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n&now] 인천과 사랑에 빠진 '미추홀 파이터' 이윤표

기사작성 : 2020-05-25 12:13

- 은퇴 후 이야기: <이윤표>편
- 은퇴 후 인천에 축구센터를 오픈한 이윤표
- 그는 인천을 위해 할아버지 몸이 될때까지 뛰었다는데

본문


축구화를 벗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그때 그 스타’를 만납니다. <편집자 주>

[포포투=이종현]

“단언컨대 누구보다 내가 인천 구단을 제일 아끼고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이윤표는 은퇴 이후 인천 송도에서 제2의 삶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 최고의 애정 팀 인천과 싸우고 있다.

Responsive image

올해 2월, 은퇴를 결정했다고 들었다.
2019년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마지막 해를 보냈다. 사실 12월부터 다른 팀을 알아봤다. 일이 잘 안 풀리기도 했고, “인천에서 은퇴하겠다”라고 팬들과 약속하기도 했다. 아쉽게 팀을 나왔다. 과정은 아프지만 새로운 일을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축구 센터를 오픈한다고 들었다. '굳이 축구센터’인 이유도 궁금하다.
원래는 지도자가 목표였다. 인천에서 은퇴해서 인천 산하 중ㆍ고등학교에서 지도자 코스를 밟길 원했다. (구단과 소송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은퇴하고 ‘뭐 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선수 시절부터 후배에게 조언하는 걸 좋아했다. 그때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르치고 싶었다. 어려웠는데, 주위에서 응원해 주고 도와줘서 할 수 있었다. 일반인, 축구 엘리트를 위한 멘토로 축구도 알려주고 몸도 만들어주는 거다. 좋은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부천 출신이지만, 이제 인천이 고향 같다. 인천에서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축구센터를 하게 됐다.

이윤표 하면 미추홀 파이터란 별명답게 인천을 위해 항상 몸을 날렸다.
인천에서 뛰면서 시술까지 합치면 12번이나 수술했더라. 무릎 수술만 6~7번 했다. 2018시즌 수원전에는 갈비뼈가 부러졌는데도 뛰었다. 직전 경기 경남전 말컹과 부딪치면서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그냥 뛴 거였다. 뼈가 튕기면서 폐가 터졌다. 의사가 “미쳤냐. 폐가 팽창 안 됐으면 너 죽었을 거다”고 했다. 그래서 긴급 수술했다. 인천을 위해 그렇게 뛰었다. 지금 내 겉모습은 튼튼해 보이지만 무릎, 허리, 어깨, 디스크까지 합치면 할아버지보다 몸이 안 좋다.(웃음)

인천의 어떤 점이 할아버지 몸이 될 때까지 뛰게 만들었나?
이거에 대한 답은 없을 거다. 다른 분들이 인천 팬들한테 ‘꼴찌, 강등권 팀인데 왜 이렇게 응원하냐’고 한다. 하지만 그게 인천의 매력이다. 나한테는 복합적인 기억이 있는 팀이다. 다른 팀은 생각 안 날 정도로 인천밖에 없다. FA컵 준우승을 뛴 것도, 천국 지옥을 다 경험한 것도 인천이다. 온탕냉탕 그런 매력이 있는 팀이 인천이다.

"내가 할아버지 몸이 될 때까지 뛰었다. 그래서 인천이 강등 안 당한 거다!"


