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then] 김재성, 영일만 지단에서 호랑이 코치로

기사작성 : 2020-03-27 12:02

- 은퇴 후 이야기: <김재성>편
- 그라운드 위 조율사의 3단 변신
- 해설 위원을 거쳐 이제는 코치님이시다!

본문


축구화를 벗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그때 그 스타’를 만납니다. <편집자 주>

[포포투=조형애]

경기전 긴장과 떨림이 “재밌다” 말하는 천생 축구 선수다. 정체와 안주를 가장 경계하는 김재성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늘 도전을 택해왔다.

제주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한 뒤 상당한 기회를 받았지만 정작 김재성은 ‘더 이상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에 펑펑 울며 포항스틸러스로 향했다. “기회가 없을 줄 알면서도 갔다”는 게 그의 말이다. 포항에서 ‘패스 자부심’이 흔들리고, 다시 탄탄해진 뒤 얻은 결과는 이렇다. FA컵 우승 2회(2008, 2013),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09), K리그1 우승 1회(2013), 리그컵 우승 1회(2009). 그는 계속 도전했다. 2015년 당시 ‘창단팀’ 서울이랜드로 향했고, 이후 국내외 팀들을 여럿 거쳤다.

은퇴 후에도 마찬가지다. 해설 위원으로 설렘이 사라진 2020년. 그는 인천유나이티드 코치가 되었다. 부담을 온몸으로 껴안은 그의 목소리엔 오히려 설렘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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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부임 3개월 차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태국에서 체력 훈련을 하면서 기초적인 전술 훈련하기 전까지의 몸 상태를 만들어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임완섭) 감독님이 선임되어, 남해 훈련부터는 감독님이 구상하는 축구를 팀에 입히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인데,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노력 중이다. 축구라는 게 갑자기 확확 바꿀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빨리 시작했더라면, 컬러가 안 입혀진 상황에서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코치’ 김재성의 3개월은 어땠나?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쓴소리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웃음) 변화를 빨리 만들기 위해서, 내가 소리를 많이 칠 수밖에 없더라. 태국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칭찬을 많이 했다. 지난해 힘든 상황을 겪어서인지, 팀이 처져 있는 것 같아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다. 그 이후부터는 쓴소리를 많이 한 것 같다. 전술적으로 들어갔을 때는, 선수들이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한 번 했으면 안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선수는 호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선임 당시부터 이야기해보자. ‘젊은 지도자’로 주목을 받았다. 해설 위원 변신 1년 만에 지도자 재변신. 예상보다 빨랐다!

내 예상보다도 빨리 지도자의 길에 접어든 것 같다. 인천의 제안은 그냥 ‘같이 하자’ 정도가 아니었다. 그 이유가 컸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에 결정을 빨리할 수 있었다. 사실 제안받고 이틀 만에 결정을 내렸다.

선택지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왜 인천이었나?

주변에서는 가장 원치 않는 선택을 했다고들 한다.(웃음) 결국엔 현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 현장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천은 가능성이 많은 팀이다. 준비 잘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이상 보람된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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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조언에 따라 움직이기 보다 마음 가는 대로 택하는가 보다.

그런 편이다. 돌아보면 안 좋은 선택들 때문에 은퇴를 더 일찍 했다고도 할 수 있다. 선택에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많이 배웠다. 모든 걸 재고서 ‘여기가 리스크가 제일 적고, 좋아’ 그런 선택은 안 했다. 그렇게 살아왔다.

해설 위원으로는 현장에 대한 갈증이 풀리지 않았나?

그보다 은퇴 후 다시 찾은 긴장감이 빨리 사라졌다. 선수 시절 경기장 나가기 전에 긴장되고 떨리는 게 재밌었다. 중계로 그 감정을 다시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내 해설을 듣는다는 설렘이 있었다. 그런데 익숙함이 무섭다고… 해설은 훨씬 정체돼있다는 느낌이 빨리 왔다. 최고의 해설 위원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현장의 감이 있을 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1군 코치 겸 2군 감독이다. 책임감이 막중할 것 같다.

처음이다 보니 ‘지금 무엇을 해야 팀에 도움이 될까’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확실히 부담은 큰 것 같다. 그런데 선수 발전을 생각하면 설렌다. 감사한 건 소통이 되는 코칭스태프를 만났다는 점이다. 위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묻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실제로 ‘네 생각이 맞을 수 있겠다’면서 방향을 트는 것도 봤다. 앞으로 1군에서는 미드필드나 공격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큰 보람일 것 같다.

3개월여 동안 그 보람을 느낀 적 있나?

유스에서 올라와서 프로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한 번 호되게 이야기하니까 남해에서 삭발을 했더라! 그 후로는 훈련에 열심이다. 지금까지도 적극적으로 해주고 있다.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꼈다.

