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then]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정인환 "인천은…김신욱은…"

기사작성 : 2020-05-07 15:13

- 은퇴 후 이야기: <정인환>편
- 은퇴 후 축구교실을 오픈한 정인환
- 인천 시절 오해, 김신욱에게 전한 뒤늦은 고백이 이어지는데…

본문


축구화를 벗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그때 그 스타’를 만납니다. <편집자 주>

[포포투=이종현]

중학교 2학년. 또래보다 한참 늦은 시기 처음 축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K리그 최고의 수비수가 돼 대표팀 유니폼도 입었다.

그런 그가 은퇴 이후 아이들을 위한 축구 교실을 열었다. “손흥민 좋아? 선생님이 예전에 같이 뛰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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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나이에 조용히 은퇴했다.
유명한 선수들은 은퇴식을 한다. 나처럼 애매하게 끝난 선수들은 보통 조용히 은퇴하는 거 같다.(웃음) '은퇴를 언제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2017년 서울과 계약이 끝나고 팀을 구하는 상황에서 꼬였다. 다섯 번이나 협상이 깨졌다. 이적 기간이 끝나고 겨울 지나 여름 되니까 은퇴가 자연스러워졌다.

쿨한 성격인 것 같다. 제2의 인생을 빨리 시작했다. 축구 교실(2020년 1월 오픈)은 어떻게 하게 됐나?
선수 생활 때는 강압적으로 살았다. 은퇴 후 전문 지도자로 갈 수도 있었는데 자유롭고 싶었다. 내 브랜드를 론칭해 한 번 차려보고 싶기도 했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 축구클리닉을 참가하면서 배웠다. 지도자 자격증도 C급까지 땄고, 올해 B급 과정에 들어간다. (FFT:선수 시절 이미지와 달리 축구교실은 아기자기하다) 맞다. 아내가 인테리어 전부 도맡아 꾸몄다. 내가 했으면 그냥 떼 안 타는 검은색으로 했을 텐데.(웃음) 키즈 카페 같아서 좋다. 학부모들도 많이 좋아한다.

여섯 살 아이부터 가르친다. 하지만 본인은 축구를 늦게 시작했다고 들었다.
축구를 워낙 좋아했다. 하지만 집안 여건이 안 됐다. 집에서 포곡초등학교 축구부 새벽 운동 시간에 맞춰 나갔다. 옆에서 같이 훈련했다. 그 정도로 좋아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축구를 처음 시작했다. 늦게 시작해 쉽지 않았다. 얘들은 볼 트래핑을 300개씩 했는데, 나는 10번도 못했으니까.(웃음) 당시 축구부 감독님이 지금 서울이랜드 정정용 감독님이셨다. 볼 트래핑으로 골대를 왕복하면 정식적으로 축구 시켜주겠다고 했다. 한 달 기간을 받아서 연습해 통과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재미있었다고 들었다.
고등학교 진학 타이밍에 용인축구센터가 지어졌다. 허정무 총감독님 체제에서 선수를 뽑았다. 중학교 몰래 테스트 봐서 붙었다. 당시 백암고 신입생은 거의 다 연령별 대표급 선수들이었다. 입학 후 중국 쿤밍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첫 경기에서 나 때문에 5골 먹었다. 허정무 감독님이 ‘축구 때려치워라’고 했다. 박광현 당시 코치님이 나를 아침, 저녁 훈련에 다 데리고 나갔다. '신체조건은 좋은데 너무 못하는 게' 아쉬웠었나 보다.(웃음) 새벽 운동했던 게 효과가 있었다. 경기력이 좋아지니 허정무 감독님한테 칭찬받았다. 출전 시간이 점점 늘어 후보에서 주전이 됐다. 그때 축구가 정말 재미있었다. 잘하는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던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니 타고났다는 측면에서 재능을 무시 못 한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면서 재능이 만들어졌다고 생각이 들더라.

정인환 하면 헤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후방에서 헤더 하는 스타일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전북현대 신인 때였다. 코너킥 상황에서 (김)형범이 올려주고 헤딩했는데 막으려던 수비수 머리에 얼굴이 부딪쳤다. 오른쪽 얼굴이 함몰될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 오른쪽 얼굴은 지금도 감각이 없다. 수술 두 번 하면서 쇠를 박았다. 당시엔 날아다니는 파리도 무서웠다. 재활하고 복귀했는데 공이 너무 무서워서 헤딩도 못했다. 하지만 '헤딩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헤딩이 안 되면 내 색깔이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최강희, 홍명보 감독님이 많이 조언해 주셨다. 이후 전투적인 헤더 스타일에서 체공시간 늘려서 뒤에서 헤더 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고등학교 시절 나 때문에 5골 먹었다. 허정무 감독님이 말했다. 너 축구 때려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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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를 보냈던 인천에서 출발과 끝 모두 시끄러웠다.
전남에서 인천으로 트레이드 됐을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인천에 애정이 있던 안재준 선수와 트레이드 됐다. 인천의 레전드 임중용의 등 번호인 20번을 달았다. 인천 팬이 곱게 보지 않았다. 경기력까지 안 좋았다. 허정무 당시 인천 감독님이 나 때문에 서포터스와 만났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나한테 다른 얘기는 안 하시고 '다른 생각 말고 잘해라'라고 했다. 감사했다. 좋지 않은 경기력은 갑자기 반전됐다. 스스로 단순해진 것 같다. 잘하다 보니까 2012년 리그 베스트11 수비수에 이어 대표팀까지 갔다. 당시 인천 팬들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아해 주셨다. 그런 찰나 시즌 끝나고 최강희 전북 감독님이 다시 불러주셨다. 그때 기자들이 자극적으로 글을 썼다. '인천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은 생략되고 '인천을 만나면 집중해야지' 그런 기사로 나갔다. 오해였다. 프로 13년 동안 뛰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인천시절이다. 팬들이 안 좋게 보니까, 속상하다.

