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포항] 김기동, 그렇게 감독이 된다

기사작성 : 2019-05-26 08:09

- K리그2019 13R 포항 0-0 서울
- 포항이 달라졌다
- 부임 후 4승1무, 김기동 리더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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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포항)]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성장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부모는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제목에서 답을 유추할 수 있는데, 영화는 핏줄로 연결된 인연보다 ‘함께한 시간’이 갖는 의미에 좀 더 집중한다. 이른바 ‘절대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 누구나 세상 모든 일의 처음에는 미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노배우도 그런 고백을 하지 않았나. “60(살)이 되어도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나이잖아. 나도 67살이 처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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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포항으로 향하는 동안 줄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질문도 비슷했다. 리더십은 타고난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후자라면 김기동 감독이 ‘처음의 미숙함’을 드러내지 않는 건 그저 운이었을까.

알다시피 그는 한달 전 포항 구단이 “경기력 향상과 분위기 반전”을 위해 급히 꺼내든 교체 카드였다. 말 그대로 비상 조치였다. ‘초짜’ 감독이 겪을 법한 시행착오나 실패가 있었더라도 이해 됐을 법한 분위기. 그러나 지난 한 달 간 성적표는 이런 걱정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날 예정됐던 서울전을 치르기 전까지 4경기에서 연승을 달렸다. 포항 홍보팀은 최근 변화상에 이런저런 ‘썰’을 늘어놓으며 “성적이 좋으니 할 말이 많아진다”고 신난 상태였다.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는 경기장에 도착한 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사전 인터뷰 시간, 김기동 감독의 입에서 “포항 팬들 눈높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다. 사실 이런 풍경은 새삼스럽지 않다. 꽤 오래 전에도 그는 “포항 팬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렇다. 감독으로선 초보일지 몰라도 ‘포항의 감독’에 필요한 절대시간은 이미 채운 인물이었다.

# 절대시간이라는 활주로

선수 시절 김기동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건 ‘필드플레이어 최다 출전’ 기록이다. 통산 501경기를 뛰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227경기를 포항에서 소화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햇수로만 9년. 이 기간 동안 K리그(2007)와 FA컵(2008), AFC챔피언스리그와 리그컵(이상 2009)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2016년 9월 최순호 전 감독을 보좌할 코치로 포항에 복귀했을 때부터, 어쩌면 지금의 자리는 시간문제였을 뿐 예정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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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포항 팬들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은 숙명이다. 전임 최순호 감독이 다져놓은 볼소유와 빌드업 이전에 패스 기반의 패턴플레이와 공격이 돋보인 ‘스틸타카’ 시절이 있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극단적인 공격 색채의 ‘스틸러스 웨이’와 만난다.

공통점은 백패스와 횡패스를 지양하고 골을 만드는 데 유의미한 움직임을 추구했다는 점. 이 시대를 고스란히 관통한 김기동 감독이 “볼을 뺏은 상황에서 백패스나 횡패스를 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며 선수들에게 적극성을 주문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서울을 상대한 25일 포항스틸야드에는 14,376명이 입장했다. 팀 최고 흥행카드인 동해안더비(12,939명, 5월4일) 때보다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현재까지 올시즌 포항 홈 최다관중기록. 포항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축구를 보는 분들이 많은 곳이라 ‘요즘 연승한다는데 가볼까’ 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축구가 늘 기대대로 되는 건 아니어서, 이날 결과는 득점없이 무승부였다. 4연승을 달리다 주춤한 감독은 꽤나 아쉬웠던 모양이다. 팀 관계자들이 “한번 쉬어갈 때도 됐다”며 우스개를 건넬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과 달리 감독은 “4연승을 하고도 아직 7위인 게 우리 현실”이라며 “너무 속상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좋은 경기를 보여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여전하다. 골을 보진 못했지만 팬들의 정서와 눈높이를 이해하는 감독의 의지가 어떤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했다.

# 권위 내려놓고 소통

연착륙의 또다른 비결은 감독의 성향이다. 포항 관계자는 “격의 없는 리더십”을 김기동 감독의 장점으로 꼽았다. 포항 선수들은 아직도 그를 “감독”이라는 호칭보다 “쌤(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데에 익숙하다. 감독 역시 “권위보다 소통”을 즐긴다. “그냥 쟤들의 선배라고 생각한다. 내가 오랫동안 뛰면서 경험했던 걸 감독으로서 권위가 아닌 선배의 조언으로 전수해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그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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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을 과감하게 꺼내 드는 것도 소통과 교감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10대 신예 이수빈을 선발로 뛰게 하면서 “그 나이 때 나는 수빈이 만큼 뛰지 못했다”며 “이런 선수는 부상만 없다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말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팀 관계자들은 이수빈을 두고 “신인 시절 이명주를 보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활동량이 많고 헌신적인 데다 공격센스까지 갖춘 미드필더다.

반면 자극이 필요한 선수에게는 쓴소리도 거침없다. 서울전에서 후반 9분 하승운 대신 교체 출전한 최용우는 경기 종료 전 다시 송민규와 교체아웃됐다. 두어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세밀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김기동 감독은 “기대를 하고 넣었는데 활동량이나 수비 가담, (마무리)기술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다”면서 “기회가 주어질 때 분발해야 한다. 찬스가 나오는데 결정력이 좀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교체 선수에게 다시 그라운드를 나오는 일은 굴욕에 가깝다. 감독의 진의가 왜곡될 염려가 앞섰다면 실행이나 발언을 삼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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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얘기지만, 격식에 구속되지 않으려는 스타일은 옷차림에서도 드러난다. 부임 후 줄곧 트레이닝복을 고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라운드에 서는 감독은 정장 차림이다. 혹자는 감독으로서 ‘권위’로 이해하고 혹자는 경기와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이 정장을 입지 않아서 리더십에 흠결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정작 김기동 감독은 “정장이 잘 안어울려서”라고 설명하지만.

물론 그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편하기도 한데, ‘츄리닝’을 입고 서면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고 뛴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시즌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쭉 이 차림으로 설 생각이다.” 곧 “우리 목표까지 가려면 멀었다. 서울전이 고비였는데 지지 않고 넘겼다. 앞으로 수원, 대구, 울산을 상대로 계속 좋은 경기를 펼쳐 3위까지 올라서야 한다”는 그의 눈빛은 승부사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감독이 되고 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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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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