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성남] 강원을 지배한 성남의 아이러니

기사작성 : 2019-09-26 04:29

- 성남FC 1-0 강원FC @탄천종합운동장
- 전반 35분 이창용 결승골
- 남기일 감독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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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이승헌(성남)]

성남과 강원의 경기가 열리던 25일 밤. 해가 지면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으며 <포포투>는 탄천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성남 걱정이었다. 지난 토요일 성남은 태풍을 뚫고 간신히 도착한 제주 원정에서 호되게 당했다. 장거리 원정, 궂은 날씨, 수비 실수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0-3으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3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성남을 다시 한번 추락시킨 경기였다. 고된 제주도 원정에서 성남이 얻은 건 무승 경기를 ‘4’로 늘렸다는 것뿐. 남은 건 없었다.

성남이 험난한 원정길을 다녀오는 동안 강원은 오히려 한 경기를 쉬었다. 울산 원정길에 올랐지만 제주도를 거쳐온 태풍이 울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안전을 위해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헛걸음을 한 울산 원정이지만 그래도 강원은 한 경기를 쉬었다는 이점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올 시즌 성남은 강원을 이긴 적이 없었다. 2전 2패. 이번 시즌 승격 당시 2016년 ‘여권 사건’을 언급하며 강원만은 꼭 이기고 싶다던 성남의 포부가 무색했다. 팀 컨디션이나 상대 전적을 봐도 여러모로 강원이 유리한 경기였다.

이런저런 성남 걱정을 하다 보니 어느덧 경기장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성남 관계자를 찾아간 뒤 선수단 안부를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힘들다” 였다. 정확히 말하면 “안 그래도 힘든데, 제주도까지 갔다 와서 더 힘들어요”였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던 고된 제주 원정길이었다. 하지만 경기전 만난 남기일 감독의 얼굴엔 이런 ‘힘듦’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올 시즌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강원을 이기겠다는 의지만 느껴졌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공격하는 수비 축구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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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하는 수비 축구.’ 완벽한 역설이었다. 평소 강팀을 만나면 두 줄 수비를 세웠던 남기일 감독이기에 단순히 역설을 이용한 말장난에 그칠 줄 알았다. 하지만 경기 휘슬이 불린 후 머지않아 남기일 감독의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전방 스리톱을 구성한 공민현-마티아스-이재원은 끊임없는 전방 압박으로 강원을 괴롭혔고 안영규-연제운-이창용이 만드는 수비진은 라인을 내리지 않으며 공격 전개에 집중했다. 말 그대로 공격(라인을 올리고)하는 수비(강한 압박)축구 였다.

효과는 주효했다. ’병수볼’이라 불리는 강원의 빌드업은 성남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며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전반 35분 세트피스에서 수비수 이창용이 골을 넣었고 그 골을 잘 지켜냈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성남은 라인을 내리거나, 압박 강도를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종료 직전에 나온 마티아스의 전방 압박에 감탄만 할 뿐이었다. 남기일 감독의 역설은 강원을 지배했다.

이날 성남을 승리로 이끈 ’공격하는 수비축구’에 정점을 찍은 선수는 골키퍼 김동준이다. 김동준은 여러 차례 실점 위기에서 벗어나는 선방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정확한 킥으로 성남 공격 전개를 도왔다. 지난 경기 자신의 실책을 100% 만회한 경기력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동준도 남기일 감독의 ‘역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공격하는 수비축구’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모든 선수가 전방 압박을 하는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공격진 선수들이 압박을 너무 잘해줬고 덕분에 나도 편안하게 킥을 할 수 있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었던 경기”라는 남기일 감독의 말처럼 이번 강원전은 최전방 마티아스부터 최후방 김동준까지 모든 성남 선수들이 남기일의 철학을 완전히 이해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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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승리였다. 성남은 이번 경기 승리로 기나긴 무승 기록을 끊었고 낮은 확률이지만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기적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보여준 공민현-마티아스-이재원 스리톱의 가능성도 봤다. 그동안 앞에 ‘공격하는’을 빼고 일반적인 수비축구의 이미지가 강했던 남기일 감독의 편견을 깨는 경기이기도 했다.

이 경기를 통해 많은 걸 얻었지만 남기일 감독은 "찬스에서 더 많은 득점을 해야 한다"며 미흡한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제 남은 정규리그 경기는 단 두 경기이다. 스플릿 라운드까지 포함하면 총 7경기가 남았다.

스플릿의 운명은 아직 결정 나지 않았지만 남기일 감독은 "어디에있든 이번 경기처럼 하겠다"며 같은 축구를 다짐했다. 여기에 결과까지 만들어내면 '공격하는 수비축구'는 K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역설'이 될 수 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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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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