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벤투도 탐내는 원두재 만든 ‘못된 형’들과 ‘동경 아빠’

기사작성 : 2020-09-02 18:51

- 아니, 원두재 왜 때문에 잘하냐고요?
- 강하게 키우는 울산현대 형들과 ‘아버지’ 이동경 때문이라나…
- 울산현대 ‘언성 히어로’ 원두재 이야기

본문


[포포투=조형애]

울산현대 원두재(22)가 쏟아지는 칭찬과 오고 가는 따뜻한 말속에 몸 둘 바 모르면서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하루를 멀다 하고 이어지는 기사와 영상에 형들은 취재진과 친분을 의심하고, 친구 이동경은 “내가 다 키워놨는데…”라고 아버지 노릇을 한다.

“트리플 A형” 원두재가 숙소에서 소심한 반항을 해보려 해도 룸메이트가 만만치 않다. 윤빛가람이다. 원두재가 그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렇다. “방에서 나가.”

놀릴 때 반응이 유독 재밌는 친구가 아니라면, 이유는 하나다. 원두재가 그만큼 잘하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프로 데뷔 4년 차, K리그1 입성 1년 차. 원두재는 울산현대에서 붙박이 주전이 되었다. ‘제2의 기성용’이라 불리는 수비형 미드필더 유망주는 거드름을 피울 새가 없다. 곁에서 다잡아 주는 형들과 축구 빼곤 다 알려준다는 절친 이동경 때문이다. 실은 원두재 자신도 K리그1에서 뛰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라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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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어요. FC서울전(18R)도 그 연장선이었고요. 관심도가 높은 경기여서 칭찬도 더 많이 들었죠?

외박 나갔다가 오늘(2일) 팀에 돌아왔어요. 형들이 어떤 식으로 말하냐면… 방금 (고)명진이 형을 봤었거든요? “너는 뭐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띄워주냐?”라고 했어요.(웃음) 이렇게 장난치는 편이에요. 저도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해서 스포트라이트 받는 게 더 좋긴 한데, 포인트를 쌓고 싶다고 해서 쌓아지는 건 또 아니니까요. 앞에서 형들이 잘해주고 있으니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꾸준하게 해내려고 하고 있어요.

‘제2의 기성용’이라 불리니 물을게요. 함께 뛰어본 소감은?

말로만 듣고, 영상으로만 봬서 사실 궁금했었거든요. 그런데 경기장에 들어오신 후부터 볼 소유, 패스길 보는 거 다 다르다고 느꼈어요. ‘확실히 좋은 선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 끝나고 따로 가서 인사하거나,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어요?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요… 다가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FFT: 이청용 선수에게 부탁해보지 그랬어요?) 그러면 형들이 또 놀릴게 뻔해요. 끝나고 인사만 했던 거 같아요.

원두재 선수를 둘러싼 화두가 3가지 있어요. 체력 관리를 해주어야 하는 건 아니냐(*15경기 출장중)하는 것과 유럽 진출 가능성, 그리고 A대표 발탁 여부에 관한 것이에요.

제가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어린 편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뛰어야 하는 시기죠. 그래서 출전 횟수와 시간이 많은 건 좋은 거 같아요. 뛸수록 노련함이 생길 테니까요. 물론 일본에서 뛸 때보다 더 힘들다고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뛴 만큼 몸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정리하자면, 이렇게 뛰어도 ‘괜찮다!’에요. 유럽 진출은 아주 어렸을 땐 생각이 없었는데, 가까이에서 (이)청용이 형과 같이 유럽 진출을 해낸 형들 이야기 들으면서 마음이 생기고 있어요. ‘나도 기회가 된다면 나가서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더 성장하고 싶다’ 그런 마음? 그런데 지금은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A대표팀은 발탁되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죠. 그렇지만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신경 안 쓰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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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 참 적극적이고 다부져요. 평상시 당돌한 성격이 그라운드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는 울산 관계자의 짐작이 있는데요. 어때요?

저는 트리플 A형이에요. 조심성도 엄청 많아요. 옛날과 비교하면 좋아진 편이긴 하지만요. 어렸을 땐 경기 전에 긴장도 정말 많이 했어요. 지금은 겪어 나가다 보니 많이 좋아졌고요. 하지만 아직도 당돌한 건 절대 아닌 거 같은데…?!

팀에 빨리 적응해서 그렇게 보였나 봐요. 이동경 선수가 많이 도와줬다고 주장하던데요?