섬뜩한 에피소드도 있다고 들었다.
인천 원정을 갔다. 경기장 들어서자 팬들이 90분 내내 야유를 하더라.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경기 끝나고 인사드리러 인천 서포터스석으로 갔는데, 서포터스 한 분이 저를 쳐다보면서 인천 시절 20번 유니폼을 가위로 자르더라. 아직도 그 당시 영상을 소장하고 있다.(웃음) 프로 13년 동안 뛰면서 그때가 정말 재미있었다.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인천인데, 팬들이 안 좋게 보니까, 속상하다.

선수 시절 다양한 선수를 만났다. 누가 가장 까다로웠나.
(이)동국이 형이 까다로웠다. 박스 안에서는 메시보다 더 빠른 거 같다. 박스 밖에서는 잡기 쉬운 선수다. 많이 뛰지 않지만, 갑자기 시야에서 없어진다. 수비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동작이다. 동국이 형은 슈팅도 워낙 좋다. 순간을 놓치면 실점이다. (김)신욱이도 까다롭다. 신욱이는 키가 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데, 헤딩도 할 줄 안다. 발도 정말 좋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신욱이가 액션하고 이런 거 사실 다 파울이다.(웃음) 신욱이는 잡을 수 없다. 헤딩할 때 무조건 잡고 당겨야 한다. 하지만 심판은 일어서라고 한다. 신욱이가 많이 억울했을 거다. 저도 파울하고 안 했다고 했다.(웃음) 정상적인 김신욱은 막기 어렵다. 그래서 인정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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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슈퍼리그의 특급 공격수가 더 막기 어렵지 않나?
중국에서 오히려 괴물 같은 공격수 막기 편하다. 뎀바 바나 팀 케이힐이 좋은 움직임을 하면 못 잡겠더라. 패스만 투입되면 득점이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이 패스를 못 준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까 뎀바 바나 케이힐이 화내면서 100%로 안 뛴다.(웃음) 저는 100%로 플레이하니까 막기 쉽다. 오히려 한국이 제일 힘들다. 모두 90분 동안 열심히 뛴다.

요즘 젊은 선수 중에 누가 잘하는 거 같나?
김민재 말고는 없다. 고루고루 잘하는 선수는 있지만, 민재는 고루고루 정말 잘한다. 민재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한다. 실수해도 움츠려들지 않고 바로 이겨낸다. 그 자세가 좋다. 민재는 키도 큰데 반응도 좋다. 사람들이 ‘김민재는 유럽 가야 한다'고 하는데, 안 가면 아쉽다. (FFT:현역 때 다시 호흡 맞추고 싶은 선수는 당연히 김민재가 1순위인가?) 맞다. 파트너인 제가 편할 거 같은 게 이유다.(웃음) 그러다가 같이 실력이 는다. 베이징궈안의 센터백도 민재 덕분에 실력이 많이 늘었을 거다.

아차, 1월 오픈했다던 축구 교실 이야기를 더 해보자.
축구 교실 이름은 ‘FC KICK KICK’이다. 차는 행위 '킥’과 웃을 때 내는 소리 '킥킥킥'에서 착안했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축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다. 축구교실 로고 고릴라 캐릭터는 와이프의 작품이다. 나를 형상화했다고 한다.(웃음)

축구 교실을 운영하면서 제일 난감한 상황은 언제인가?
아이들이 오열하면 난감하다. 볼을 맞거나 경기에서 지면 승부욕 때문에 운다. 어머님들이 지켜보는데, 달래주는 게 어렵다. (FFT: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나) 내가 총각이었으면 축구교실 안 했을 거다.(웃음) 아이들 감정을 모를 테니까. 지금 아이가 두 명 있다. 아이들 키우면서 성향이 바뀌었다.

아이들이 감독님이 축구선수 출신이라고 알아봐 주나
아이들은 나를 잘 모른다. 그래서 카운터에 대표팀 시절 사진을 붙여놨다.(웃음) 아이들이 '선생님이에요?' 물으면 '나라고!' 강조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유튜브에 영상이 있어야 인정받는다. 다행히 유튜브에 내 하이라이트가 있다. 아이들이 자주 '선생님 이강인보다 잘해요? 손흥민보다 잘해요?’라고 질문한다. 그러면 나는 “손흥민 좋아? 선생님이 예전에 같이 뛰었어!"하면 놀란다. 같이 찍은 사진도 보여줬다. 그러니까 믿더라. ‘커밍아웃’ 이후 고학년의 눈빛이 달라졌다. 수업에 집중한다. 손흥민 효과를 조금 보고 있다.(웃음). (FFT:지도자 정인환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도자도 기본기부터 해야 한다. 목표는 항상 국가대표 감독이다. 하지만 과정이 중요하다.

FACT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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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젠예
FC서울
대한민국대표팀

* 본 인터뷰는 <포포투> 4월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사진=이연수, FAphotos
writer

by 이종현

이상과 이유, 그 사이 어디쯤 축구 @joyea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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