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울산] 이런 실패, 자꾸 하면 습관 된다

기사작성 : 2019-06-27 04:54

- 2019 AFC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현대 0-3 우라와레즈
- 기적의 역전승 뒤로 무력한 패배... 대체 왜?

태그 포포투  현장  a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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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울산)]

병법은 잘 모르지만 손자(孫子)가 남긴 말은 하나 안다. “지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지만 이기는 것은 상대에게 달려있다.”

축구가 종종 전쟁에 비유되는 스포츠이고 보니, 울산의 AFC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현장을 지켜보는 동안 손자의 말이 떠올랐다. 전쟁을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지지 않지만, 승리를 가져오려면 결국 상대의 실수나 허점을 찾아내거나 운이 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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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26일 우라와 레즈를 상대한 울산은 실패를 준비한 팀이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도자로 떠오른 정정용 U-20월드컵대표팀 감독 말마따나 “경기에 지려고 나서는 팀은 없다”. 그렇지만 울산은 ‘지지 않는 축구’의 함정에 빠져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고 상대의 허점도 제대로 파고 들지 못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불과 일주일 전 사이타마 원정에서 2-1로 짜릿하게 역전승을 챙겼던 팀과는 딴판이었다.

패배의 색깔은 다양하다. 어떤 경우엔 패배를 납득하기 위해 핑계를 찾아야 한다. 이날 울산을 찾은 취재진 사이에서는 급기야 “비가 올 때부터 수상했다”는 ‘날씨 탓’까지 나왔다. 전반 8분 만에 울산이 자책골 위기를 맞았던 장면이 불운의 서막이었을까. 확실히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정동호가 골문 앞에서 걷어낸 볼을 오승훈이 가까스로 쳐냈다. 장대비에 피아 식별이 안될 만큼 시야가 가려졌거나, 수분을 잔뜩 머금은 잔디 위에서 피치 못했던 헛발질이었거나, 판단 오작동이었거나… 기분 탓이라고 하는 게 속 편할 지경이었다.

울산이 빠진 함정이란 ‘다양한 선택지’였다. 무승부 이상이면 무조건 8강에 진출할 수 있고, 0-1로 져도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1-2로 져도 합산 스코어 3-3 동점으로 연장전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8강행에 가장 유리한 방식은 승리였다. 승리에 필요한 골은 딱 하나면 충분했다. 그러나 울산의 선택은 뜻밖에도 ‘일단 수비’였다. 결과는 홈에서 0-3 완패. 허둥대기만 하다 90분을 보냈다. 전날 “공격축구를 하겠다”던 감독의 출사표를 착각하고 있나 싶어 경기 중 기자회견 전문을 다시 확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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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라인업부터 노림수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1차전에서 주민규, 이근호, 김보경, 김인성을 전방에 세웠지만 2차전에서는 주니오를 필두로 김인성, 김성준, 김태환을 2선에 세웠다. 김보경은 “컨디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이근호는 “무릎이 아파 휴식을 취해야 해서” 각각 선발 명단에서 빼놓았다. 굳이 둘을 논하지 않더라도 2차전 라인업이 공격보다 전방 압박 등 수비에 좀 더 무게를 둔 구성임은 부인할 수 없다. 김도훈 감독도 “김성준의 활동량”을 언급하며 공간을 주지 않으려 했다는 설명을 보탰다.

김도훈 감독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최선을 다한 움직임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실책이 속출했다. 울산이 자랑하던 수비 조직은 신장 175cm의 고로키 신조에게 두 번이나 헤더로 골을 허용할 정도로 헐거웠다. J리그에는 특급 외국인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우라와가 그들 중 예외적으로 결정력이 ‘좋지 않은’ 팀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날 세 골이나 허용한 울산 수비는 실망스러웠다. 울산이 골을 넣으려는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역습 상황에서는 엇박 나거나 골문 앞에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1차전 결과로 마음가짐이 느슨해졌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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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키 츠요시 우라와 감독의 말은 김도훈 감독을 아프게 한다. “울산이 1차전에 비해 큰 변화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울산에는 스피드 있는 선수들이 많다. 계속 위에서 빠른 공격을 시도한다는 걸 알았다. 2차전에서는 (울산 선수들을)너무 따라 가거나 내려서지 말라는 얘기를 선수들에게 했다. 상대 공격에서 우리가 잘 기다렸던 부분이 승리 원동력이다.” 서두에 인용한 손자의 ‘실패하지 않는 법’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팀은 우라와였다.

울산의 문제는 이런 식의 패배가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 1년 전과 판박이다. 당시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수원을 만난 울산은 1차전에서 이겨 놓고 2차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0-3).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는 홈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수비적으로 나섰다가 1-2로 패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2차전에서 상대의 기세에 눌려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울산 관계자는 “(대구가)전력차 나는 상대라 아무래도 선수들이 쉽게 봤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수 년 전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서 걸오(유아인 분)는 “자꾸 하면 습관 된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반복했다. 지금 울산에 전하고 싶은 말이다. 결정적인 길목에서 자꾸 패하는 것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선수 구성 면면이나 개개인의 능력을 볼 때, 울산은 도무지 무력해질 이유가 없는 팀이다. 적극성이 아쉽다. ‘K리그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선 팀 아니었나.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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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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