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부천] 헤르메스의 빈자리

기사작성 : 2020-05-27 00:46

-사상 첫 부천과 제주의 맞대결
-코로나 여파로 무관중으로 열렸는데
-헤르메스 없는 경기는 잠잠했다

본문


[포포투=이종현(부천)]

2020년 5월 26일, '같은자리 같은공간' 부천종합운동장에 비가 내렸다. 부천FC1995 서포터스(헤르메스)의 열성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응원과 모습은 없었다. 경기장은 선수들의 목소리로 공허했다.

K리그2 4라운드 부천FC1995와 제주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이 있던 날. K리그1 상위권 팀들과 맞대결에서 볼 법한 취재진이 몰렸다. 쉽게 이루어질 거 같지 않았던 부천과 제주의 만남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제주는 2006년 2월 부천SK를 연고로 하던 구단이 제주도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생긴 팀이다. 부천은 모기업이 떠나 팀을 잃은 기존 부천 팬들 중심으로 2007년 새롭게 탄생한 시민구단이다. 이 시점부터 두 팀은 경기력과 팀 수준은 별개로 적대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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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부천과 제주의 경기 전부터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부천은 제주에 일종의 복수를 원했고, 필생즉사(必生則死,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뜻)의 각오로 경기를 치르겠다는 생각이었다.

부천은 제주전을 앞두고 SNS에 헤르메스의 분노와 선수들의 전투력을 높일 수 있는 피드를 꾸준히 업로드했다. 코로나 시국으로 무관중 경기가 지속된 탓이기도 했다.

게시물들 중에는 송선호 부천 감독과 선수들이 제주전을 임하는 각오를 다진 영상, 2006년 2월 2일 SK 기업이 갑작스러운 연고 이전을 발표한 날을 잊지 않고 '같은자리 같은공간 부천의 축구는 계속된다’는 메시지가 담긴 포스터도 있었다.

“부천의 첫 홈경기 이후 헤르메스 15여 명이 서포터스석에 모여 땡볕 속에서 3시간 동안 음향 전문 업체를 통해 녹음했다”라고 부천 관계자가 탄생 비화를 소개한 응원가와 '5228일 동안 지켜 온 우리의 긍지, 새롭게 새겨지는 우리의 역사’가 적힌 걸게를 통해 그들이 무관중 아쉬움을 이겨내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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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헤르메스의 부재 때문일까. 더비 이상으로 치열했을 거라 예상했던 경기는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를테면 부천의 부주장이었다가 제주로 이적한 임동혁이 후반 교체로 출전했을 때 야유하고, 제주의 거친 행동에 반응하고, 부천의 좋은 플레이에 환호하는 그런 그림들?

스포츠에 가정은 없지만 헤르메스가 관중석에 있었더라면 전반 몰아붙인 부천이 선제골을 넣거나, 반대로 후반전 내내 밀렸던 선수들이 한발 더 뛸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현실에서 부천은 후반 추가시간 김영욱의 크로스를 받은 주민규의 헤더골에 무너졌다. 1부 리그 경험이 있는 두 선수가 팽팽한 경기에 결국 차이를 만든 셈이다.

제주는 정조국, 김영욱, 주민규 등을 영입하며 2020시즌 K리그2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개막 후 1무 2패로 부진했다.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만난 부천과 맞대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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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 이런 상황이 오히려 제주에 힘이 됐다. 남기일 감독은 첫승에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하면서 이내 미소를 지었다. 주민규는 "부천이 아니라 어느 팀이랑 붙었어도 우리는 1승이 중요했다”라는 말로 이 경기가 갖는 상징성보다 결과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남기일, 송선호 감독 모두 앞으로 두 팀의 경기가 “뜨거운 더비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같이 했다. "경기장에 팬분들이 있으면 더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다”는 주민규의 말도 새겨들을 만하다.

9월 19일 같은 자리에서 두 팀의 경기가 예정돼 있다. 코로나 문제가 조금 더 빨리 해결돼 헤르메스를 포함한 모든 관중이 이 경기를 지켜봤으면 한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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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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