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told] '도움왕' 앙리에 대한 고찰

기사작성 : 2019-10-28 18:14

- 2002-03시즌 앙리는 도움왕에 올랐다
- 그의 기록은 무려 20개
- 과연 어떻게 해냈을까?

본문


[포포투=Thore Haugstad]

축구에는 믿을 수 없는 몇몇 기록들이 있다. 1958년 월드컵에서 쥐스트 퐁텐이 어떻게 6경기 13골을 넣었는지 생각해보자. 아니면 1994년 밀란이 34경기에서 36골을 넣으면서 어떻게 세리에A 우승을 했는지도 괜찮다. 티에리 앙리가 2002-03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어시스트 20개를 한 기록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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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리의 도움 기록이 빛나는 이유

앙리의 기록은 그때 보다 지금 더 주목받는다. 프리미어리그에 최다 도움상이 생기고 메수트 외질이 2015-16시즌 도움왕을 할 때까지 앙리의 기록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외질은 19개 도움을 올렸다. 프랭크 램파드(2004-05), 세스크 파브레가스(2014-15), 케빈 더 브라위너(2016-17)보다 한 개 더 많은 수치다. 이들은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플레이메이커고 어시스트가 그들의 임무라는 점이다.

앙리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아스널과 프랑스의 역대 최고 골잡이로 남아있고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 역대 5위에 올라있다. 앞서 언급된 선수들과 달리 그는 직접 골을 넣는 경우를 제외하고 세트피스를 전담하지 않았다. 그의 20개 도움은 모두 오픈-플레이 상황에서 나왔다. 아르센 벵거는 “역대 최고의 공격수들 중 누구도 그의 도움 기록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앙리의 기록은 단순 숫자뿐만 아니라 경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앙리가 축구를 깨달은 시기는 모나코에 있을 때다. 그는 유스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지만 벵거 지도하에 레프트윙으로 데뷔했다. 당시 17세였던 앙리는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 소니 안데르손을 돕는 임무였다. 앙리는 <블리자드>와 인터뷰에서 “나는 골 넣는데 재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윙어로 프로 선수를 시작했고 동료를 도울 수 있는 크로스를 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하지만 앙리는 자신이 좋은 크로스를 할수록 대중의 관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주인공은 앤더슨이었다. 앙리는 <포포투>와 인터뷰에서 “골을 넣는 선수에게 너무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게 아쉽다”고 하며 “세 명을 제치고 훌륭한 크로스를 올려도 득점을 한 선수가 모든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고 했다.

1999년 8월 유벤투스에서 적응에 실패한 후 앙리는 아스널로 이적했다. 그가 구단에 도착하자 데이비드 데인 단장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인 이안 라이트의 영상을 보여줬다. “이것이 네가 할 일이다” 데인이 말했다. 앙리가 8경기 동안 무득점을 이어가자 데인은 이안 라이트의 기록을 깨는 게 하이버리 시계탑을 부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즌에 각각 17골을 넣었고 세 번째 시즌에 24골을 넣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 해에 아스널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앙리는 득점왕을 따냈다. 끔찍했던 2002년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는 타이틀을 위해 격렬하게 싸워야 했다. 강력한 라이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뤼트 판 니스텔로이는 득점왕 경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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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득점 경쟁 대신 어시스트에 눈 뜨다

1년 전 판 니스텔로이는 한 골 차로 득점왕을 놓쳤다. 그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강점을 보인 선수였다. “그는 내가 본 최고의 해결사 중 한 명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자서전에서 말했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빌드업이나 활동량, 스프린트에 관심이 없었다.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 점은 오직 몇 골을 넣었는지이다.”

시작은 앙리가 우세였다. 리그 6경기에서 판 니스텔로이는 1골을 넣었고 앙리는 4골을 넣었다. 앙리는 25야드를 달려 골망을 흔들었고 구석에 꽂히는 프리킥을 손쉽게 성공하기도 했다. 수비수들을 헤집고 막을 수 없는 슛은 일품이었다. 제이미 캐러거는 <데일리메일>에 “앙리가 최고 속도로 달릴 때, 마치 오토바이를 타고 누군가 쫓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11월 중순 아스널이 리그 선두에 오르면서 앙리는 판 니스텔로이, 앨런 시어러, 마이클 오언, 올레 군나르 솔샤르와 같은 라이벌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하지만 앙리는 누구와도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가디언>에 “나는 골잡이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로는 사람들이 나를 오언과 판 니스텔로이와 같은 범주에 두지만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앙리는 자신과 비슷한 선수로 다른 선수들을 언급했다. 크로스를 받는 선수보다 결과를 바꿀 수 있는 호마리우, 호나우두, 조지 웨아였다. “그들은 측면에서도 뛰고 속도와 드리블로 중앙 수비를 속인다. 전에 누가 그랬지? 게르트 뮐러? 파울로 로시? 아니다.”

