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대구] 대구은행파크에서 생긴 일 5가지

기사작성 : 2019-05-27 07:13

- 26일, K리그1 13라운드 대구 0-0 수원
- 아무 것도 없는 무득점 무승부?
- NO! 할 얘기가 다섯 가지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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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대구)]

26일 오후 2시 30분,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대구FC와 수원삼성의 K리그1 201913라운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초행길은 늘 헤매는 데 이날은 웬일로(?) 대구역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1번 출구에 화려하게 장식된 대구FC 엠블럼과 사진을 발견하고 DGB 대구은행파크 방향으로 가는 곳이란 걸 알아챘다. 자신있게 출구 밖으로 나오자 그제야 낯선 기운이 들었다. 같은 자리를 뱅뱅 돌다가 택시를 타고 겨우 도착했다. 기사 아저씨가 대구은행파크를 아직 시민운동장으로 기억하시는 바람에 약간의 혼선도 생겼다. 경기장에선 미디어 게이트를 눈앞에 두고도 못 찾아 또 헤맸다. '대구에 잘 도착했다'고 평범하게 보고했지만 사실은 이렇게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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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수원의 경기도 그랬다. 0-0 무승부 결과를 냈다. 스코어만 보면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경기 안팎을 들여다보면 말이 달라진다. 그저 그런 무득점 경기일 줄 알았더니 스토리가 다섯 가지나 된다.

# 5번째 매진과 가득 찬 원정 팬

대구는 4차례 연속 홈경기 '매진' 기록을 써나가고 있었다. 수원전은 걱정이 됐을 거다. FA컵에 이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을 하고 돌아왔으니 이전과 똑같은 응원 열기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웬걸. "오늘도 일찍 매진되어버렸네요"라며 대구 관계자는 허허 웃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이미 경기 티켓이 다 팔렸다. 알고 보니 이미 온라인 예매율이 높았다.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티켓은 겨우 200장뿐이었다. 대구 관계자는 "미리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편 원정석 상황은 어떨까? 이미 동대구역 곳곳에서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조광래 대구 사장은 "오늘 수원 팬들이 많이 온다더라. 그렇게 원정 팬들도 많이 와줘야 분위기가 훨씬 산다"며 흡족해했다. 경기가 시작됐다. 원정석은 대구 홈팬들보다 더 큰 데시벨을 자랑하며 수원을 응원했다. 집계된 팬만 1,100명이었다. 양쪽에서 90분 내내 쉬지 않고 지지팀을 응원하니 대구은행파크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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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었던 공격수에 발등 찍힌 수원

경기 한 시간 전 이임생 감독은 선발로 나선 바그닝요를 두고 말했다. "오랜만에 나오는데 잘했으면 좋겠다. 작년에 잘했으니까 올해도 그라운드에서 너의 가치를 보이라고 얘기했다." 경기 종료 후, 이 감독에게 바그닝요를 다시 물었다. 질문을 받은 그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입을 쉽게 열지 못했다. 약 10초가 흐른 후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개별 선수에 대한 코멘트를 달기 조심스럽다. 양해를 부탁드린다."

그의 표정과 대답이 이해된다. 바그닝요는 겨우 전반 29분을 소화하고 한의권과 교체됐다. 지난 시즌 부상을 입기 전까지 7골을 넣으며 팀의 든든한 공격수였던 바그닝요는 올 시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 바그닝요는 상주상무전 이후 첫 선발이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실수를 저질렀다. 킥 미스가 났고 이를 츠바사가 놓치지 않고 빼앗아 대구의 역습이 시작됐다. 정승원과 강윤구의 볼을 뺏기 위해 열심히 달렸지만 너무 느렸다. 이 감독의 기대는 그렇게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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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보는 세징야-김대원-에드가

"K리그 최고의 역습 자원이다. 이 셋을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이임생 감독의 관전 포인트였다. 세징야-김대원-에드가 라인을 뜻했다. 대구는 13라운드 기준 총 18골을 넣었는데 그중 반을 저 3인이 해결했다. 전력의 반을 책임이지고 있는 '삼각편대'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득점 없이 끝냈다. 하지만 세징야는 "득점이 한 번만 터졌다면 많이 터지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운 말을 할 만큼 그들의 공격력은 날카로웠다.

