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이름을 기억해 두세요, 이.수.빈.

기사작성 : 2019-08-05 03:49

- 수원삼성 0-2 포항스틸러스
- 위기의 포항, 한 달여 만에 승리...그 현장
- 중심엔 이수빈이 있었다!

본문


[포포투=조형애(수원)]

“Remember the name, Wayne Rooney!(이름을 기억해두라, 웨인 루니!)”

실제 코멘터리가 어떻게 나갔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포포투>라면 이렇게 외쳤을 것 같긴 하다. 웨인 루니만 쏙 빼고, 이수빈으로. 8월 4일 포항스틸러스 ‘열아홉 엔진’ 이수빈의 플레이는 2002년 10월, 무패행진 중이던 아스널을 상대로 ‘10대’ 웨인 루니가 남긴 임팩트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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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혹은 고백부터 하겠다. <포포투>는 이수빈을 오래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지난 3월 프로 데뷔전을 보고 반했고, 지난 4월부터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리고 8월, 하나원큐 K리그 2019 24라운드에 앞서 포항 관계자에게 물어본 것도 일찍이 점 찍은 이수빈 컨디션이었다.

평범한 안부 인사에 “힘듭니다”라고 대답이 돌아올 정도로 포항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4연승 뒤 승리가 끊긴 상황. 그것도 포항 관계자라면 뒷목 여러 번 잡았을 패배 뒤였던 터라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이수빈 이야기엔 달랐다. 주목하면 좋을 선수에 외국인 선수 2인(일류첸코, 완델손) 그리고 이수빈을 꼽고는 중원 구성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며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되려 질문을 던졌다.

“이수빈, 최영준이요.”

휴... 이틀 뒤 재점 결과는 체면치레를 하게 했다. 김기동 감독은 “쉬어주고 싶었다”면서도 최영준과 시너지를 기대해 이수빈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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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우리 선수들이 착하다”면서 경기 도중 온순한 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고 웃은 김기동 감독. 그러니까 ’착해서 문제’라는 뉘앙스였는데 적어도 이날 최영준이 한 건 착해 보이는 플레이는 아니었다. 경고는 받지 않는 선에서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하고, 흐름을 끊어냈다. 그 덕에 이수빈은 수비에 쏟았던 힘을 보다 공격에 보탤 수 있었고 공격포인트까지 만들어냈다. 그것도 두 개(프로 데뷔 첫 골, 첫 도움)나.

포항이 급해질 수 있을 때 이수빈은 그렇게 데뷔 골을 터트렸다. 0점 조절 완료. “점점 낮게 차려고 하고 있다”던 중거리포는 싹 깔려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전부터 “팀 분위기는 괜찮다”면서도 골이 안 들어간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던 김기동 감독 걱정을 던 골이었다. 쐐기골도 이수빈 지분이 상당했다. 골 장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동료랑 끌어안았다는 감각적인 패스. 이수빈이 제일 자신 있다는 그 플레이로 2-0을 만들었다.

여기서 잠깐. 단체 스포츠에서 홀로 잘해서 이길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실 이날 포항에서 누구 하나 빠지는 이가 없었다. 재활 기간 천천히 잘해서 오라고 인사말 건넸다가 “어리니까 천천히 하란 말 제일 싫다. 그 시간에 다른 선수들이 치고 올라온다”며 <포포투> 혼꾸녕(?)을 냈던 송민규도 참 놀랍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뛰었고, 김기동 감독에게 미팅을 요청해 “안쪽(중앙)이 편하다고, 그쪽에서 뛰고 싶다”고 자처했다는 이진현도 눈에 띄는 킬패스 몇 개를 뿌렸다. 류원우의 선방 역시 빼놓고 말하긴 섭섭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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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2000년생, 막내가 너무도 빛났고,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이수빈을 잡았다.

그라운드 밖 이수빈은 “대한민국 축구에 자산되지 않을까”라 평가했던 김기동 감독 말이 무색하게 겸손했다. “골 생각 없었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골 넣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팀 승리까지 이어져 정말 기쁘다.” 경기장에선 눈시울 좀 붉혔던 것 같은데 나와선 참 담담했다.

얼핏 보면 심심한 내용. 그런데 잘 보면 조곤조곤 할 말하는 스타일이다. 영플레이어상 이야기에 “주시면 좋겠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리라 생각한다. 열심히 뛰겠다”고 했고, 이명주와 비교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실력을 갖추고 나서 들었을 때 뿌듯할 것 같다”고 했다.

아, 지난 6월에 잠깐 클럽 하우스에서 만났을 때 이야기가 제대로 된 예가 되겠다. 그는 A대표 첫 발탁을 언제쯤으로 스스로 보고 있느냐는 말에 한마디 했다. “내년이요.” 얼마 안 남았다고 <포포투>가 깜짝 놀라자 그저 빙긋이 웃었다. 열아홉 패기가 이 정도다. 실력도 갖췄다. 이름을 기억할 이유가 충분하다. 빼어날 수, 빛날 빈. 이수빈이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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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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