬슨은 왓츠앱을 통해 애정을 과시한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산초가 인정했다. “나는 그의 사랑을 받고, 그는 나의 사랑을 받는다. 우린 그렇게 서로를 응원한다.” 호펜하임의 넬슨도 덧붙였다. “우리는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우리팀 경기 전날 산초의 경기가 열리면 나는 ‘산초, 네가 뭘 해야하는지 알고 있지’라고 말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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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레벨의 선수들 사이에서도 왓츠앱이 주는 즐거움은 엄청나다. 헤라르드 피케가 최근 < The Player’s Tribune>에 왓츠앱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는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스페인 대표팀” 단체방을 개설했다. 지난해 바르사가 앞서갔을 때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 방에서 우린 바르사와 레알에 대해 서로 욕했다! 최고였다. 지난 시즌 레알이 연승을 이어갈 때는 레알 선수들 분위기가 좋았다. 끊임없이 떠들었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레알 선수들 인스타그램 분위기부터 칙칙하다. 그래서 난 단체 대화방에 ‘야야, 왜 이렇게 심각해?!”라 쓰고 우는 이모티콘, 웃는 이모티콘을 덧붙인다.” 좀 거친 분위기이긴 해도 공평한 셈이다.

첼시도 왓츠앱 대화방을 통해 임대 보낸 선수들을 관리한다. 첼시의 코치 에디 뉴턴이 설명한다. “(단체방 덕분에)모든 선수가 함께한다고 느낀다. 우리 팀에는 임대로 떠난 선수들이 많다. 이런 유망주들은 클럽의 큰 자산이다. 우리는 왓츠앱을 통해 꾸준히 그들의 성장 과정과 경기 내용을 체크한다. 임대 선수들은 서로 다른 팀에서 뛰고 있더라도 늘 동지애를 느낀다. 큰 도움이 된다. 누군가 골을 넣거나 수훈 선수로 선정이 되면 그룹 채팅방은 또 활발해진다. 그렇게 선수들은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알아간다. 그러니 이런 플랫폼의 SNS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코치진도 왓츠앱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곤 한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룹 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 우리에게도 아주 중요한 도구인 셈이다. 왓츠앱을 통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과연 모든 선수가 이 의견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골키퍼 마테이 델라치가 갸우뚱했다. “대부분은 경기에서 누가 제일 잘했는지만 말한다.” 이지 브라운도 덧붙였다. “나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파트릭 뱀포드는 “그룹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메시지를 보내면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고 털어놨다. 델라치와 뱀포드는 그룹 채팅방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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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체 뭐가 문젠데?!”

왓츠앱에는 위험요소도 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공격적인 이모티콘으로 상대를 짜증내게 한다든지. 기술의 잘못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각종 부호로 비밀을 주고 받는다. 이런 과정에서 반드시 비밀로 지켜져야 할 정보가 새어나간다. 증거가 문자로 남겨지면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룹 채팅방에서 느끼는 소속감은 실제 팀내 존재감으로 이어진다. 피터 크라우치는 자서전 <축구선수 되는 법>에서 이렇게 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그룹 채팅방이 있다. 그곳엔 잔인한 논리가 존재한다. 일단 대표팀에 선발되면 채팅방에 초대된다. 명단에서 제외되면 이런 메시지가 뜬다. ‘피터 크라우치가 방을 나갔습니다.’”

종종 프로 세계의 어두운 면도 발견할 수 있다. 아담 존슨이 미성년자 성매매를 할 때 어린 소녀에게 쓴 메시지들이 공개됐다. 법정에서 800명 가량의 사람들이 그 메시지를 읽었다. 클리프턴빌의 공격수 제이 도넬리는 16세 소녀 사진을 그룹 채팅방에서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초 4개월 수감형을 선고받았다. 상파울루의 미드필더 다니엘 콜레라의 살인사건에도 왓츠앱이 연관되어 있다. 살인자의 아내와 한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을 전송한 후 그는 살해됐다. 때로는 ‘마지막 말’을 전하기도 한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에밀리아노 살라의 유언이 왓츠앱 보이스 메시지를 통해 녹음되어 있었다.

이렇게 각종 사적인 정보가 유출되며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한 번이라도 포함됐던 선수들은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특히 ‘얼간이’ 한 명이 그 그룹에 껴있으면 말이다. 아, 그리고 잊지 마시라. 당신의 대화방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당신이 얼간이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 리그원(잉글랜드 3부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가 말했다. “전 소속팀 그룹 채팅방은 내 신경을 건드렸다. 한 선수가 매일 터무니없는 메시지를 보냈다. 약간 위험해보였다. 비디오든 뭐든 구단의 공식 그룹 채팅방에 올리는 건 말도 안 됐다. 미숙한 행동들이었다. 감독과 사이가 안 좋으면 (채팅 내용은)훨씬 부정적이게 된다. 곧 감독과 구단주의 귀에도 들어간다. 감독들의 멘털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라커룸 분위기를 대변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당신에게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왓츠앱에서도 당신을 똑같이 대한다.”