전반 12분에 나온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대원이 센터서클에서 수원을 가볍게 제쳤다. 좌측 사이드로 질주하는 세징야에게 볼을 넘겼다. 세징야가 여유롭게 볼을 소유하며 페널티 박스 안까지 파고들었다. 양상민의 방해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가볍게 슈팅했다. 골키퍼에 맞고 흐른 공을 어느새 문전으로 달려온 에드가가 다시 때렸다. 골대 왼쪽으로 빗나가고 말았지만 이른 시간에 수원은 진땀을 제대로 흘렸다. 탄력을 받은 세징야가 마음껏 수원 수비진을 흔들며 호시탐탐 슈팅을 노렸다.

김대원과 에드가가 문전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내내 남았지만 대구가 90분 내내 보여준 역습은 짜릿했다. 세징야가 볼을 잡기만 하면 대구 팬들은 함성을 질렀다. 무언가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전반 29분 만에 교체된 반대편 공격수와는 확연하게 다른 존재감이었다. 경기 후 세징야는 "수원이 어느 정도 우리를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며 상대의 수비를 칭찬하면서도 "우리도 찬스를 잘 만들어 냈다.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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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 저하? 대구는 '이상 무'라 외친다

대구의 5월은 어느 때보다 바빴다. 최근 3주 내내 주중, 주말 경기를 계속 치렀다. ACL 5, 6라운드와 FA컵 16강이 매주 수요일에 열렸다. 가장 최근에 치른 ACL 6라운드는 광저우 헝다 원정이었다. 창단 이래 처음으로 이렇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본 대구는 체력 저하가 심할 수밖에 없다. 경기 전 안드레 감독이 가장 먼저 꺼낸 단어가 "육체적인 피곤"일 정도다.

전반전은 안드레 감독의 체력 걱정이 쏙 들어갈 정도로 활발하게 뛰었다. 후반전에 접어들자 대구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득점을 노리며 이곳저곳 뛰어다니던 김대원의 활동량도 줄어들었다. 체력 우위의 수원이 이 기회를 이용하려 했지만 창이 너무 둔했다. 그래서 세징야는 "무승부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체력 문제에 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주중, 주말 경기를 계속 소화하면서도 이 정도 경기력이면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14라운드에서 그들은 울산현대 원정을 떠난다. 리그 1위를 달리는 팀이다. 또(!) 주중 경기다. 안드레 감독은 "광저우전에 이어 (수원전에서도)골은 없었지만 득점 찬스를 계속 만들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리그에서 우린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세징야의 말대로라면 울산전에서는 대구의 득점을 기대해볼 만하다.

# 홍철이 강조한 '수원 멘털리티'

경기 종료가 다가올 때 노트북 화면에 메신저 알림이 떴다. 지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딱 여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어쩌다 수원이.'

이 메시지 하나로 설명이 된다. 최근 수원은 부진한 모습으로 하위 팀으로 분류됐지만, K리그 역사 전체로 범위를 확장하면 현재 위치는 어색하기만 하다. 간신히 8위까지 올라왔다. 지난 12라운드에서 수원은 홈에서 울산에 1-3으로 완패했다. 승점은 13점뿐이었다. 이번엔 역대 전적에서 22승 9무 3패로 압도적으로 앞서는 대구에 무득점 무승부를 거뒀다. 녹록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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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올 시즌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선방'이다. 대구는 1위 울산과 딱 7점 차이나는 상위권 팀이다. 수원보다 날카로운 공격 자원도 가졌다. 그런 대구 원정에서 무실점으로 승점 1점을 얻었다. 경기 후 홍철도 "수비수들이 무실점으로 막아준 것에 고맙다"고 했다. 그러더니 다시 입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수원이라면 무조건 승점 3점을 가져가야하는 게 맞다.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수원 멘털리티' 강조였다. 이 감독은 '세징야-김대원-에드가' 경계령을 내렸지만 홍철의 생각은 좀 달라 보였다. 그는 "그 선수들을 막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하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게 수원이라는 팀에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팀 전체를 관통한다. 공동취재구역에 가장 먼저 등장해 고개도 들지 않고 빠르게 빠져나간 염기훈과 데얀의 모습이 그를 대변한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던 대구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향후 일정이 험난하다. 김기동 체제에서 5경기 무패 기록을 쓰고 있는 포항스틸러스를 필두로 강원FC, 전북현대, FC서울을 만난다. 모두 수원보다 순위가 높다. 위기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홍철이 말한 '수원 멘털리티'를 보이기에 이만큼 적절한 시기도 없다. 취재진과 대화하는 내내 힘을 쭉 뺐던 홍철이 마지막 문장에 목소리를 높이고는 공동취재구역을 떠났다. "분명히 올라갈 수 있을 거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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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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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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