말했다시피 제가 트리플 A형이라 형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동경이가 말했죠. “나만 믿어”라고요. 형들과 밥도 먹게 해주고, 소개도 다 해주고, 팀 내 규칙도 다 알려줬어요. 정말 저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죠! 축구로는 딱히 뭘 알려준 건 없지만요.(웃음)

그라운드에서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파울 당한다고 해서 화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부러 했다고도 생각 안 하고요. 파울이면 파울 인대로 제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생각해요. 크게 연연하지 않는 거 같아요. 제가 파울을 당해서 화난 적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입대한 박용우 선수 대체 선수로 여겨지는데, 실은 울산에서 전부터 영입에 공을 들였다고… 맞나요?

작년 여름에 제안이 있었어요. 그런데 재작년에 제가 발목을 다쳐서 한 시즌을 거의 제대로 잘 못 뛰었거든요. 지난해 복귀하고 꾸준히 뛰고 있는 상황이었어서, 온전히 한 시즌 마무리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겨울이 돼서는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고, 잘하는 팀에 가서 성장해야 할 시기라는 판단도 들었어요. 마침 울산이 다시 제의를 주셔서 오게 되었어요.

마침 U22 규정에 적용받지 못할 때 K리그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 건 사실이에요. 또래 친구들도 울산은 어린 선수들이 살아남기 힘든 팀이라고들 했어요. 워낙 좋은 선수들 많으니까 고민했죠. 그런데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초반엔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뛰면서 좋은 모습 보이고 하니 예전보단 괜찮아진 것 같아요. 뭐든 경쟁이니까 매 경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건 여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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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요? 바로 적응하지 않았나요?

시즌 시작하고 나서 초반에 못 뛰고 할 때가 조금 있었어서…(*1R 결장, 2R 교체 출장, 3R 선발 출장, 4R 결장, 5R부터 풀타임 출전하기 시작한다) 그때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정말 시간이 느리게 가더라고요. 몇 경기 아니었는데도 정말 길게 느껴졌어요.

그럼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일본에서의 경험? U23 챔피언십 우승과 MVP가 되면서 얻은 자신감?

동경이 덕으로…!(웃음) 이건 꼭 나가야 해요.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고, 힘들 때 밥도 자주 같이 먹으러 가고 했어요. 형들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다들 친해지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훈련도 편해지고, 팀에 빨리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확실히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경기 못 뛰면 폼이 죽는 게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23세 대표팀 때도 결국 뛴 게 중요했던 거 같아요. 전 제가 MVP 받을 거라고도, 계속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 못 했어요.

사실 단점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뚜렷하게 지적되는 게 없어요. 스스로는 어떤 부분에 더 욕심이 있어요?

순간적인 스피드요. 조금 더 미리 보고 예측하고 싶기도 해요. 제 스타일이기도 한데 공격 진영으로 많이 안 올라가거든요?! 공격적인 부분도 더 해야 할 것 같기도 해요. 슈팅도 더 잘하고 싶어요. 훈련 끝나고 슈팅 연습을 하면 비교돼서 많이 놀림당해요.

돈 욕심은 없나 봐요. 2017년 한양대학교에 1억 원 기부한 데 이어 U23 챔피언십 MVP 상금도 팀과 나눠가졌잖아요.

제가 특히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대학교 때라고 생각해요. 정재권 감독님은 지금까지도 일주일에 두세 번 연락하고 지낼 정도예요. J리그 진출도 감독님이 이끌어 주셨어요. “학교 밖으로 밥 먹으러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사인하고 일주일 후에 팀에 합류했어요.(웃음) 늘 감사한 마음이 있어서 기부하게 되었어요. MVP는 제가 운이 좋아서 받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포인트를 올려준 선수들, 뒤에서 받쳐준 선수들이 있어서 만든 결과라서 다 같이 나눠가지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돈 욕심 없지 않아요. 많아요! (FFT: 그럼 선수 원두재는 무엇을 위해 뛰는 건가요?) 재미?! 그리고 효도하려고요. 제가 외동아들이거든요. 부모님이 노후는 편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축구를 더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거 같아요.

25경기 출전이 목표라고 들었는데, 리그가 단축돼서 수정됐을 거 같아요. 새 목표는요?

코로나 때문에 목표는 잊힌 게 사실인 거 같아요. 지금 목표는 몸 관리 잘하면서 시즌을 마치고, 팀이 좋은 결과 내었으면 한다는 것이에요. 사실 경기에 뛴다는 자체가 놀랍고 신기할 때가 아직도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K리그에서 뛸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일본에서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실제 경기한다는 것도 신기해요. 자칫 칭찬받고 하다 보면 나태해질 수 있는데, 형들이 장난도 치면서 잘 잡아주시죠. 누구 하나 “이번 경기 잘했다!”고 해주시는 분이 없어요. 전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이제 시작이에요.

일러스트=황지영, 사진=FAphotos
writer

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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