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성남] 성남에겐 '목마른 까치'가 있다

기사작성 : 2019-08-18 03:14

- 성남FC 1-0 FC서울
- 성남의 새로운 중앙미드필더 박태준, 김동현
- 어린까치가 팀을 승리로 만들다

본문


[포포투=이승헌(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 가면 기대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까치다. 보통 까치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까치가 연기를 내뿜으며 위아래로 움직인다. 두 번째는 구단에서 주는 선발라인업 종이다. 전국에 있는 모든 경기장 갈 때마다 받는 종이지만 성남에서 받으면 높은 확률로 깜짝 놀란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니 이렇게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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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밤이면 축구 보기 딱 좋은 선선한 날씨다. 날씨도 좋고, 9월호 마감까지 끝낸 터라 <포포투>는 17일 가벼운 마음으로 탄천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성남의 상대는 서울. 지난 시즌 부진을 완전히 잊고 올 시즌 우승 후보로 떠오른 강팀이었다.

성남은 올해 서울 만나면 항상 무기력했다. 1차전 모란종합운동장에서 0-1 패, 2차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3패. 남기일 감독은 성남에서 단 한 번도 최용수 감독을 이긴 적이 없었다. 그랬던 성남이기에, 선발라인업 종이를 받고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3-4-1-2가 아닌 3-4-3 포메이션도 놀라웠고, 오랜만에 보인 문상윤 이름도 놀라웠다. 결국 둘 다 옳았다. 전자는 남기일 감독과 경기 전 만난 자리에서 납득이 갔다. “서울 못 이겨봤으니깐 공격적으로 해봐야죠”라고 말하는 남 감독의 목소리에 ‘공격 축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후자는 경기 휘슬이 불리자마자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선 문상윤은 시작하자마자 서울 선수들 사이로 현란한 드리블로 가벼운 몸놀림을 펼쳤다. “최근에 몸 상태가 좋다”는 남 감독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하지만 이들보다 가장 놀라운 건 선발라인업에 중앙 미드필더 두 이름이었다. 김동현과 박태준. 두 선수 합해서 올 시즌 1군 출전은 6경기가 전부였다. 문지환이 경고 누적으로 빠진다는 것을 알았지만 두 선수 동시 투입은 파격적이었다. 특히 1997년, 1999년생의 어린 선수들로 서울의 미드필더진을 상대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였다. 성남은 서울보다 경기를 월등히 잘했고 분명 그 중심엔 두 선수 이름을 빼놓을 수 없었다. 김동현, 박태준은 서울의 알리바예프, 오스마르, 정원진, 고요한의 중원을 경기 내내 압도했다. 1군 무대에서 둘이 발을 맞춰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마치 몇 년은 한 팀에 있었던 같은 호흡이었다.

“(박)태준이는 볼을 잘 차니까 내가 맞춰주기만 하면 된다” (김동현)

“(김)동현이 형은 정말 잘한다. 호흡도 정말 잘 맞는 거 같다” (박태준)

경기 후 다른 자리에서 경기 소감을 물어봤을 때 두 선수의 답변이다. 마치 짜고 온 것 마냥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같은 답변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어린 선수들이 서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니 두 선수의 호흡은 경기장 안팎을 안 가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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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경기에 나서는 것이었다. 박태준은 풍생고등학교를 졸업 후 지난 시즌 1군으로 콜업됐다. 고등학교에서 프로로 직행한 선수인 만큼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데뷔골까지 넣으며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1군에서 단 2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U-20월드컵까지 갔다 왔지만, 소속팀에서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찜찜했다. 어쩌다 가끔 나오면 졌다. 올해 내가 뛴 경기에서 처음으로 이겼다. 멈추지 말고 팀에 더 도움이 되어야 한다" (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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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김동현은 이번 겨울 이적료 4억에 포항을 떠나 성남에 입단했다. 성남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였다. 하지만 김동현은 지금까지 단 네 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심지어 여름 이적시장에서 트레이드 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있었다. 지켜보는 팬들도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제일 아쉬운 건 본인이었다.

"성남이 큰돈을 투자했지만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다. 경기에 정말 뛰고 싶었다" (김동현)

같은 힘듦을 겪는 선수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전체적인 흐름이 비슷했다. 팬들에게 죄송하고, 경기에 뛰고 싶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이번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것은 그들의 '간절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번 경기에서 경기 출전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했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함'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활약이 '반짝 활약'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것 역시 <포포투>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항상 부족하다. 감독님이 언제든 부르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박태준)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 난 뒤가 없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김동현)

참 묘하게 닮은 둘이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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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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