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aasq] 은퇴한 김원일: 해병대서 ‘혼난썰’ 처음으로 푼다

기사작성 : 2020-09-01 15:59

- ‘아무말’로 질문하기 <국내편>
-  네 번째 주인공은 김원일이다
- 그가 선수 생활 마지막에 들려준 이야기는…

본문


[포포투=조형애]

드라마 보다 더한 축구 인생을 살았지만 김원일(33)은 누구보다 현실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다.

“대학에서 나가야 되는 상황”이라서 가장 빨리 입대할 수 있었던 해병에 갔고, 포항스틸러스 신인 시절엔 지도자가 비주전 선수들을 눈여겨보는 “월요일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놓고” 기회를 엿봤다. 제주유나이티드에선 제대 선수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차오를 때 그는 “강등의 길에 이미 접어 들었다”는 체감을 했다.

은퇴 후 만난 김원일은 포포투 지갑 걱정을 해줄 정도로 현실 감각이 바짝 곤두서 있었다. 우릴 위해 지금까지 묵혀둔 이야기도 최초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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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회사 카드 아니고 개인 카드면’ 커피 내가 사겠다”고 한 선수는 처음 같아. 직장인의 애환을 아는 거야?

알지! 선수들이 내기를 많이 하잖아. 코칭스태프도 구단에서 지급한 카드가 있다는 것쯤은 알아. 한 번은 최진철 감독님이 걸린 적이 있었어. 암묵적으로 먹을 것만 대상인데, 면도기 같은 것도 샀거든? 실제로 화나셨어. 티 안 내시려고 하는데… 확실해. 화났었어!

선수들도 다 똑같구나?!

그런 거 진짜 화나. 나도 엄청 걸렸거든. 근데 유명한 선수들 걸릴 때는 눈치 보면서 몇 개 안 사. 설기현 감독님 같은 경우엔 걸려도 금액이 적지. 나처럼 물렁물렁해 보이는 사람이 걸리면 아주 파티를 벌여. 일부러 열 받게 하려는 거야.

누가 그렇게 열받게 한 거야?

신진호, 고무열, 이명주. 셋이서 나 놀리겠다고 계산대 앞에 있는 껌, 사탕, 초콜릿 바, 소시지 같은 걸 웃으면서 한 뭉텅이씩 집는 거야. “이건 아니지 않냐?”라고 했어. 근데 “삐쳤다! 삐쳤다!”하고 더 놀리더라. 아, 그것들을 진짜…!

재미로 내기해도 유독 승부욕 센 선수들이 있지?

아, 승부욕 하면 또 생각나는 선수가 있지. 신진호와 정우영. 시즌 끝나고 선수들끼리 풋살을 하기도 해. 재미로 볼 차는 거야. 근데 그 둘은 진짜로 해. 리그 경기 보는 줄 알았다니까! 승부욕이 엄청나. 신진호는 일반인들과 해도 장난 아니야. 풋살장에서 혹시 만나면 걔 조심들해.

신진호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 K리그 외모 워스트 4인에 김원일을 뽑은 선수인데…

외모? 하도 많이 들어서 괜찮아. 나야말로 못생긴 애들한테 못생겼다고 할 수 있지. 이번에 상무 간 애들이 장난 아니던데? 허용준은 양반이고… 김용환, 심상민이 심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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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하면 해병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 입대 전, 게임을 많이 했다던데?

응. 그냥 할 게 없어서… 군대는 현실 도피로 선택한 거였거든. 빨리 도망치고 싶더라. 해병대는 바로 갈 수 있었어서 간 거야. 거부감은 전혀 없었어. 학창 시절에 학교 담 옆에 바로 해병대가 있었거든. 공 넘어가면 대화도 했지. “아저씨, 공 좀 주세요!” 게임은 나 사실 못해. 거의 호구라고 보면 돼. 그러니까 재미가 없더라.

군대 이야기 좀 들려줘. 혼난 에피소드는 못 들어 본 것 같은데…

아, 이건 최초 공개네. 탄약고에 처음으로 경비를 섰을 때 이야기야. 군대에서는 총알 관리가 생명이거든? 몇 번이고 확인을 해. 근데 한 선임이 군기를 잡는다고 하나를 쓱 뺀 걸 내가 눈치를 못 챘어. 정신이 없어서… “열(10)발, 이상 무!”했지. 그랬더니 선임이 “열(10)발 맞아?”라고 하면서 총알 한 발을 쓱 꺼내더라. 함정에 걸린 거지. 그날 초소 분위기가 싸했어. 내가 실수한 게 소문이 다 난 거야. 그리곤 한 선임이 으슥한 곳으로 오라고 하더라고. 혼.났.지.

2013시즌, 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결승골을 넣었어. 그 경기를 14박 15일 휴가증 걸린 경기와 비교한 게 인상 깊었어.

