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그들은 K리그를 기만했다

기사작성 : 2019-07-27 05:50

- 팀K리그 3:3 유벤투스
- ’45분 약속’ 호날두는 그라운드에 없었다
- 그리고… 그들이 넘은 진짜 ’선’에 대하여

본문


[포포투=조형애(상암)]

이건 기만이다. 너무 감정 섞인 단어라 선택에 주저함이 있었단 걸 미리 고백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황당했던, 혹은 참담했던 심정을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26일 밤, ‘그들’은 K리그를 그리고 그 팬들을 기만했다. 모두를 속였고, 그 안엔 업신여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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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사실 그대로만을 먼저 짚어보려 한다.

6월 19일, K리그 선발팀과 유벤투스의 맞대결이 공식 발표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유벤투스 선수단 구성에 대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 지난 시즌 세리에A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1군 선수들’이라 설명했다. 다시보면 헛웃음이 나올 테지만, 보도자료엔 호날두의 짤막한 멘트까지 있었다.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돼서 매우 기쁘다. 오는 7월, K리그와의 멋진 경기를 통해 한국 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겠다.”
6월 21일, 호날두 45분 출전 보장 소식이 알려졌다.

팀K리그와 유벤투스 경기를 주최한 더페스타(thefasta) 측에서 ‘호날두 45분 이상 출장’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고 국내 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이후 호날두 최단 45분 출장은 ‘기정사실화’되었다.
7월 3일, 친선전 티켓 판매가 시작됐다. 같은 날, 티켓 오픈 2시간 만에 ‘거의 매진’됐다는 소식을 준비사무국이 전했다.
6만 5천여 석 예매에 대해 사무국은 ‘호날두가 한국 축구팬들 앞에서 직접 뛰는 모습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 심리’라고 분석했다.
7월 9일, 유벤투스 팬 사인회 개최 소식이 알려졌다.

준비사무국은 ‘호날두를 비롯한 유벤투스 선수단과 26일 경기 시작 전 약 1시간 정도 팬사인회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 24일까지, 유벤투스와 호날두를 맞이할 모든 이들의 ‘행복 회로’는 문제없이 잘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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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팀 K리그 소집 및 기자회견과 훈련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날 유벤투스 사인회가 1시간여 앞당겨 열릴 것이라는 공지가 전해졌다.
7월 26일, 유벤투스와 관련된 거의 모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다. 뭘 덜고, 더할 것 없이 설명할 수 있다. 유벤투스와 관련된 약속은 지켜진 것이 없었다. 끝. 25일, 유벤투스 항공편이 극비에 붙여진 와중에 앞당겨 진행하겠다 알린 사인회는 26일 되려 늦어졌고, ‘호날두 비롯’이라고 홍보했지만 호날두는 쏙 빠졌다. ‘1시간 정도’라고 했던 사인회 시간도 보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하나는 지켜지리라 모두가 믿었다. 호날두의 경기 출장이다. 로빈 장 더페스타 대표가 공식 사과하며 한 말, 그 어디에도 결장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선수단(비행편이)이 난징에서 태풍이 불다 보니 2시간 연착됐나 보다. 또 인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위해 1시간을 기다린 걸로 알고 있다. 선수들이 너무 지쳤다고 한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교통 체증이 있었다. … (호날두는 사인회 장소에) 못 올라온다. 제가 유벤투스를 이길 만큼의 힘은 사실 없다. 선수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나 보다. 그렇지만 경기는 정말 잘하겠다고 한다.”

이후 점입가경, 엉망진창, 막장. 유벤투스 선수단이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다는 시간은 점점 늦춰졌다. 물론 주최측 안내로 안 것은 아니다. 취재진들이 나름의 취재원들에게 묻고, 들어서 파악이 된 내용이었다. 급기야 킥오프 시간에도 도착하기 힘들 것이라는 ‘웃픈’ 정보는 사실이 되었다.(기자석에 알려진 게 도착이 8시 4분이다.)

킥오프를 제시간에 못할 것이라는 사과 공지는 고작 경기 시작 10분을 남기고 이뤄졌다. 사실 술렁이는 분위기는 퍽 크지 않았다. 즐기러 왔고, 서울의 교통체증을 모두가 잘 아는 바. 기다려줄 수 있다는 관용이 엿보였다. 하지만 자꾸 어겨지는 약속은 결국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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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넘은 ‘선’이 ‘최단 45분 출장을 약속하고도 한 결장’만이 아니란걸… 혹시 알까. 기본적으로 한국 축구팬들은 선수를 좋아하면 아껴주고 싶지, 힘들고 심지어 아프다는데 ‘그래도 약속이니 뛰어라’ 할 정도로 모진 이들이 아니다.

경기 후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에 따르면 호날두 결장은 “어제(25일)부터 거의 결정” 돼 있었다. 그러니까 폭우에 경기장 가는 걸 취소할까 몇몇 이들이 고민할 때 “기존 계획대로 개최될 예정”이라고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기 전. 팀에선 사실상 결정된 일이었다는 말이다. 주최 측은 아무 언질이 없었다. 연맹은 “몰랐다”고 했다. 구단과 선수는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진짜 넘은 선은 적어도 사전에 알릴 수 있었던 내용들에 대해 공지하지 않았던 점,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없었던 점이다. 경기장으로 선수단이 출발했을 시간이면, 이미 8시 킥오프는 힘들다는 걸 인지하고도 남았을 텐데 7시 50분(도착도 제대로 안 한 마당)에 알렸으니 더 볼 것도 없는 것 아닌가.

작은 성의라도 보여줬더라면 배신감까진 들지 않는 법이다. 결장을 거의 결정한 그 순간까지도, 나오지도 않을 선수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성심껏 답한 K리그 선수들의 민망함은 어찌할 것이며, 보고 들은 팬들의 설렘은, 그에 대한 시간과 금전적 지출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12시간여 일정에 팬미팅과 사인회, 그리고 경기까지 잡고서 이럴 줄 ‘몰랐다’고 하면 더페스타는 주최와 주관할 자격이 없었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불가항력적인 경우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을 수 있다’ 적혀있다는 조항을 ‘설마’라 생각했다면 바보 인증이다. 물론 속 시원한 답은 듣지 못했다. 경기장이 텅 비고 그 뒤로도 한참을 기다렸지만 주최 측은 취재진과 마주하고 입장을 전하길 거부했다. “곧” 준다던 공식 입장을 기다려보았지만 새 메일은 들어오지 않았다. 유벤투스와 호날두는 무표정 속 부랴부랴 떠난 뒤였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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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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