그런데 2012년, 인천 서포터스와 대판 싸웠다고 들었다.
서울전에 졌다. 정말 죄송했다. 그런데 서포터스 쪽에서 물병이 날라왔다. 내가 딱 봤는데, 어린 팬이었다. 미안한 사람한테 계속 뭐라고 하면 화가 난다. 그 팬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쳐다봤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 인상이 좋지 않다.(웃음) 욕을 하시더라. 그리고 라커룸으로 돌아왔는데 난리가 났다.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 ‘서포터스한테 사과하라’고 했다. 이후 서포터스와 만나 잘 해결했다. 당시에는 당황했는데 좋게 마무리됐고,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을 거 같다.
항상 유리별이가 생각난다. 그 팬이 당시 고등학생인데 문학경기장에서 뛰고 나오는데 나한테 ‘너무 멋있다’고 사인해달라고 했다. 인천 유니폼을 입고 첫 사인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선수한테 다가온 게 감사했다. 정말 즐거웠다. 아직도 연락한다. 내 딸이 태어났을 때 선물도 챙겨줬다. 센터도 오픈하면 오기로 했다. 이제는 팬이 아니라 정말 가까운 지인이 됐다. 2대가 응원하는 팬도 마찬가지다. 본부석 반대편에 있는 40~50대 건장한 남성분인데, 항상 ‘이윤표~ 와!’ 제 이름을 크게 외치면서 응원해 주시는 분이 있다. 진짜 연락 한번 주시면 모든 걸 다 드리겠다.

2016년 10월 29일 포항전 프리킥 상황에서 권완규 득점 전 상의 탈의해 ‘득점 예언한 축구도사 이윤표’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내 의지로 유니폼을 벗은 게 아니다.(웃음) 골을 넣으려고 쇄도하는데, (배)슬기가 내 목을 잡아서 몸이 숙여졌다. 유니폼이 벗겨지고 얼굴에 쓰였다. 유니폼을 내리려고 했는데 안 내려졌다. 그래서 그냥 벗어 버렸다. 근데 (권)완규의 골이 들어가 있더라. 팬들이 ‘미리 세리머니 했다’며 반응이 좋았다.(웃음) 그런데 주심이 유니폼 벗었다고 옐로카드 줬다. “슬기가 잡아서 벗겨진 거다!”라고 해명했는데 인정해 주지 않았다.(웃음)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은 군대 문제에 대해 말해준다면.
무릎을 자주 다쳤다. 처음 다친 게 고등학교였다. 그때 수술했고 축구선수니까 병무청에 진단서를 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감독님이 만류했다. 그래서 안 냈다. 7~8년 지나서 인천에 입단했고, 무릎 수술(2012년)하고 군대를 가야 할 시기가 왔다. 알아보니 8년 전 무릎 수술 기록이 없어졌다. 2012년 진단서만 병무청에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병무청에서 이전에 수술 기록은 인정해 주지 않았다. 소송이 들어갔다. 당연히 군대를 가야 하는 걸 알지만, 인천에서 자리를 지키고 싶은 이유가 컸다. 생각보다 소송이 길어졌다. 소송 중에는 군대를 갈 수 없는 게 법이다. 1심 끝나고 2심 끝나고 항소하고, 그렇게 내 나이가 서른이 됐다. 병무청에서 "전례가 없다. 무조건 보내야 한다"라며 난리가 났다. 이미 서른이 넘어서 상주랑 경창청도 못 가는 상황이어었다. 병무청에서는 ‘막군' 가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내 변호사가 오히려 난리가 났다. 무료 변호까지 해줬다. 이후 2018년 무릎이 너무 안 좋아서 또 수술하게 됐다. 이번에 진단서를 들고 병무청에 갔다. 이미 재판은 시간이 꽤 흘렀다. 병무청에서 이번에는 ‘얘 진짜 무릎 안 좋긴 하구나’라면서 인정해 줬다. 결국 2019년에 5급 판정을 받아서 면제됐다. 그래서 나는 여태까지 단수여권만 받았다. 2013년부터 전지훈련도 한 번밖에 못 갔다. 하지만 몸 만들고 경기 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감독님들도 이해해 줬다.

