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아직도 정신력 타령이냐 물으신다면

기사작성 : 2019-10-07 00:19

- K리그1 33R 수원 1-2 서울
-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 승부 가른 결정적 힘은?

본문


[포포투=배진경(수원)]

해마다 이맘때면 K리그 감독들 입에 부쩍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정신력”이다. 축구적 동의어로 ‘간절함’이나 ‘절실함’, ‘책임감’ 등이 있다. 정신력만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한 발 더 뛰게 만드는 힘은 결국 정신력에서 나온다는 믿음은 유효하다. 슈퍼매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긴 지금은 중국으로 떠난 ‘봉동이장’조차 K리그를 지배하던 시절 종종 “애절함”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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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마주한 수원과 서울의 감독 역시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형이상학적 개념을 언급했다. 슈퍼매치를 앞두고 어떤 준비를 했느냐는 평범한 질문에 이임생 수원 감독은 “4년 간 이기지 못한”기억을 떠올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전적에서 수원은 15경기째 무승(8무7패)이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도록 ”멘털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리그의 다른 어떤 팀 보다 부담감과 압박감이 심한 상대”라며 “정신적으로 잘 준비해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반응했다.

따지고 보면 슈퍼매치 멘털 싸움의 역사는 유구하다. 전력 외 ‘그 무언가’의 기운으로 갈렸던 승부의 결이 존재한다. 두 팀의 파이널라운드 향방은 일찌감치 정해진 터. 서울은 파이널A, 수원은 파이널B로 목적지를 두고 있다. 갈림길 앞에서 ‘김 빠진’ 대진이라는 시각과 “슈퍼매치가 더 이상 슈퍼하지 않다”는 팬들의 자조가 뒤섞였다. 그럼에도 맞대결만으로 스파크가 튀는 특별함은 여전했다. 올시즌 평균 9천명 남짓 팬들이 들어오던 빅버드에는 이날 16,241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슈퍼매치를 향한 기대감이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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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오프 전 백지훈 은퇴식이 열렸다. 전남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서울을 거쳐 수원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그는 한때 슈퍼매치의 화학 작용을 정점으로 끌어올린 선수였다. ‘승리의 파랑새’라는 수원 시절 애칭이 새겨진 유니폼 액자가 그의 손에 전달됐다. 수원 서포터스가 그의 이름을 외쳤다. 전력 외 ‘그 무엇’, 오랜만에 빅버드를 찾은 백지훈이 선수 시절처럼 승리의 전령사가 되어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실렸을 것이다.

홈팀 수원이 불을 댕겼다. 주중 화성FC와 FA컵 4강 2차전에서 120분 혈전을 치른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도전적으로 올라섰다. 경기 전 최용수 감독이 "잠자던 세포를 깨운 경기였을 것"이라던 그 기세였다. 전반 6분 만에 나온 김민우의 슈팅은 위협적이었다. 서울이 맞받아칠 차례였다. 두 팀의 집중력이 부딪치는 찰나, 승부의 추는 싱겁게 한 쪽으로 쏠렸다. 전반 15분 민상기가 핸드볼 파울을 범하면서 서울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푸른색으로 뒤덮인 적진을 마주한 박주영의 슈팅은 차갑도록 정확했다. 선제골이 터진 순간 “첫 골이 어느 팀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 같다”던 이임생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간절한’ 수원은 하프타임에 염기훈과 이종성을 동시에 투입했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한 수원 수비라인이 정비를 마치기 전, 이명주가 비수를 꽂았다. 후반 9분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고요한이 길게 올려준 볼을 뒤에서 뛰어든 이명주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또 한번 “2선에서 공간으로 침투하는 (서울)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다”던 이임생 감독의 경계가 머릿속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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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버린 이임생 감독의 표정을 풀어준 이는 염기훈이었다. 후반 14분 왼발 프리킥으로 한 골을 따라붙었다. 나흘 전 FA컵 화성전에서 홀로 해트트릭을 터뜨린 감각이 생생했다. 에닝요가 전북 시절 세운 K리그 통산 최다 프리킥 득점 기록(17골)과도 타이를 이뤘다. 염기훈의 왼발은 수원의 분발을 촉구했다. 20분 뒤 같은 지점에서 다시 한번 왼발로 수비벽을 넘겼다. 염기훈의 발을 떠난 볼은 그러나 골포스트를 때리고 말았다. 앞서 그의 만회골에 위로 받았던 수원 팬들은 ‘쫄깃’했던 동점골 기대가 사라지자 길게 탄식을 흘렸다.

쓰린 결과를 받아 든 이임생 감독의 말은 짧았다. “FA컵에서 120분을 뛰고 나선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한다.” 아닌 게 아니라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수원 선수 다수는 그라운드에 뻗다시피 쓰러졌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염기훈은 담담했다. 올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를 뒤로 하고 “팬들 앞에 조금이나마 고개 들 수 있는 건 FA컵을 들어올리는 일밖에 없다”며 지친 몸을 추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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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서울은 또 다시 “정신력”을 화두로 삼았다. 최용수 감독은 내용에서 수원에 밀렸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신력에서 밀리지 않아 결과를 챙겼다”고 말했다. 슈퍼매치 16연속 무패라는 전리품보다 지난 시즌보다 강해진 투지와 집중력에 점수를 줬다. 파이널A 돌입 전, A매치 휴식기 동안에는 “훈련 강도를 높이기 보다 멘털을 좀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날 선제골로 슈퍼매치 통산 최다골(8골) 주인공이 된 박주영은 이렇게 해석했다. “정신력은 그냥 열심히 뛴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걸 경기장에서 90분 내내 보여주고 끝까지 유지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상대를 의식하기 보다 우리 경기를 하겠다’는 선언은 강팀이 흔히 쓰는 표현이다. 이날 서울보다 수원이 정신적으로 좀 더 우세했던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FA컵 올인’을 선언한 수원이 보여줘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결승 상대가 프로 클럽이 아니라는, 일반적 시각으로 전망할 때 그렇다. 생각해보니 정신력에는 ‘원팀’으로 통칭하는 팀워크도 포함되는 것 같다. 문득 이날 경기를 관중석에서 보고 있었던 데얀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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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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