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told] '기승전결'로 보는 백승호의 A매치 데뷔전

기사작성 : 2019-06-12 08:20

- 대한민국 1-1 이란
- 여기서 백승호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 78분 소화, 감독+동료 칭찬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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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상암)]

"흥민이 형이요?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고 얘기해줬어요."

백승호가 손흥민의 말을 전했다. 11일 저녁,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이란의 친선경기 후반전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선발 데뷔전을 치르는 어린 후배의 어깨를 감싸 안고 손흥민은 자신감을 실어줬다.

손흥민의 응원을 등에 업은 백승호는 국가대표 데뷔전을 잘 소화해냈다. 이란과 1-1로 비겼지만, 스물 두살 청년의 첫 A매치는 반짝반짝 빛났다. 백승호의 A매치 데뷔전을 '기승전결'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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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 백승호의 기다림

백승호는 지난 3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첫 부름을 받았다. A매치 2연전을 위한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생애 첫 국가대표 발탁이었다. 백승호는 설레는 마음으로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파주NFC)로 향했다. 벤투 감독은 "미래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 앞으로 대표팀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보려고 한다. 선수를 판단하는 데 나이가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 실력이 우선이다. 실력이 좋은 선수는 나이 불문하고 기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볼리비아와 콜롬비아를 차례로 상대했다. 그 속에 백승호가 뛸 자리는 없었다. 기다림의 끝에 백승호는 쓸쓸히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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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 - 기회가 찾아오다

6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백승호는 다시 한번 파주NFC에 소집됐다. 3월 소집 때보다 한층 밝은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다시 기회를 받은 것 같아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졌다. 전보다 적응도 더 잘되었다"며 웃어보였다.

7일, 부산에서 첫 번째 경기(호주전)가 열렸다. 이번에도 백승호는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렇게 또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한 채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것 같았다. 하지만 11일 저녁, 이란전 킥오프 한 시간 전 공개된 선발 라인업에 백승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사실 예상치 못한 '파격'에 가까웠다. 아직 국가대표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은 대게 교체로 데뷔전을 치르기 마련인데, 백승호는 선발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강팀 이란을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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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 78분 동안 증명했다

킥오프 10분 전에는 백승호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8위까지 오를 정도로 그의 선발 데뷔전은 이슈였다. 곧 등번호 2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백승호가 그라운드 위에 등장했다. 애국가 제창이 끝난 후 머리나 얼굴을 만지거나, 양손을 터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백승호는 가만히 서서 관중석을 바라봤다. 긴장된 듯한 모습이었다. 물로 입을 일곱 번이나 헹군 후 동료들에게 뛰어갔다.

벤투 감독이 주문한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백포(back 4) 라인 앞에 서서 수비진을 보호하고, 상대 공격을 끊어내는 역할이다. 전반 30분까지 백승호는 헤메는 모습이었다. 눈앞의 상대 선수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전반 29분에는 메흐디 타레미를 놓쳐 또 역습을 허용했다. 백승호의 대인 마크 실패는 곧장 상대의 기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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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바뀐 건 전반 37분이었다. 중원에서 좌측 측면을 달리는 홍철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홍철이 문전으로 공을 보내 황의조와 손흥민이 뛰어들어갔다. 골은 없었지만 '전진패스'의 정석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전반전 종료 2분 전, 이번에는 메흐디 타레미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공을 가볍게 빼앗았다. 중계 카메라가 백승호의 얼굴을 비췄고, 관중은 환호했다.

후반전은 백승호의 '쇼타임'이었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정확한 태클로 상대의 공을 빼냈다. 볼이 다시 뒤로 흘러도 백승호가 깔끔하게 상대의 공을 빼앗아냈다. 후반 11분 좌우에서 견제가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고 시원한 전진패스를 선보였다. 미라드 무하메디가 한국 페널티 에어리어로 크로스를 올리자 백승호가 슬라이딩해 걷어내버리기도 했다. 그러더니 센터서클 라인까지 올라가 상대 패스 줄기도 끊어버린다. 좌우 풀백 이용, 홍철이 라인을 올렸을 때는 김민재, 김영권과 나란히 서 수비를 도왔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백승호는 78분 동안 증명해냈다.

결 - 성공적인 데뷔전, 칭찬 릴레이

백승호는 주세종가 교체되었다. 그가 벤치로 돌아오자 코치진은 일제히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데뷔전을 축하했다. 경기 후 벤투 감독도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백승호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정의했다. "훈련 때 백승호에게 기대하는 역할, 원하는 내용을 많이 알려줬다. 오늘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잘 보였다."

공동취재구역 곳곳에서 '형들'의 칭찬도 들려왔다. 이날 골을 넣은 황의조는 "승호 데뷔전에서 승리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앞으로 활약할 기회가 많으니 잘 할 거다"라고 말했다. 백승호의 뒤에서 뛴 김민재는 "내가 너무 걱정한 나머지 계속 소통을 하려 했다. 그런데 계속 그러다 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승호가 그러더라. 아니나 다를까 오늘 승호가 잘해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캡틴 손흥민도 '칭찬파티'에 빠지지 않았다. "승호가 나갈 때 내가 손을 높이 올려 박수를 쳐줬다. 팀원으로서 너무 고맙고, 데뷔한 선수같지 않게 강팀 상대로 그렇게 잘해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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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앞에 선 백승호는 "꿈꿔왔던 무대를 밟게 되어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78분 동안 증명한 모습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소집 이틀째부터 감독님이 '너 이 자리에 설 거니까 준비해라'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때부터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잘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왔던 것이다. 백승호는 그 기회를 아주 멋지게 잡아냈다. 공동취재구역에서도 가장 많은 취재진을 상대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엔 취재진들도 일제히 "데뷔 축하해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많은 이의 축하와 칭찬 속에 백승호는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 그의 국가대표 인생의 서막이 열린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벤투 감독의 말을 전한다. "22세 선수가 이렇게 좋은 능력을 보여줬다. 이런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상당히 큰 힘이 될 것 같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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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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