Responsive image

인천 소속 200경기 이후 홈에서 서포터스랑 함께 찍은 사진을 가장 아낀다고 들었다.
경기 끝나고 한마디 하라고 해서 했다. 이 경기 자체는 기억은 안 남지만 당시 상황은 기억에 남는다. (FFT: 이때 감정은 어땠나) 막 소리쳤다. 그런데 감정이 북받쳐서 어떤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팬분들이 큰 희열을 느끼셨을 거다. 무고사 세리머니를 했다. '많은 팬분들이 내 뒤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천 팬들은 이윤표가 전반에 옐로카드를 받으면 퇴장 염려 때문에 후반은 숨죽이면서 봤다고 하던데.
인천 팬들한테는 죄송하지만 (김)남일이형이랑 ‘누가 더 카드 많이 받을까’ 내기했다. 그 시즌 아마 남일이 형이 14장 받고 내가 12장 받았을 거다. 그렇다고 퇴장을 당한 적은 많이 없다.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옐로카드를 받은 거다. 팬들이 숨죽이면서 보셨겠지만, 저도 숨죽이면서 경기했다.(웃음) 그래도 제가 그렇게 해서 팀이 강등도 안 당했다. 내가 카드 받아서 다 그런 거다!

말이 좋아 ‘잔류왕’이지,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계속 뛰는 게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다.
미쳤다. 강등권 싸움 안 해본 사람은 미칠 거다. 하지만 강등에서 살아남았을 때 희열은 우승보다 더 크다. 괜히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그 희열을 느끼지 못하지만,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 정말 힘들다. 피 말린다. 구단에서 압박도 들어오고. 2년 전 부산과 경기에서 서울이 느꼈을 거다. 그 자리에 가면 경기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서울이 이긴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증거다.

Responsive image

나름 인천 레전드인데, 팬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하고 은퇴했다.
우선 팬들한테 정말 감사한데, 마지막에 이렇게 끝나서 정말 죄송하다. 이 사태는 구단과 나의 문제다. 인천에서 (은퇴식을) 응해주지 않아도 팬분들을 찾아가서 은퇴식을 하겠다. ‘16번 이윤표가 있었지’라며 세대가 바뀌어도 잊히지 않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인천과 임금 체불 분쟁 중에 있는 거로 알고 있다(이윤표는 2019년 7월 23일 인천을 상대로 미지급 급여 지불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내가 미숙했고, 빈틈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일을 발생하게 한 건 인천이다. 끝까지 인천을 믿었다. 소송보다 좋게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내가 연맹 이후 축구협회 연봉 조정 신청까지 간 최초의 선수가 됐다. 두려웠다. 그래도 후배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힘내라’ 응원해 주더라. 내가 인천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주먹구구식 연봉 협상 전례가 남는다. 지금도 신인 선수 중에 당하는 선수가 분명히 있을 거다.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이 싸움을 하고 있는 거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팬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응원해달라.

FACT FILE

전남드래곤즈
대전시티즌
인천유나이티드

* 본 인터뷰는 <포포투> 5월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사진=이연수, FAphotos
writer

by 이종현

이상과 이유, 그 사이 어디쯤 축구 @joyear2
트렌드
포포투 트렌드

[영상] 잉글랜드 전율시킨 슈퍼 쏜! 슈퍼 골!

포포투 트렌드

[영상] 내한공연 전 흔한 맨시티팬 근황

Responsive image

2020년 8월호


[COVER] MORE THAN A HERO, MORE THAN A GAME
임영웅이 쓰는 영웅들의 이야기
[SPECIAL] 세계가 사랑하는 그 이름 브라질
히바우두, 베베투&호마리우, 호비뉴, 피르미누, 호베르투 카를로스, 마르타
[INTERVIEWS] 야프 스탐, 주니오, 팔로세비치, 이정협&이동준,
[READ] PHEONIX THE SNAGMU: 군팀 상무는 무엇으로 사는가+김태완 감독 인터뷰

[브로마이드(40x57cm)] 임영웅(2면), 리오넬 메시, 프란체스코 토티
주식회사 볕
07806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2로 35(이너매스마곡2), 821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김도영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9-서울강서-2752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