진짜 두 경기 다 절실했지! 그날 기자회견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3, 4명 정도 있겠거니 했는데 취재진이 엄청 많은 거야. 플래시 막 터지고 말이야. 흥분하기도 했고, 홍보팀도 “하고 싶은 말 다 해”라고 해서 진짜 아무말 다 했어. “울산이 시간 끌 때부터 알아봤다.” 뭐 이런 말도 했어. 분위기 엄청 싸했지. “축하해요”라는 말도 없었어. 기자들은 다 타자만 치고, 무미건조하게 질문하고 다시 타자치고 그랬어. 나중에 알았어. 내가 골 넣는 바람에 기사를 죄다 다시 써야 해서 다들 정신없었대! 그러고 난 집에 가서 혼났잖아! “‘볼이 그냥 발밑에 있어서 찼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다시 말해볼게. “돌아보니, 모두의 절실함이 담겨서 내 발밑으로 공이 왔던 것 같습니다!”

군대 생활 꿀 팁 하나 전해줘.

손흥민이 3주 훈련받을 때 전한 꿀팁이 있어. 하나 더 추가하자면… 얘들아, 밥은 두 번 먹어라. 배고플 거다. 잔반 버리고 다시 받아먹으면 돼. 자연스럽게 행동해.

와, 생활 꿀팁. 고마워!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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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뒤 돌아온 현실 - 김원일이 선수 생활 은퇴를 알렸다. 그는 선택의 순간을 지체하지 않는 인물이다. 입대, K3리그행, 그리고 은퇴 결정까지도 그러했다.


“늘 빠른 결단을 내렸어요. 김포시민축구단 오기 전부터 ‘12월엔 은퇴해야지’하고 생각했어요. 6개월 일찍 한 것뿐이에요. 마음이 더 편하고, 후배들 보기에도 떳떳해요.” 은퇴 이야기에 김원일은 아쉬운 기색이 적었다. 김포시민축구단에서의 포부를 밝히는 인터뷰를 대한축구협회와 한 뒤 얼마 안 돼 은퇴를 알린 게 멋쩍을 뿐… 하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동안 한 박자 빠른 선택이 늘 ‘신의 한 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김원일은 빠른 결단을 어머니께 배웠다. 숭실대학교 재학 시절,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아들에게 “군대 가라”고 한 이가 다름 아닌 모친이었다. “입대하라는 말이 참, 야속했어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의 모친은 핸드볼 국가대표 1세대 스타 장천신 씨. 86아시안게임 때 김원일을 낳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 그는 아들 역시 제대 후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었다.

어머니의 확신, 김원일의 희미한 바람이 현실이 된 곳은 해병대 복무지이기도 했던 포항이었다. 포항에서 김원일은 K리그 우승 1회, FA컵 우승 2회를 일궈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잖아요. 운이 따랐어요. 2013시즌 우승 만찬엔 누가 왔는지 알아요? 이병 복무 당시 연대장님이요! 5년이 지나, 1사단장님이 되셨고 우승한 저를 축하해 주셨어요. 드라마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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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드라마는 롤러코스터를 닮았다. 2019시즌 창단 첫 강등한 제주의 한 조각이었던 그는 실패의 책임을 여전히 안고 있었다. “제주에 미안한 마음이 커요. 같이 클럽하우스를 썼던 유스 선수들에겐 특히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2부 리그 팀 선수가 된 거잖아요. 부끄러워하고, 입 밖에 꺼내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수, 프런트, 지도자 모두가 잘못해서 강등했어요. 그 과정을 통해 혁신이 되었어요. 여러 명이 책임을 졌어요. 저도 그 책임을 지고 나온 거죠. 지금 잘 되고 있어서 정말 좋아요.“

김원일은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봤고, K3행을 자처했다. “1월 첫째 주까지 제안은 없었어요. 시장에서 게임은 끝난 거예요. 제가 결정해서 가고 싶었어요.”

‘실패한 선수’라는 눈초리, “왜 네가 여기 와 있어?”라는 말.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후배들 보기에 면목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원일은 축구 인생을 흔든 두 번째 선택에 이어 세 번째 선택을 내렸다. 은퇴다. “김포에서 전 최고 연봉이었어요. K리그1 보다 훨씬 적었지만, 정말 마른 수건을 짜서 쓴 수준이라고 하더라고요. K3 선수들은 정말 힘들어요. 1시간 반 거리를 새벽에 버스 타고 와서 오전 훈련을 해요. 대기할 곳도 없어서 커피숍에서 기다리죠. 그러고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선수들이 있어요. 다쳐서 운동을 쉬니까 그 선수들을 못 보겠는 거예요…”

은퇴 후 설계도 발 빠르다. 김원일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겠다는 계획. “선수를 육성하고, 좋은 팀을 연결해 주기도 하고, 은퇴 선수들 컨설팅도 하고… 그냥 축구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본 인터뷰는 <포포투> 8월호 중 주요 내용을 발췌했습니다.

일러스트=윤성중, 사진=FAphotos
writer

by 조형애

디지털이 편하지만 아날로그가 좋은 @hy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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