달변가 스타일이라, 쓴소리가 상당히 날카로울 것 같은데…

이야기하고 돌아서서 생각한다. ‘이 이야기 잘 한 걸까?’ 마음도 안 좋다. 그런데 나 역시 많은 팀 들을 가봤지만… 인천 코치 선생님들이 정~말 좋으시다. (FFT: 쓴소리할 캐릭터가 필요한 건가?!) 실수해도 웃고 “괜찮아, 괜찮아!”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어쩔 때는 가볍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훈련에선 맞춰가면서 완성해 나가는데 재미를 느껴야 한다. 조금 더 심각하게 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로 코칭스태프가 “네가 그때 잘 말해준 것 같다”고 하시기도 한다.(웃음)

선수 시절 몰랐던 지도자의 고충이 있나?

선수 때는 코칭스태프가 얼마만큼 노력하는지 몰랐다. ‘샘들은 프로그램 만들고, 코칭하고 끝’.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분석하고, 이전에 한 프로그램과 비교해서 논의하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선수 한 명 한 명 더 잘하게 위해 장단점 파악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더라. 개인적으로는 계획했던 것보다 코칭을 못했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지도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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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만 잡으면 템포가 죽는다니…!
파리아스 감독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 후로 내 축구는 완전히 바뀌었다


포항스틸러스 전성기를 함께 보냈다. 잘 되는 팀에는 무엇이 있는 건가?

‘팀 문화’를 꼽고 싶다. 신인 선수든, 새로 영입된 선수든 갖춰진 팀 문화에 흡수되어 따라가면 잘 된다. 기존 선수에 대한 존중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도 팀 문화가 잡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좋은 팀으로 가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 문화’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직업 정신을 가지고, 선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 팀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원래 하던 방식이 있더라도, 팀의 철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1년 동안 해설을 하며 만난 지도자들의 말도 하나같다. “선수 관리가 힘들다”였다. 선수들이 자기 생각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만 한다고 말이다. 어찌 됐든 선수는, 원하는 역할을 했을 때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선수가 팀에 따라 바꿀 필요가 있고, 바꿀 줄 알아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김재성 역시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부심과 연관된 사연이 하나 있다. 제주에 있을 때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기를 뛰고서 포항 이적을 했는데, 날 본 파리아스 감독이 한마디 하더라. “넌 준비가 안 돼있는 거 같다. 안 좋은 선택, 안정된 선택을 한다. 그러니 네가 볼을 잡으면 템포가 느려진다”고. 패스에 자신 있어서 선수 생활을 했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후로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었다. 무조건 전진 드리블, 전진 패스! 그러다 5분, 10분씩 기회를 부여받아 1년 뒤 주전이 됐다. 나 역시 나름의 축구 철학이 있었지만, 결국엔 내가 받아 들여야 한다는 걸 빨리 깨우쳤다.

그 변화로 월드컵 무대까지 밟았다. 원정 첫 16강을 경험하지 않았나!

부상 때문에 못 가는 줄 알았다! 출정식에서 발목을 다치고 들것에 실려 나오면서 참 슬펐던 기억이 난다. 허정무 감독님이 “재성이가 다친 게 가장 아쉽다”고 해서 더 슬펐다. 그런데 기회를 주시더라. 가서도 훈련보다 치료한 기억이 더 많다. 우루과이전 선발까진 나도 예상 못 한 일이었다.

선수 생활 중 지도자를 많이 만난 편이기도 했다. 본받고 싶은 지도자가 있나?

세어보니 프로에서만 13분이더라. 성적을 함께 냈던 감독님들은 다 이유가 있었다. 우선 파리아스 감독은 좋은 훈련을 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한 훈련이었는데, 운동장에서 가장 많이 연습한 게 나왔다. 황선홍 감독님은 어린 선수들로 팀을 잘 만들었다. 레전드의 아우라가 있다.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리더십을 지녔다. 허정무 감독님은 선수 장악 능력이 정말 좋다. 기본적으로는 선수가 뛸 수 있게끔 동기부여를 해주는 게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김남일, 설기현 등 40대 초반 젊은 감독들이 탄생하고 있다. 감독 김재성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먼 이야기인 거 같다. 선배님들이 다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하더라. 세상이 다 안다고나 할까. 아무것도 없는데 감독 물망에 들지는 않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바뀌는 추세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른 감독 교체가 과연 질적으로 축구를 나아지게 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팀을 만들려면 기간이 필요하다. 좋은 축구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기대하는 축구를 보여주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FFT: 지도자 김재성이 좋은 축구를 보여주길 기대하겠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끝으로, 올 시즌 인천의 시간은 어떨까?

리그를 힘들게 마치치 않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8위 정도는 맞춰야 한다. 전력상 해볼 만한 상대와 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든 승점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그가 향후 어떤 식으로 치러질지 결정 나지 않았지만, 우리의 승점 관리는 정해졌으니 그것에 맞춰서 우리는 우리의 것을 해나갈 것이다.

FACT FILE

부천SK/제주유나이티드
포항스틸러스
상주상무(군 복무)
서울이랜드
제주유나이티드(임대)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
전남드래곤즈
우돈타니FC
대한민국 대표팀
인천유나이티드(코치)

* 본 인터뷰는 <포포투> 2월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3월, 추가 인터뷰로 내용을 더하였습니다.

사진=정재훈, FAphotos
writer

by 조형애

디지털이 편하지만 아날로그가 좋은 @hy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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