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포항, 지칠 법도 한데 이기는 이유
기사작성 : 2020-07-30 03:29
- 2020 FA컵 8강 서울 1-5 포항
- ‘광탈’은 옛말...포항, 4강 진출
- 체력 문제를 이기는 힘이 있다?!
본문
[포포투=조형애(상암)]
꼬박 세 경기 째다. 포항스틸러스가 똑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올 시즌 전경기 선발 출장 중인 일류첸코는 어김없다. 송민규 역시 16경기 째다. 이쯤 되면 체력 저하 문제가 나올 타이밍이다. 그런데 이겼다. 그것도 2020시즌 가장 많은 득점(5골)을 터트리고서 이겼다.

29일 수요일 저녁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가 만났다. FA컵 8강전이었다. 마포구청역에서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걸어가는 와중에 우산을 서너 번 접었다 폈다. 발은 나름대로 빠르게 움직였다. 퇴근하는 인파를 뚫고 경기장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기진맥진했다는 소리다. 사흘전 경기를 치르고 그 멤버 그대로 나서는 포항도 진이 빠져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포항에는 그 문제를 이기는 힘이 있는 듯했다.
#FA컵이 주는 긴장과 힘
경기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포항을 “1996년 초대 챔피언이자 2012년과 201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FA컵의 강호”라 설명했다. 어쩐지 최근의 포항이라면 민망할 법한 소개다. 포항은 2016시즌부터 4시즌 연속 FA컵 32강에서 ‘광속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적과는 별개로 포항은 늘 FA컵 선전을 꿈꿨다. FA컵 우승이 목표라 말하는 이야기도 여러 번 들었다. 2018시즌 김광석의 말이 떠오른다. “데뷔한 뒤 우승은 다 해봤다. 그런데 후배들이 못해봤다. FA컵 우승하면 어떤 느낌인지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FA컵은 녹아웃 스테이지로 진행된다. 끝까지 올라가서 전승으로 이기는 그 희열이 있다.”
최근엔 팔로세비치가 그랬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 “FA컵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뭔가 우승 트로피를 든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라는 이점도 있다.”
리그는 현실적으로 장담하기 힘든 긴 레이스. ACL을 향해 달리는 포항에는 “전력을 다한다”는 공감대가 경기 전부터 퍼져 있었다. 포항 관계자도 강조했다. “어떻게 올라간 8강인데요!”

#집중력 그리고 틈새 휴식
포항의 좋은 분위기는 지쳐 있을 때 한 발 더 뛰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선발 라인업의 막내, 송민규가 얼마 전 들려준 이야기는 그 예로 들기 충분하다. 멀티 골을 신고했던 성남FC전 뒤 있었던 에피소드라 했다. “감독님이 우스갯소리로 ‘골 넣었다고 탈색하고 건방지게 올 줄 알았는데, 머리 단정하게 깎고 왔네?!’하고 하시더라. 그때 옆에 있던 (최)영준이 형이 하는 말. ‘그 정도 했는데 건방 떨어도 되죠!’ 다 같이 웃었다. 영준이 형은 정말 사람을 높이 들여 올려주는 사람이다.”
다소 고전한 지난 인천전 뒤에는 김기동 감독이 보듬었다고 한다. 포항 관계자는 “‘어떻게 매 경기 잘하느냐’고 하셨다”고 귀띔했다.
정신력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동력이다. 4-1로 앞서고 있는 상황, 일류첸코가 터트린 추가 득점은 포항의 정신력, 그리고 집중력의 축약본과도 같았다.
휴식도 틈틈이 주어지고 있다. 지난 인천전 이후 회복 훈련을 한 뒤 쉼 없이 서울과 FA컵 경기를 준비해야 했지만, 김기동 감독은 선수단에 하루 휴식을 줬다. 다음 리그 경기도 최대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끝에 내린 결론이 차량에 타 있는 시간과 불필요한 동선을 줄이기 위해 포항으로 복귀하지 않고 천안에서 쉰 뒤 이동하는 방안이다.
체력 관리와 로테이션은 머지않아 필요한 일이겠지만, 포항은 어느 정도 컨트롤할 힘을 지니고 있어 보인다. 최소한 10월 울산현대와 치르는 4강 맞대결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사진=FAphotos

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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