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포항] 동해안더비, 우리가 바라던 그 라이벌전

기사작성 : 2020-06-07 07:12

- 2020 K리그1 5라운드 포항 0-4 울산
- 165번째 동해안 더비 직관 그 후…!
- 그래서 166번째는 언제라고???

본문


[포포투=조형애(포항)]

역사와 스토리, 분노와 증오, 오해와 도발, 투지와 열망, 맞대결 끝 새로운 승자와 패자까지. 이것이 우리가 라이벌 전에서 바라는 것들이라면, 6일 그 전부가 스틸야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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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번째 동해안 더비는 여러 이유로 기다려졌다. 7년 전 그날을 소환할 것 없다. 200여 일 전 기억이 생생하다. 2019시즌 리그 마지막 경기였다.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포항스틸러스가 울산현대를 4-1로 꺾으면서, 14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오르려 했던 울산의 꿈이 산산조각 났다.

경기 이틀 전에는 포항의 외국인 선수 조합 ’1588(일오팔팔 - 일류첸코, 오닐,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을 둔 묘한 신경전도 있었다. 울산 김인성이 방송 인터뷰에서 “그게 뭐예요?”라며 그 존재를 애써 외면하자, 하루 뒤 포항이 유튜브 채널로 응수했다. “인성 킴, 몰라. 누군데?”

킥오프 한 시간 전 도착한 스틸야드에서는 그 여파(?) 때문인지 포항 마스코트 쇠돌이와 쇠순이가 가장 바빠 보였다. 1588 팻말을 들고 워밍업을 하고, 춤을 추고, 부채질을 했다. 알고 보니 선수단 버스 도착할 때부터 행동 개시. 울산 보라는 듯 열심이었다 한다. 홍보팀은 “매치데이 포스터까지 (외국인 선수 단체 사진으로) 교체했다”고 귀띔했다. 그리곤 경기 시작과 함께 사라졌다. 장내 효과음을 담당하는 그는 “이전에 베타버전이었다면 울산전은 ver2.0”이라며 “’실제 관중 들어온 것 아니야?’ 할 정도로 할 겁니다!”라고 한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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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분위기는 분명 포항이 좋아 보였다. 김기동 감독 부임 후 동해안 더비에서 상대 전적 3승1패로 앞서 있는 데다, 직전 4라운드에서 인천유나이티드를 4-1로 완파한 뒤였다. 울산은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포항 원정길에 올라 있었다. 그 과정에서 두터운 선수단 운영을 두고 베스트11 고정과 로테이션 사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울산 관계자는 조심 또 조심했다. “선수단 분위기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방언처럼 “설레발은 필패”라고 되뇌었다. 그 후 그는 편안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짧은 탄식도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만큼 울산은 포항을 압도했다. 포항은 인천전 보다 빠른 선수들을 내세워, 울산 측면 템포를 막겠다는 계획을 보였지만 전문 윙백 선수가 아니어서인지 역부족이었다. 수비는 버거워 보였고, 공격적으로 나가면 되려 뒷공간을 내줬다.

울산은 잘 맞춰진 톱니바퀴처럼 굴러갔다. 원두재는 원숙하게 느껴졌다. 설영우는 데뷔전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평범해 보이게 만든 이청용이 있었다. 이청용은 전반 25분 선제골이자, K리그 복귀골을 터트렸고 11분 뒤 멀티골을 완성했다. “더비에서 큰 점수 차로 이겼지만 승점 3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00일 전 그날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운 그는 이토록 담담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발목 부상으로 빠져나간 뒤, 김태환의 “한 골 더!” 외침이 두 번이나 더 현실이 되어 4-0으로 경기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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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승장 김도훈 감독은 작심한 듯 메모지를 펼쳤다. 그는 묵혀둔 감정을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랜던 미디어데이를 통해 포항이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성적이 좋아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다. 놀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헹가래를 설명했지만, “사실 지난해 포항스털러스에게 존중을 받지 못했다. (최종전 뒤) 헹가래까지 쳤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철저하게 준비해서 압승하는 시즌 보이고 싶다”며 남은 맞대결까지 미리 각오를 다졌다. 굳은 얼굴의 패장 김기동 감독은 “말은 (패배의)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며 짧게 소감을 마쳤다.

2020시즌 두 번째 동해안 더비는 오는 8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복수 후 다시 열리는 더비전, 여전히 앙금 가득한 두 팀의 맞대결이 열리는 날까지 기다림이 꽤 힘들 것만 같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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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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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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