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up.told] 그래도 아름다웠던 수원의 마무리

기사작성 : 2019-11-11 03:12

- 2019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 수원 삼성 4-0 대전 코레일
- 최다 우승팀 기록 세웠다

본문


[포포투=이승헌(수원)]

바람 잘 날 없던 수원삼성의 올 시즌. 그래도 마지막은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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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확신이 있었다

수원이 다섯 번째 FA컵을 들어 올렸다. 합계 스코어 4-0. 사상 첫 내셔널리그 소속으로 우승을 꿈꾼 ‘코레일의 기적’을 눈앞에서 막아냈다. 이번 우승으로 수원은 역대 FA컵 최다 우승 팀이라는 타이틀을 목에 걸었다.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우승까지 크고 작은 장애물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가장 큰 위기는 K3리그 소속 화성 FC와 4강 경기였다. 원정에서 0-1로 예기치 못한 일격을 맞은 수원은 벼랑 끝까지 몰렸다.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이임생 감독의 ‘사퇴 발언’이 나올 만큼 충격적인 경기였다. 하지만 그들은 2차전 홈에서 역전극을 만들어내며 결승에 안착했다.

결승전도 쉽지 않았다. 수원은 대전에서 열린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졸전이었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경기력 면에서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대전까지 찾아온 수원 원정팬들이 경기 후 선수단에게 야유를 퍼부을 정도였다. 하지만 졸전을 치른 뒤에도 수원 이임생 감독은 2차전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임생 감독은 “2차전에서 자만하지 않고 준비하면 선수들과 우승할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주장 염기훈도 같은 생각이었다. 염기훈은 “실점하지 않은 점에 만족한다. 2차전 홈에서 우승할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했다.

그들의 확신은 2차전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수원은 코레일을 홈으로 불러들여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실로 오랜만에 거둔 대승이었다. 올 시즌 전 대회 통틀어 수원이 한 경기에 4골을 퍼부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모든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100% 해낸 경기였다. 경기 후 이임생 감독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4-0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길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선수들과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팬들도 열렬한 환호로 그들의 우승을 축하했다. 우승을 향한 믿음. 수원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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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운 오리 새끼, 백조가 되다

사실상 수원의 우승을 확정 지은 건 두 번의 중거리 슛이었다. 전반 13분 오른발로, 후반 23분엔 왼발로 코레일 골 망을 흔들었다. 주인공은 미드필더 고승범. 고승범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수원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잘 싸우던 코레일도 고승범의 중거리 슛 두 방에 무너졌다. 멀티골로 팀을 승리로 이끈 고승범은 대회 MVP까지 받았다. 올 시즌 좀처럼 웃을 일 없던 이임생 감독도 함박 미소를 지으며 그를 축하했다.

고생 끝에 얻은 열매다. 고승범은 2016 시즌 수원 유니폼을 입은 뒤 줄곧 로테이션 멤버에 머물렀다. 2017 시즌 33경기 출전으로 빛을 보나 싶더니 다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결국 고승범은 지난 시즌 대구 FC로 임대 이적을 택했다. 하지만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도 이임생 감독 눈에 완벽히 들지 못하며 8경기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 그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사고를 친 것이다. 그는 “기회가 왔을 때 잘하고 싶어 열심히 준비했다. 준비는 힘들었어도 기회를 받았고 잘 살렸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고승범은 2016년 수원, 2018년 대구에 이어 FA컵에서만 세 차례 우승한 선수가 됐다. 경기에 뛰지 못한 앞선 두 차례 결승전과 달리 이번엔 자신이 직접 우승을 만들어 냈다. 그는 “이전 두 번의 우승을 옆에서 지켜만 봤다. 느끼는 게 많았다.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잘 풀렸다. 준비한 만큼 보여줘 기쁘다”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주전에서 밀린 후보 선수에서 MVP로.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된 고승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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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ACL이다

수원은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2018 시즌 4강에서 무릎을 꿇은 뒤 1년 만에 아시아 무대에 복귀한다. 하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FA컵을 들어 올렸지만 시즌 전체로 봤을 때 올 시즌 수원의 성적을 성공적이라 평하기 어렵다. 리그 8위로 파이널 B에 머물렀고 계속해서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의 전력과 선수단으로는 ACL에서 경쟁력 있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에 감독과 선수는 한목소리로 ‘선수 보강’을 외쳤다. 이임생 감독은 “ACL에 진출한 만큼 구단이 선수 보강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주장 염기훈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주장으로서 선수 보강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생각이다. ACL 진출권을 땄지만 이 멤버로 내년을 보내기는 힘들다. 많은 선수를 원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부분에 보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더 과감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염기훈은 “올해 이기는 경기보다 지거나 비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 상태로 간다면 FA컵, 리그, ACL를 병행하기 힘들다. 어쩌면 올해보다 더 안 좋은 성적 거둘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수원은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감독과 선수의 말처럼 선수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기존 선수들의 활약이다. 아무리 큰돈을 쓰더라도 선수 11명을 전부 바꿀 수 없다. 올 시즌을 같이 한 선수들 대부분과 내년에 함께해야 한다. 염기훈은 어린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했다. 그는 “이제 나도 90분을 뛰기가 힘들다. 욕심을 버리려 한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이 활약을 해줘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 (고)승범이가 나온 것처럼 더 많은 선수들이 활약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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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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