앙리는 그들과 비슷한 플레이를 하려 했다. 센터백과 맞붙기보다 미드필더 지역에서 왼쪽 측면으로 움직이는 역할을 선호했다. 베르캄프와 4-4-2 포메이션에서 짝을 이룬 앙리는 마치 아스널이 스트라이커를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어디서든 나타났다. 득점하지 않을 때는 양발로 크로스를 올렸다. 앙리는 레프트윙 로베르 피레와 스트라이커 실뱅 윌토르 자리로 움직여 플레이했다. 앙리의 도움을 받은 두 선수는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심지어 프란시스 제퍼스조차도 앙리의 크로스를 받아 2골을 넣었다. 그게 제퍼스의 아스널에서 마지막 골이었다.

“때로는 골을 넣는 것보다 도움을 주는 게 더 기쁘다” 앙리의 말이다. “‘오늘 골을 넣어야 해’라는 마음이 아니다. 도움이 되고 싶다. 만약 내가 2골을 넣었는데 팀이 2-4로 졌다면 화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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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은 앙리의 본능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크리스마스에 깨어났다. 박싱데이에서 미들즈브러에 패한 뒤 그들은 5경기에서 4골을 넣은 판 니스텔로이의 활약 속에 6연승을 달렸다. 폴 스콜스는 “뤼트는 골을 넣지 못하면 경기에서 이겨도 버스 뒷자리에서 토라져 있을 것이다. 그는 앙리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고 자신이 가장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월 초 8점 차로 아스널을 앞서던 맨유는 시즌 내내 패배하지 않았다. 판 니스텔로이가 8경기 연속 득점을 올렸을 때 앙리는 4경기 무득점 경기를 펼쳤다. 몇몇 사람들은 킬러 본능에 있어서 판 니스텔로이를 더 나은 공격수로 여겼다. 하지만 앙리는 페널티 박스 밖에서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하는 선수였다.

앙리는 “공격수들을 특별하게 해주는 이기주의가 나에게는 없다”고 했다. “윙에서 뛰면 골 욕심이 덜 난다. 그래서 나는 선수들이 서로 패스를 안 할 때면 흥분한다. 좋은 축구는 흔들리기 쉽다. 누군가 팀에 맞지 않을 때 그 팀은 존재할 수 없다. 집에 들어와서도 선수들끼리 패스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두 경기가 남아있을 때 맨유는 아스널을 제치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남은 건 득점왕이었다. 찰턴 원정 경기서 판 니스텔로이가 해트트릭하며 24골로 한 골 차 앞서 나갔다. 아스널은 홈에서 사우샘프턴과 맞붙었다. 앙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사우샘프턴 경기 전에 판 니스텔로이를 잡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본능은 그렇지 않았다.

아스널이 6-1로 이겼지만 앙리는 득점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피레와 저메인 페넌트를 도왔다. 두 선수 모두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앙리는 “나는 욕심이 없는 선수지만 그 경기에서 욕심은 부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를 존중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앙리는 선덜랜드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판 니스텔로이와 동률을 만들었다. 그 후 그는 머리로 프레디 융베리 득점을 도왔다. 경기 종료 12분을 남겨두고 득점 찬스를 맞았지만 더 좋은 위치에 있던 융베리에게 공을 내줬다. 같은 시간 판 니스텔로이는 에버턴을 상대로 한 골을 더 넣으며 25골을 만들었다. 구디슨 파크에서는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 종료 2분 전, 앙리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융베리였다. 결국 판 니스텔로이는 득점왕에 올랐고 융베리는 아스널에서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후 앙리는 <블리자드>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를 돕는 것이다. 충분히 득점할 수 있을 때도 더 좋은 위치의 선수에게 패스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 눈에서 기쁨을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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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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