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포항] 김기동 감독은 울산에 6골을 돌려주길 바랐다

기사작성 : 2020-10-19 07:52

- 포항의 완벽한 앙갚음이라 생각했다
- 아니, 4-0으론 성에 안 차다고요…?
- 2020시즌 마지막 동해안 더비, 막전 막후

본문


[포포투=조형애(포항)]

언젠가 포항제철고와 울산현대고의 더비 경기를 꼭 한 번 취재가 보라는 이야길 들었다. 말을 건네준 이는 얼마 전 포항제철고 윤석주(2021년도 우선 지명 선수로 프로에 직행한다)를 만나고 온 뒤였다. 그는 윤석주가 그들 나름의 동해안 더비 이야기를 하며 어찌나 열을 올리던지 한동안 놀라움 반, 귀여움 반으로 대화에 푹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틸야드에서 포항 유스 선수들을 봤다. 무리 지어 어디론가 향하면서 흥얼거린다는 게 포항 응원가였다. 포항을 거쳐간 선수 여럿에게서 들은 ‘포항의 팀 문화라는 것이 대충 이런 건가’하고 생각했다. 선수들의 설명은 조금씩 틀렸지만 용어만큼은 동일했다. 하나같이 “팀 문화”라 했다. 말을 종합해보면 ‘팀 문화’란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 그리고 팀에 대한 자부심 따위를 망라한 개념이다.

세부적으론 ‘울산은 이겨야 한다’는 것까지 확장된다. 졌다면 그대로 되갚아 주어야 한다. 적어도 김기동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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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스틸야드는 또다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포항은 마치 단판 승부를 앞둔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이겨본 경험이 상당한 강팀 같았다. 남은 시즌 동안 할 수 있는 거라곤 ‘리그 다득점 1위’ 도전인 팀이 맞나 하는 생각이 연신 스쳤다.

그에 앞서 머릿속을 지나친 건 이날 경기를 앞두고 송민규가 예고처럼 포포투에 한 말이다. 그는 설영우에게 꽁꽁 묶였던 지난 16라운드를 돌아보며 대뜸 말했다. 울산 팬의 악플 덕에 자극이 되어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잘 할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울산전 끝나고 이 말을 할 거예요. 악플 달아주신 울산 팬들께 고맙다고요. 울산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라인업을 보니 송민규는 선발이 아니었다. 포항 관계자는 당초 선발로 훈련했던 선수들이 컨디션과 전술상의 문제로 바뀐 것 같다고 귀띔했다. 송민규와 팔로세비치가 그들이다. 팔로세비치는 그 결정 이후 훈련에서 폭발적인 집중력을 보여주었다고도 했다. 후반전 투입 이후 모두가 봤다시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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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후반을 기약한 두 선수 투입 이전에 기울어져 있었다. 주니오를 대비하다 비욘존슨을 만나 당황할 포항이 이제는 아니었다. 이동경을 2선 중앙에 세운 변칙도 경험 많은 최영준-오범석에는 놀랄만한 카드가 되지 않았다. “선수들이 훈련에서 안일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다른 팀도 아니고 울산과 하니까 집중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때 느꼈던 것 같다”는 강상우 말처럼, 집중력이 바짝 오른 선수들은 전반 45분을 쥐고 흔들었다.

1-0은 성에 차지 않은 듯했다. 포항은 후반 불투이스와 비욘존슨이 퇴장당한 뒤 3골을 연거푸 넣어 스코어를 4-0으로 벌렸다. 강현무가 포항 구단 라이브 방송에서 “땀이 안 난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4-0, 2-0. 앞선 리그 두 경기에서 이겼던 김도훈 울산 감독은 3번째 대결에서의 완패를 애써 외면하려는 듯 보였다. “승부처라고 생각 안 한다”, “한 경기일 뿐이다”는 말은 현장의 공감대를 크게 얻지 못했다. 오히려 “심리적 요인이 있다고 보인다. 급한 건 울산이다. 우리가 중요한 경기에 강했다. 울산이 신경 안 쓰려고 했지만, 신경 썼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김기동 포항 감독 말이 더 그럴싸하게 들렸다.

김기동 감독은 “밤새, 못 자고 분석하고 회의했다. 우리가 킹메이커다? 그것보단 올 시즌 동해안 더비 한 번은 이기고 가야 하지 않겠냐하고 생각했다”며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러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 당시 입었던 옷까지 꺼내 입고 나온 그가 승리 자체에 만족하리라 생각한다면 너무 인자하게만 본 것이다. 포항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첫 맞대결의 4실점에 두 번째 맞대결의 2실점을 더해 6골을 그대로 돌려주는 게 원래의 시나리오였다. 김도훈 감독은 “4골, 버틴 거 잘했다고 본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듣고 다시 보니 어쩐지 이말엔 조금 더 공감이 된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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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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