카디프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는 다니엘 스미스 박사는 잘 운영되는 팀에 왓츠앱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상 긍정적인 분위기만 유지한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이 앱을 동료들과 함께 사용한다. 소수의 친구들과 한 그룹에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정도다.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말이다. 비즈니스 관계로 묶인 그룹에선 좀 더 형식적이다. 20명 선수들이 한 공간에 있으면 더 끈끈해질 거라고 생각하는가? 흥미로운 가설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 군대에서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군인들이 동료를 위해 싸우고 희생하는 정신을 어디에서 얻는지 조사했다. 한 이론은 함께 펍에서 놀며 끈끈한 유대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많은 군인은 서로를 위해 용기를 내는 걸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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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프로 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결국엔 서로를 위해 희생한다. 희생정신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들은 법을 따르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따르지 않는다. 축구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곳곳의 선수들이 한 팀에 묶여있다. 윤리의식도 서로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팀이 유지는 될 수 있다. 그들은 프로니까 말이다. 그러나 왓츠앱 그룹이 별다른 도움이 되진 않는다. 누군가는 그룹 채팅방을 즐기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내성적인 선수들도 있고 외향적인 선수들도 있다. 그러니 왓츠앱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건 당연하다.”

소셜 미디어는 참여 인원 모두가 활발해야 ‘진짜’ 제 기능을 해낸다. 스미스가 말했다. “‘그들만의 즐거움’일 뿐이다. SNS를 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팀스포츠에서 뛰면 자연스레 사회 생활이 시작된다. 지켜야 할 경기 규칙들도 있다. SNS에선 같이 떠들 상대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원하는 건 아니다.”

“이적시장에서 이메일은 최초의 혁명적 도구였다. 다음은 왓츠앱이다”

왓츠앱이 축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빠른 커뮤니케이션 덕분이다. 이적 시장도 현대화가 됐다. 팩스가 제때 안 도착하는 불상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포츠 법률가이자 이적 관련 서적을 낸 작가 다니엘 게이가 요즘의 이적 시장을 탐구했다. 그는 왓츠앱이 선수 계약 과정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는 궁극적 이유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정말 유용한 도구다. 이적 시장이 열리면 축구선수와 에이전트가 왓츠앱을 통화 대화를 나누고, 에이전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구단 경영진도 그룹 채팅방에서 토론을 한다. 음성 메시지나 비디오 메시지로 의견을 전달할 수도 있다. 외국인 에이전트와 국제 전화를 하며 돈낭비를 하는 일도 없다. 와이파이만 있으면 된다. 사진 메시지도 많이 오간다. 한 클럽이 에이전트에게 선수 영입을 부탁하며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또, 에이전트와 클럽이 그 선수의 신체조건이 궁금하면 선수가 자신의 사진을 보낸다.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좀 더 주체적인 존재가 되는 거다. 왓츠앱은 이렇게 상업적인 면에서도 유용하다. 더 자세한 정보들은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는다. 하지만 왓츠앱에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휴대폰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적 시장 문이 닫힐 때까지 유선 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팩스 기계가 쉬지 않고 돌아갔다. 이제는 왓츠앱이다. 왓츠앱은 내 메시지가 상대에게 전달됐는지, 또 상대가 내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상대가 읽으면 답장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왓츠앱 메시지를 읽지 않은 상태로 놔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에이전트나 구단 경영진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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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관련 광고주와 스폰서에게 왓츠앱은 상업적으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케빈 데 브라위너는 최근 SNS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그룹 채팅방 번호를 공개했다. 그 방에 들어가면 나이키 광고가 펼쳐진다. 호나우지뉴, 네이마르, 필리페 쿠티뉴와 함께 있는 데 브라위너를 볼 수 있다. 이런 마케팅 방법이 인기를 타고 있다.

선수들은 SNS에서 무엇보다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사회학자 댄 스미스가 말한다. “모든 새로운 기술은 우리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방해한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불법적 이미지를 공유하거나 인종차별자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축구 선수들을 관찰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다니엘 게이 역시 선수들이 사적인 대화창에서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모바일 창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느라 다른 것을 놓칠 수 있다. 누군가 실수를 저지르면 곧바로 주목을 받는다. 그래서 선수들이 엉망진창이 되기 쉽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그룹 채팅방에서 하고, 사진을 공유한다.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선수들은 더욱 조심스러워 졌다. 우리도 역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단 걸 명심해야 한다.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갈 수록 선수들이 쉴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일러스트=포포투UK,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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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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