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인천] 야유를 마주한 남준재, 마지막 뒷모습은

기사작성 : 2019-08-19 04:39

- 인천유나이티드 0-0 제주유나이티드
- 강등권, 뜻밖에 ‘빅 매치’
- 그런데 주인공은 경기보다… 남준재였다

본문


[포포투=조형애(인천)]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갔다 귀가하는 길. 오랜만에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들었다. 그러다 가사가 귀에 콕 박혔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아, 막 <포포투>는 인천에서 다르게 적힌 추억을 마주한 이를 보고 온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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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은 사무실 에어컨 탓에 땀 삐질삐질 흘리며 업무를 보길 몇 주. 9월 호 마감이 끝났고, K리그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리그가 끝나간다는 사실은 9월 호 인터뷰 도중 문득 깨달았다. 제주에서 만난 (아직은 미공개인) 선수 말 때문이다. “생각보다 경기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요. 지금 이 시기가 중요해요. 연승 분위기를 타냐 못 타냐 싸움이에요. 앞으로도 힘든 경기하면 강등 싸움해야 하지 않을까… 선수들도 다 잘 알고 있어요.”

곧 스플릿이 나뉘고 잔류 경쟁이 치열해질 터. 이미 3파전으로 좁혀진 듯한 강등권에 자리한 두 팀, 인천유나이티드와 제주유나이티드 맞대결을 보러 간 것도 그 까닭이었다. 평범할 뻔한 경기는 얼떨결에 ’빅매치’가 되어 있었다. 양 팀 사령탑들도 부인을 못하고 민망해했다. “스트레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크지 않다”고 한 유상철 감독은 낯빛이 말과는 다르게 검은 채로 웃었고, 최윤겸 감독은 웃지도 못했다. 그리고 “많이 스트레스받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경기 그 자체가 중요했기에 흐름에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과 거의 동시에 1인에게 시선이 향했다. 트레이드 후 첫 인천 원정에 나선 제주 남준재다. 몇 명 있지도 않은 개인 응원가까지 있을 정도로 인천에서 사랑받았던 남준재는 인천 팬들에게 거센 야유를 받고 있었다. 야유는 그가 볼을 잡을 때마다 계속됐다. 교체 아웃된 후반 9분까지 말이다. 사방을 뱅 둘러 인사를 할 때도 야유는 줄어들지 않았다.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환호를 뚫고 야유도 결코 작지 않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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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전이랄 게 무색할 정도로 0점이 잘 맞지 않았던 후반을 마치고 가장 눈이 간 이도 남준재였다. 그는 유니폼 상의를 벗고 훈련용 하늘색 조끼를 착용한 뒤 홀로 인천 서포터석으로 걸어갔다.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리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그리 오래 있지도 않고 뒤돌아섰다. 제주행을 ‘연고 이전’으로, 또 ‘야반도주’로 표현한 대형 걸개가 펼쳐져서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남준재는 퍽 당황한 듯 보였다. 취재진 눈을 못 마주치고 연신 머리를 쓸어넘기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모르겠다. 제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 건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차분하게 하려고 했다. 끝나고 나서는 박수를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선수이기에… 지나간 일이다. 인천, 그리고 팬들과 함께 했던 좋은 추억만 생각하고 싶다.”, “야유를 받을 만큼 이 팀에서 내가 그런 존재 밖에 안 되었나, 상당히 아쉽다. 감내하겠다. 빨리 추스르고 다음 스텝 밟도록 노력하겠다.”

이유야 어찌 됐던 두고 떠난 것 같은 그 서운한 마음이야 팬이라면 들 수 있는 것이고, 경기장에서 야유를 보내는 것도 그들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인천 열성팬을 자처한 지인에게 물어 그 심경을 슬쩍 건네들으며 사랑이 컸던 만큼 야유도 그에 비례했을 것이라 짐작도 했다. 어쩌면 떠난 뒤 박수까지 받을 생각을 한 게 선수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추억은 다르게 적히고, 그대는 내가 아니”니까 서로의 마음을 서로가 완벽히 이해하긴 힘든 법이다.

다만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최대한 인천 색깔과 비슷한 걸로 입고 싶어”서 하늘색 조끼를 찾아 입었다는 남준재가 마주한 걸개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만큼 수위가 세게 느껴졌다. 세리머니를 하겠다는 괜한 말로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그 역시 얼마전 넘었을진 모르지만 이날 행동은 지극히 정상궤도에 있었다. 퇴근길에 인천 유니폼을 입은 이들에게 키 낮춰 사인해주고 있던 선수. 마지막까지 그 팬들과 이야기 주고받으며 웃고 있던 선수. 그는 남준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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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Aphotos, 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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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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